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아가면서 역사를 알아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과거의 지난날을 통해 삶의 지혜와 교훈을 얻고, 국가와 민족의 자부심과 전통을 알아 가는데 역사만큼 훌륭한 교과서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학교에서부터 역사를 배우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역사를 공부한다. 그러나 역사책들은 단순히 역사적 서술뿐만이 아니라 그 책이 쓰인 당시의 사상과 문화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한자로 구성된 역사책을 번역해 놓았다고 하더라도 집필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알지 못한다면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를 뽑으라 하면 단연 삼국사기를 뽑을 수 있다. 고려시대에 집필된 이 책은 삼국시대의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삼국사기가 쓰여 진 당시의 집권층의 역사관을 연구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전체로 편찬된 이 역사서는 인물에 대한 사실적 서술이 끝나면 김부식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사론의 성격을 가진 論贊 31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러한 논찬을 연구함으로써 고려시대의 사상과 문화를 알 수 있다. 그러나 삼국사기 역시 다른 역사서와 마찬가지로 당시에 대한 역사적 배경지식이 없다면 읽기가 매우 어렵다.

  역사서를 읽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오늘날의 많은 역사책들은 역사적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다가가기 쉽도록 원전을 새롭게 해석하고 구성하여 출판되고 있다. 삼국사기 역시 다른 역사책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새롭게 구성되어 역사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더라도 접근하기 쉽게 서술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동방미디어에서 출판된 ‘인물로 읽는 삼국사기’는 삼국사기를 읽기 쉽게 새로이 구성한 책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신분별로 인물들을 나누어 삼국사기에 나타난 인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1편에서는 왕에 대해 설명하고, 제2편에서는 삼국시대의 장군들을, 제3편에서는 신하들을 소개하고 있다. 제4편에서는 지식인과 예술인들을 소개하고, 제5편에서는 효와 충을 지킨 사람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물별로 구성을 새롭게 해 역사책을 쉽게 읽을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인물의 소개가 끝나면 김부식의 사론을 수록하여 역사적 사실에 대해서 당시 역사가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또 관련된 역사상식을 추가하여 역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의 이해를 쉽게 해주고, 깔끔한 편집과 함께 관련된 사진을 많이 첨부하여 독자로 하여금 읽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인물로 읽는 삼국사기’는 2000년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대상으로 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에 맞게 재해석 하고 오늘날에 맞게 새롭게 비판을 하지 않고 원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다. 역사는 분명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시대가 흐르고 세상이 변화하는 만큼 역사적 해석은 바뀌게 되고, 새로운 평가를 하게 된다. 머리말에서 작가는 일반 국민들이 삼국사기를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삼국사기의 원형을 해체하여 인물중심으로 새롭게 재구성하였다. 새로운 구성은 삼국사기에 접근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지만, 원전을 번역한 것에 급급한 느낌에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들이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감이 있다. 구성뿐만 아니라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하고 작가 나름대로의 새로운 비판에도 더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