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의 논설위원과 기자로 일하시고,

논어등반학교의 교장으로 있는 저자는

 

<논어>의 가르침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일의 이치(사리)에 따라 일을 하고

일의 이치에 따라 사람을 잘 가려서

마침내 그 일을 성공으로 이끄는 법을 말해 주는 책이다" 라고 하셨어요.

 

제가 그동안 알고 있던 논어, 맹자는

책 속의 학문이고, 공부를 위한 학문이었는데

저자의 말씀대로라면 이거야말로 가장 실용적이고

필요한 학문이 아닌가!하며 놀랍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책의 차례만 보아도,

인간관계, 직장생활, 사회생활을 위한

관계 필독서에 나올 법한 소제목들입니다.

 

 

 

 

 

연산군이 폐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실정을 해서가 아니라 세력을 확고히 하기 전에

너무 성급하게 권세가들을 제거하려 한 것과

측근을 함부로 다루어 심복을 얻지 못한데 있었다고 합니다.

 

연산군의 상황이 순조롭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를 닮지 않고 아버지의 업보를 넘었다면

또 다른 임금으로서 정치를 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섭공이 정치의 도리를 묻는 부분에서

공자는 "가까이에 있는 자들을 기뻐하게

하여 멀리 있는 자들이 찾아오게 해야 한다"라고 했어요.

 

공자는 사리를 말하고 있으며 일은 가까운 데서

먼 데로 차근차근 나야가 한다는 것이에요.

이를 잘 따른 것이 바로 세종 임금이셨지요.

 

태종은 세종을 위해 외척을 제거했어요.

장인을 죽이고 처가를 멸문하게 주도한

영의정 유정현과 좌의정 박은에 대한 원망이 있을텐데

박은은 태종이 세상을 떠나기전에 죽어서

그에게 어떻게 대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유정현을 대한 태도를 보면 알 수 있어요.

 

태종이 죽은 후에도 제거하지 않고 그 자리에 썼어요.

게다가, 세종 즉위 전에는 부정적이었던 황희와 이직은

세종에게 돌아와 태평치세의 밑거름이 되었답니다.

 

세종은 진실로 일의 이치를 알고 효를 실천한 분이십니다.

 

 

다리 하나가 짧아서 절뚝이는 사람을 보고,

"짧은 다리는 딴 사람과 같으나 한 다리가 길다고 하라"고 했다니.

'자기를 낮추고 다른 사람을 높이는' '예'를 정말 잘 가르쳐주는 예화입니다.

 

 

얼마전에 본 <자산어보>라는 영화에서

"주자가 이렇게 힘이 세구나"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안타깝게 현대에도 기존의 주자학이 곧 유학인줄 알고

주자학에 젖어 있는 사람이 많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도 '공자가 일하는 법을 알려준다'는 것이

낯설고 의아하게 느껴졌지요.

 

책을 읽다보면, '예'를 단순히 '예절' '예의'로

본다면 공자의 말씀을 올바로 해석하는데 무리가 있어요.

'예'를 '일의 이치(事理)로 보아야 뜻이 분명해지지요.

 

 

공자께서 제자에게 해주신 말씀이 와닿아서 적어봅니다.

여섯가지 좋은 말과 그에 따른 여섯 가지 폐단입니다.

 

 

어짊(仁)을 좋아하기만 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리석게 되고

사람을 평하고 논하기(知) 좋아하기만 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시간과 노력을 탕진하는 것이고

신의(信) 라고 하여 하나만 잡고서 배움을 좋아하지 않으면 잔인해지는 것이고

곧은 것(直)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너무 강퍅해지는 것이고

용맹(勇)을 좋아하기만 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지러워진다는 것이고

강한 것(剛)을 좋아하기만 하고 배우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경솔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때 배운다는 것은 사리로서의 예를 배운다는 거예요.

나는 곧은 사람이야. 라고만 하고 곧기만 하고

일의 이치, 사리를 배우지 않는다면 강퍅해서

사람들이 그를 따르거나 좋아하지 않겠죠.

 

정말 딱 맞는 말입니다.

그 동안 어려운 한문이고 옛이야기들이라

현실에서는 맞지 않고 윤리나 철학 시간에만

듣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는데,

논어를 다시 느끼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해냄출판사에서 어린이 책이 있는지 몰랐어요.

아이들도 이젠 청소년이 되어서 어린이책은

정말 오랜만에 읽어봅니다.

 

K-판타지 라고 부를 수 있는 판타지 소설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1편입니다.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검은 그림자를 본다는 소년 '지우'

마지막 남은 구미호 소녀 '천년수아'

고민해결사무소 소장인 신선 '천년손이'

 

이렇게 셋이 주인공이고요,

지우의 베프 '민형'을 비롯해서

저승자사 4호, 아기장수 우투리,

서해 용왕, 자래 왕자 등 의뢰한 사건과

관련있는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5학년인 지우는 검은 그림자가 보여요.

어릴때부터 보였는데, 정확히 그게 뭔지 알 수도 없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것을 보질 못해요.

 

남과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친구가 별로 없지만,

죽어가는 두꺼비를 데려다가 극진히

치료하고 키워줄 만큼 마음이 따뜻해요.

아마도 이것이 지우를 주인공으로 정한 이유인듯합니다.

남과 다른 것이 틀린 것이 아니라는 것과 따뜻하고 착한 마음.

 

 

 

 

천년손이고민해결 사무소는 아무에게나 보이지 않아요.

맨 처음 귀영(파리 인간)을 만난 것도 지우 눈에만 보였기 때문이었고,

그 때도 지우는 도로에서 죽어가던 고양이를 살리려고 했었지요.

