김홍민 | 북스피어 출판사 대표

조한웅 | 홍대 앞 카페 '키키봉' 대표

정민호 | 문학동네 기획마케팅

김용현 | M25 기자

모두에게 해피엔딩 | 황경신 | 소담

‘모두에게 해피엔딩’이란 제목과 어울리지 않는 약간은 아린 결말, 하지만 책을 덮고 난 후 느껴지는 행복함, 황경신 그녀 특유의 간결하고 시적인 문체, 이것들이 내가 이 책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사랑에 울어보거나, 아파보거나, 흔들려본 적이 있는 여자들이라면 100퍼센트 공감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 무더운 여름날, 차가운 보리차 한 잔과 함께 ‘잊고 있었던 옛 사랑의 설렘’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는 것은 어떨까?

냉정과 열정 사이 | 에쿠니 가오리 | 소담

22살 여름, 유럽행을 결심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평생 기억에 남을 소설이다. <Rosso>편에선 아오이가 되어, 편에선 쥰세이가 되어 그들의 감정선을 그대로 따라다녔다. 결코 사랑은 한 사람만의 이야기로는 완성되지 못한다. 두 사람의 이야기는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야 한 편의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남·녀 각자의 입장에서 그려낸 이 작품은 완성된 사랑을 그려낸 유일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 백영옥 | 예담

「섹스 앤 더 시티」의 켈리가 좋아하는 마놀로 블라닉을 신고 산책을 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하는 생각으로 무심코 고른 책이었다. 하지만 그 무심코가 나에게 굉장한 재미를 줄지 그 누가 상상했을까? 심지어는 책을 읽다가 볼이 나가지 않은, 밑줄 긋는 것이 가능한 펜을 찾으러 방 이곳저곳을 뒤지기도 했다. 그녀가 접한 사람들과 문화들이 이토록 매력적인 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조금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다녀야겠구나.’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기도……. ‘고생 끝에 병 온다?’, ‘자기 계발서, 너나 계발하세요.’ 부분은 누가 보면 ‘쟤 좀 이상하지 않아?’라고 할 정도로 심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마치 책과 대화하듯, 교감하듯 읽었다고 감히 고백하겠다.

신 어둠의 목소리 궤담 | 이토 준지 지음 | 시공코믹스

매년 후덕지근한 더위가 시작되면 평소엔 보이지 않게 책장 구석에 감춰두었던 이토 준지의 공포 만화들을 꺼내본다. 꾸불꾸불한 그림체에서부터 소름이 오싹한 그의 만화를 보다보면 등쪽에서부터 서늘한 기운이 물씬! 도대체 이 작가의 머릿속은 어떻게 생겼을까가 저절로 궁금해진다. 기괴하면서도 공포스러운 상황들이 가득한 그의 만화는 여름용으로 정말 딱이다.

비오는 날 또 만나자 | 사토우치 아이 | 한림

몇년 전 장마 때 처음 만난 이 맑고 투명한 비 그림책은 내게 비오는 날의 보라빛 수국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촉촉히 젖은 마당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상큼하게 알려주었다. 빨간 우비를 입고 산책을 나간 소녀의 눈을 따라 두꺼비와 눈싸움도 하고, 논길에서 우는 청개구리들과 함께 오케스트라 연주 흉내까지 내면서 놀 수 있는 아름다운 그림책.

아름다운 밤하늘 | 쳇 레이모 | 사이언스북스

도시를 떠나 오랜만에 산이나 바닷가에 가 올려다본 하늘에는 얼마나 많은 별들이 총총히 빛나고 있던지. 펜션에서 숯불에 고기를 구워먹으며 본 밤하늘의 아름다움은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 만큼이나 마음속에 생생히 남았다. 별 보기 어려운 요즘, 휴가 때만큼이라도 고개를 들어 별을 바라보는 마음을 한번 가져보는 건 어떨까. 과학자 쳇 레이모는 밤하늘의 별자리에 대해 시인처럼 부드럽게 이야기해 주고 있다.

