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상했습니다. 종민이 중심으로 돌아가던 세상이 갑자기 다른 사람을 중심으로 돌고, 자신은 들러리가 된 것 같았습니다.
이런 쓸쓸함과 배신감은 처음 겪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어쩌다 따돌림을 당했을때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종식아, 사람은 누구나 자기몫의 십자가가 있단다.
저 들판의 작은 들풀과 꽃, 하늘에 맴도는 하루살이 벌레도 다 이세상에 나온 의미가 있단다.
종식이의 장애는 종식이의 십자가야. 누구도 대신 질 수 없는 거란다. 이왕 지는 십자가 기쁜 마음으로 지겠니,
슬픈마음으로 지겠니?"
...
아이를 낳고나면 어른이 된다는 말이 무슨뜻인지,
아이를 낳기전에는 감히 상상도 못해볼 말일 것이다.
그렇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어렵고도 숭고한, 나의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임신을 하고 열달동안 단한가지 소원이 있다면, 그것은 정상적인 아이를 출산하는 것이었다.
그외 그 어떤 바램은 욕심이고 속물만 같았던, 그런 마음이었다.
아주 특별한 우리형...뇌성마비에 걸린 형...
함께 자라면서 겪었어야할 형제들만의 시간을 함께 나누지 못했기에 이방인같고, 내 자리를 차지하러온 적군인것처럼 느껴지기에
엄마아빠로부터 받는 느낌은 배신감 그 이상이었을 것이다.
그런 형을 형으로 받아들이는 동생과,
가족의 구성원스럽지 않은 자신을 가족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힘든 형의 고뇌와 아픔이 잘 드러나 있다.
자기 몫의 십자가...
그말이 참으로 숭고해보인다.
나만의 십자가는 무엇인가.
그누구도 대신 질 수 없는, 이왕 지는 십자가 기쁜 마음으로 져야할 십자가는 무엇일까...
곰고미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