귀영에게서 명함을 받고 베프 민형과 함께 아무리 찾아도 안보이더니,

어스름 해질 무렵 고민해결사무소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사건이 있어서 어린이 모습을 하고 있는 신선 '천년손이'

천년손이는 지우에게서 황금빛이 난다면서

고민을 해결해줄테니 함께 일을 하자고 합니다.

지우는 걱정이 되었지만, 검은 그림자의 정체도 두렵고

왠지 마음이 끌리어 함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얼떨결에 참가하게 된 선계 배틀.

예상한대로 (주인공이니까ㅋㅋ) 지우가 우승을 했어요.

그리고 우승선물은 '환혼석'이라는 돌멩이인데

호기심이 많은 아이의 눈처럼 깜빡이고 있어요.

이 작은 돌멩이가 어떤 힘을 발휘할 지는

앞으로 맡은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확인 할 수 있답니다.

 

 

시대를 초월해서 서라벌에도 출장을 가고,

아기장수 우투리에게 녹두병을 배달하러

조선시대에 가서 매구라는 여우도 만났고,

해치를 찾으러 용궁까지 다녀온 지우 일행.

 

이 책에 등장한 인물들만 보더라도,

전래동화나 설화, 전설에 나오는게 많아요.

그래서 이 책을 K-판타지라고 하는 거겠죠.

 

 

 

판타지는 살짝 헷갈리는 게 많은데,

우리가 많이 들어보았던 요괴, 귀신, 신선 등

익숙했던 인물들이라 어렵지 않게 읽었어요.

 

초등저학년부터 고학년까지, 미리 읽어본

어린이 독자들의 반응을 보니 어린친구들에게

얼마나 흥미로웠을지 감이 옵니다.

 

 

 

위기는 있었지만 모든 사건을 해결한 주인공들.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사건을 맡게 될지 기대됩니다.

 

 

 

실용서 위주로 읽고, 가끔 외국 장편소설만 읽다가

국내 장편소설은 무척이나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처음에는 감정 이입이 어려웠다.

 

작가가 남자라는 것도 선입견처럼 작용해서

여성이 주인공인 이야기의 시작도 어색했다.

다행히 어색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설에 푹 빠져 잊혀졌지만 말이다.

 

그러고보면 나도 꽤 보수적이다.

연애소설, 사랑소설 역시 내 분야가 아니라

소설 속에서 여러번 등장하는 장면들이 민망했다.

책 띠지에 나온 것처럼, 소설 속에는

'그와 그녀의 일과 사랑, 성장 이야기'가

매혹적으로 가득 담겨져 있다.

 

 

 

 

2년간 다시는 없을 것 같은 사랑을 하더니,

청혼을 받자 다정은 거절하고 새 길을 간다.

과거 회상 부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정에게 가방은 특별한 존재다.

 

열다섯에 엄마와 아빠를 한꺼번에 잃고

다정은 커다란 가방안에서 위로를 받았다.

 

그리고 사업이 위기에 처해 하게 되어도

다정은 정목(부모의 절친이자 다정에게

키다리 아저씨 같고 늘 기다려주는 존재)과

옛 연인인 독고찬. 어느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았다.

 

 

노래하며 여행하고 여행하며 노래하는

엄마 형숙씨와 아빠 경신씨와는 달리

정목은 자작나무처럼 기다리는 사람이다.

 

학창시절부터 형숙, 경신, 정목 셋은 늘 함께였지만,

형숙과 경신이 마음껏 유랑하는 동안

회사를 일구고 다정을 돌보는 것은

정목의 몫이었다.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었지만,

다정은 대학에 다니면서 자립했다.

아르바이트를 했고, 연극 동아리에서

수많은 희곡을 읽으며 자유로웠다.

 

하지만, 연기의 길로 갈수가 없었다.

이제는 노래를 하기 위해 아이돌 준비를 했지만,

허사로 돌아갔고, 도움을 받아 1집 가수가 되었어도

신인가수 다정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어찌보면 살면서 되는게 없다며 좌절할 수도 있는 삶이다.

하지만 다정은 독고찬에게 이별을 고하면서

자신이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이다.

 

 

 

숨기도 하고 꺼내기도 했던 가방.

다정은 가방을 통해 자신을 다져나가기로 했다.

 

명품 가방을 만드는 짝퉁 기술자들을 모으고

믿을 만한 사람들을 모아서 오더메이드 가방회사를 차렸다.

회사 이름은 데뷔가 좌절 되었던 아이돌 그룸 이름인 '그레이스'

 

 

 

고퀄리티와 디자인, 합리적인 가격으로 성장하던 그레이스는

'트로이'라는 비공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위기가 닥쳤다.

1권에서 번갈아가며 나오던 그 남자의 과거가,

현재의 유다정 삶에 겹치면서 영향을 미친 것이다.

 

실제 이름은 몰랐지만, '아서'라고 부르는 그는

그레이스가 더욱 성장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디딤돌이 될 지

작정하고 컴플레인을 걸고 있는 걸림돌, 사기꾼인지 알수가 없다.

 

그가 보내온 이야기를 들어보면 믿게 되고,

이번이 마지막, 이번이 마지막 이러면서 도전을 하게 되니,

다정을 비롯한 창단 멤버들은 갈등도 많아진다.

 

 

 

 

소설이니까 결말을 말하지 못하겠으나

작가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건 확실하다.

소설이란게, 원래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허구인데,

소설 속에도 현실과 허구가 마구 섞여 있어서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가 더욱 드러난다.

 

매혹적인 장편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