곰곰 | 안현미 | 랜덤하우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대로 하면 아무런 일도 되지 않는다. 가난한 아이가 있다. 아이는 어머니를 기다리는 동안 종이위에 피아노 건반을 그리고 가짜 피아노를 연주한다. 오지 않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아이는 담쟁이 덩굴을 바라본다. 아름다운 담쟁이 덩굴이 더욱 커다란 슬픔으로 바뀌는 순간, 서정과 현실의 부조화에서 발생하는 슬픔을 그려낸 안현미 시인의 시집 『곰곰』을 읽어보자. 시는 슬픔에서 끌어올린 거짓말속의 진실이다.

그녀의 눈물 사용법 | 천운영 | 창비

긍정적 사고방식, 적극적인 사고방식, 희망찬 사고방식, 이런 상투적인 말이 지겨운 날, 첫 번째 소설집 『바늘』에서부터 이미 상투성을 날려버린 소설가, 천운영의 세 번째 작품집 『그녀의 눈물 사용법』을 펼쳐보자. 그녀는 어떻게 눈물을 사용할까. 슬픔 그 자체를 아름답게 풀어낸 이야기들을 엮어놓았다. 때로는 슬픔이 기쁨보다 현실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 때도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만 읽어볼 것.

끌림 | 이병률 | 랜덤하우스

마음이 가난한 자들은 행복할 것이라고 했던가. 당신은 늘 어딘가로 가려한다. 늘 낯선 곳을 찾아 안데스에서 남미까지, 장도열차를 타고 중앙아시아 벌판을 떠돌아다니는 사내가 풀어놓는 이야기, 사진이 너무 아름다워서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진에서도 눈을 떼기 어려운 책. 이병률 시인의 사진과 여행기를 모아놓은 책이다.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들고 목적도 이유도 없이 당장 발길 닿는 곳으로..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 | 이케이도 준 | 미디어2.0

여름 하면 역시 미스터리 소설이다. 하지만 초강력 사건의 본격 미스터리 장르를 꺼리는 사람이라면? 그렇담 올 여름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으로 미스터리 소설에 입문해보면 어떨까. 사라진 돈 천 만 원(1백 만 엔)에 은행원들의 비애가 고구마 줄기처럼 줄줄 엮여 나오는 이 소설은 미스터리 소설 형식을 충실히 지키면서도 본격 문학의 감동을 선사한다.

체실 비치에서 | 이언 맥큐언 | 문학동네

해변이 펼쳐진 표지만 바라봐도 이미 피서를 온 것 같은 『체실 비치에서』. 하지만 혹자는 책을 펼쳤다 끝끝내 끝내지 못한 『속죄』의 무거움에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 이언 매큐언을 지레 포기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담 『체실 비치에서』로 재도전! 이 소설 역시 후기 작품의 주요 테마인 도덕의 허울과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회한을 담고 있지만 피아노 소나타처럼 감미롭고 애상적이다.

스타일 북 - 두번째 이야기 | 서영은 | 시공사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여름방학 때 해야 할 일은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가 아니다. 그보다는 뇌와 심장에 골고루 분포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우리의 스타일 중추를 강화해야 한다. 스타일은 옷 입는 법이 아니다. 서은영은 절대 옷은 이렇게 입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대신 옷과 스타일로 인해 재미나고 풍요로워진 자기 삶을 들려준다. 스타일은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스탄불 | 오르한 파묵 | 민음사

‘침울’.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르한 파묵은 자신이 나고 자라고, 자신의 소설의 시작점이자 끝점이 된 이 가난하고 슬픈, 한때는 그 어느 곳보다 화려하고 강한 기운을 내뿜던 제국의 꼭짓점이었던 이스탄불을 이 단어로 집약한다(역자는 이를 우리의 ‘한’과 비슷한 정서라 했다). 서서히 가난해지는 나라, 불타고 무너진 도시, 아직까지도 툭하면 불이 나고 무너지는 이 흑백의 도시에서 사람들은 체념하듯 긴 숨을 내쉰다. 거울의 마법을 사랑하고 자신의 분신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꼬마 오르한은 성인이 되어 죽어버린 문명의 음지에 서서 이 도시의 슬픈 역사를 응시한다. 시간의 그늘 속으로 조금씩 멀어져가는 한 도시와 작가를 잇는 마법처럼 아름다운 이야기.

