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년 전이었나, 여자 중학교를 다닐 적에 우리반 친구를 왕따시킨적이 있었다.
나는 반장이었으며, 대여섯명이 우르르 몰려다니는 집단에 속해있었다. 외모에 관심이 많았고 노는 걸 좋아했다.
우리반엔 소위말하는 범생이라 불리는 애가 있었다. 여드름이 볼피부에 덕지덕지 나있고 뚱뚱하고 안경을 항상 코 끝에 대롱대롱 걸쳐쓰는 그 애의 교복치마는 펑퍼짐 했으며 종아리 반정도의 길이로 매우 길었다.
그런 이유만으로 반친구들 모두 그 애를 티나게 멀리했고, 아이들한테 미움받기 싫어하는 젊은 선생님들 마저 질문,대화조차 건네지 않았다. 누구도 그 애와 짝을 하려하지 않았고 급식을 같이 먹으려 하지 않았다. 난 반장이였므로, 내가 학급의 친구들을 두루두루 살피며 도와주고, 함께 어울리게 해야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난 그 애를 위해 급식도 같이 먹어주지 못했다. 내 어줍짢은 동정심에 그 애가 더 비참해질까봐 그러기도 했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그때 용기가 없었다. 모든 애들이 싫어하는 그 애를 내가 잘해주면 나도 왕따가 될까봐 무서웠다.
주도하지 않았지만 반장인 내가 방관했다는 이유로 그 애 얼굴만 보면 죄책감이 들었다. 눈도 마주칠 수 없었다.
사정을 모르는 학부모들이 학부모참관수업날 학교에 오면 그 애를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시험을 잘 봤으니 성실한 아이, 치마를 줄이지 않았으니 단정한 아이로 어른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특히나 반장이었던 나는 그 애와 성적과 치마길이로써 여러 사람 앞에서 비교되었다.
그 후로 나는 그 애를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다.
뒷담화로 속닥속닥 시작했던 은밀한 따돌림은 날이 갈수록 심한 욕설과 구타로 이어졌다.
담임선생님께 불려간 아이들은 하나같이 가해자들을 옹호하였고, 나는 속으로만 수없이 고민했다.
친한 친구들을 일러 그 애를 도와줄 것인지, 침묵을 지킬것인지에 대한. 결국 내가 내뱉은 말은 모르겠는데요 였다.
제임스 프렐러의 《방관자》는 나에게는 너무나 불편한 책이다.
작가가 4 년전 나를 속속들이 알고있는 듯한 기분 마저 들었다.
초장부터 책을 덮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이유는 결말이 궁금했기 떄문인것 같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소설이 그렇듯 정의의 용사 주인공이 왕따당하는 아이를 도와 물흐르듯 이야기가 전개되어 결국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반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장치가 이 소설 안에 숨어있었다.
주인공 에릭이 방관자에서 피해자로 역전되는 것이다.독자의 입장에서 그게 너무나도 유쾌하면서 한편으론 안타까웠다.
방관자,피해자 두 입장에서 느껴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만약 어른들이 이 책을 읽게된다면 대부분이 <방관자>가 된 아이들을 탓하며 용기를 내보라고 말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가는 학교폭력과 방관자가 된 아이들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알면서도 묵인하는 선생님들, 어정쩡한 대처, 형식뿐인 학교폭력예방 시스템..
이 모든것이 개선되지 않는 이상 학교폭력은 점점더 심해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우리 학생들도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 도덕시간에 매번 배우는 역지사지라는 말을 시험지에 쓸게 아니라
우리 뇌에 먼저 그 말을 집어넣고 살아야 한다. 말만 잘하지 사실 진짜 찌질이는 나였는데 허세부리며 누굴 욕하던게 생각나서 너무 창피하고 지금도 후회된다...ㅠㅠ 될 수 있는 모두가 이 책을 읽고 많은 것을 느껴 더이상의
방관자도 피해자도 만들어 내지 않고 나처럼 몇년뒤에 이렇게 괴로워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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