최후의 끽연자 | 츠츠이 야스타카 | 작가정신

로켓처럼 쏜살같이 흘러가는 시간 가속현상에 인간세상이 아수라장이 되고, 지상 마지막 남은 끽연자는 건물 옥상에서 죽자 살자 담배를 피우다 그물에 생포되고, 천재가 되겠다고 너도나도 흉측한 갑각류를 등에 붙여 곱사등이가 되고, 타잔은 늙어서 고약한 심술이나 피워대고, 140여 년 전 닌자들은 사람의 목으로 럭비를 한다……!? 츠츠이 월드에서 상식 같은 건 돼지한테나 던져줄 일이다! 블랙유머, 난센스, 기상천외한 돌발로 쓱쓱 버무린, IQ 178의 작가가 선사하는 이 여름에 딱 어울리는 소설집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 당신도 츠츠이스트가 된다! 되고말고!

엘저넌에게 꽃을 | 다니엘 키스 | 동서문화사

‘누구나 천재가 되기를 바라지만, 천재가 된다고 정말로 행복해지는 걸까.’ 다니엘 키스의 대표작으로 정신지체를 가진 서른두 살의 마음 착한 찰리 고든이 머리가 좋아지는 수술을 받고 하루아침에 천재가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능을 얻은 그는 알지 않아도 좋은 것들까지 이해하게 되면서 서서히 웃음을 잃어간다. 머리 좋고 이기적인 천재와, 맘씨 좋고 타인을 배려하는 백치, 과연 어떤 인생이 더 행복한 걸까. 타인의 조소마저도 ‘미소’라 생각하며 좋아하던 찰리에게 결국 지능은 슬픔일 뿐이었다. 천재와 백치의 영역을 오간 그가 그때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두말할 필요 없는 명작이다. 이 책을 손에 들고 일본 로커 히무로 쿄스케의 〈FLOWER FOR ALGERNON〉 음반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소설의 감동을 음악으로 옮겼다 하니 말이다.

테메레르 4 | 웅진지식하우스

판타지라면 한 수 아래로 봤다. 읽지도 않고 ‘싫다!’고 했었다. 군인이 용을 타고 전쟁을 한다. 그런데 테메레르는 뭔가 다르다. 18세기의 외교문제, 정치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있다. 1권을 받아 들자마자 밤을 꼬박 새워 읽었다. 피터 잭슨 감독이 영화화 하려고 점 찍어뒀단다. 여름 밤에 딱 이다!

69 | 무라카미 류 | 작가정신

네*버에서 69을 치면? 19가 크게 뜬다. 책 내용은? 1969년의 이야기이다. 1969년은 68년의 분위기가 넘실대던 때이다. 젊은이들이 여름방학을 앞두고 학교에 바리케이트를 친다. 왜? 미녀에게 잘 보이려고… 여름방학이라면 이런 면도 있어야지! 때로는 즐기기 위해 사는 것도 괜찮다.

태백산맥 | 조정래 | 해냄

시간 딱! 잡고 읽지 않으면 읽기 힘든 게 장편소설이다. 읽다가 중간에 손을 놓으면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다시 읽으면 이름이 기억이 안 난다. 물론 태백산맥은 중간에 손을 놓기 싫을지도 모른다. 해방 후 좌와 우로 나뉜 마을 이야기 - 그 주인공은 빨치산이다. 역사는 역사가의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역사가 꼭 100%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