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시리즈에서 점장 제의를 받아 수락했던 수짱. 이 책은 그로부터 2년이 흐른 후의 일을 그려낸다. 카페 점장이 된지 2년째로 직원들을 통솔하고 있는 수짱은 나름 잘 해나가고 있다. 정사원과 아르바이트 생들의 불만과 건의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려 노력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런 수짱에게 위기가 나타났으니, 그것은 같이 일하는 무카이 씨의 존재 때문이다. 사사건건 불평불만에 빈정거림은 수짱을 지치게 만든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신경을 긁고 하루의 기분을 망쳐버린다. 또 뭐라 할수도 없는게 무카이의 큰 아버지가 카페 주인이니, 수짱의 괴로움이 너무 잘 전해져온다.

 

'한 가지가 싫은 게 아니라 사소하게 싫은 몇개가 마치 장롱 뒤의 먼지처럼 조금씩 조금씩 쌓여가고 커다란 먼지가 된다. 그렇게 청소기로 빨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미움이 커진다.' 라는 말이 나오는데 아마 인간관계에서 괴로움을 겪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이 될 것이다. 특히 싫은 사람을 매일 직장에서 봐야 한다면 스트레스가 엄청날수밖에 없다. 일을 그만두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짱의 친척동생인 30세의 아카네 에게도 싫은 사람이 있는데, 직장에서 늘 자기 일을 떠넘기는 기무라씨 이다. 응접실의 커피잔을 치우지 않는다거나, 같은 업무를 계속 묻거나, 공휴일을 끼고 휴가를 간나거나 하는 등등의 일은 남들 눈엔 사소한 일로 보일수도 있지만 당사자에겐 엄청난 짜증과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무카이나 기무라가 보이는 말과 행동은 밉상의 전형적인 모습이라, 읽는 내내 짜증을 솟구치게 만들었다. 이런 동료와 같이 일하라고 한다면 아마 보살이 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이런 모습이 정말 없을까 라는 반성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 '아무래도 싫은 사람'이란 평가를 받지 않도록 말이다.  

수짱 시리즈의 첫번째 책인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는 30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이다.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어떤 사람으로 살고있는가를 고민하는 수짱의 모습은 일과 사랑 등에서도 여전히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우리들을 대변하는 듯 하다. 30대 라는 건 일에서도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지만 완전하게 정착하는 나이도 아니고, 외모도 조금씩 변해가는 나이이다. 결혼을 하지 않으면 노처녀 라는 무시무시한 말이 떡 하니 붙게 되고,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의 "결혼은 언제 할거니?" 라는 잔소리를 지겹게 들어야만 한다. 즉 30대 수짱의 고민은 30대 여성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성독자들의 열렬한 공감과 지지를 받는 것 같다.

 

카페에서 일하는 수짱의 평범한 일상에 가장 큰 사건이라함은 아무래도 평소 흠모하던 매니저와 동료의 결혼 소식일 것이다. 매니저 빼곤 죄다 여자 직원인 카페에서 일하느라 남자와의 만남 자체가 전무한 수짱인지라 매니저에게 마음이 갈수밖에 없었는데, 사내 비밀연애를 하고 있을 줄이야. 동료가 괜히 야속하고 삶의 낙이 사라진듯한 기분이 안쓰러우면서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 경험조차도 거의 없어지니 말이다. 수짱의 친구인 마이코가 유부남과의 만남을 쉽게 정리하지 못한 것도, 사랑하지는 않지만 혼자 있기 외로워서였다.

 

가끔은 속물같은 자신의 모습에 울고싶은 기분이 되고, 진짜 나는 뭘까 고민하며 살아가는 수짱과 마이코. 그녀들의 일과 사랑은 순탄치는 않고, 대부분은 너무 평범한지라 특별한 사건도 없지만 그 모습이 보통 30대 여자들의 삶 그 자체라 공감이 된다. 7년전에 산 커튼을 처음으로 빨았다거나, 평소엔 대충 건너던 횡단보도를 아이가 옆에 있어 신호를 지켰다는 소소한 이야기들은 너무 내 얘기같아 웃으면서 읽었다. 그런데 나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걸까, 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삶 아닐까 싶다. 내 인생을 돌아보고 질문을 하며 답을 찾는 과정을 누구나 다 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중년 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저자의,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솔직담백하다. 처음 생리를 하고 어머니께 생리팬티의 존재에 대해 배우고, 브래지어를 차기 시작했던 어린 소녀는 이젠 큰 팬티의 편리함을 알아버린 나이가 되어버렸다. 젊었을 땐 나이든 여자를 아줌마, 할머니 라고 부르는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막상 그 나이가 되자 울컥한 감정을 느낀다. 미인은 아니더라도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젊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난다는 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아이가 어떻게 생기는지 몰라 나름 상상력을 발휘하며 꺅꺅 거리던 친구들은 이제 엄마가 되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이런 이야기들은 비록 개인적인 일이지만, 같이 나이드는 여자로서 큰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특히 나도 나이가 드니 멋내기 위한 아이템 보다는 편하고 내 몸에 건강한 걸 우선적으로 찾게 된다. 작가가 보고 큰 충격을 받았던 거대한 선바이저는 나 또한 이해안되던 물건이었는데, 다스베이더 같다고 표현해서 엄청 웃었다. 큰 챙으로 얼굴을 가리고 마스크까지 쓰며 햇볕은 원천 차단하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을 보며 깜짝 놀라고 의아스러웠는데, 지금은 그럴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얼굴의 기미가, 목의 주름이 신경쓰이는 나이가 서서히 가까워지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어렸을 때 부터 대놓고 듣거나 은연중에 주입시켰던 '여자의 행동'에 대한 것들에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여자는 이래야 돼, 이래가지고 시집이나 갈수 있겠어? 라는 말 등등. 모임에 여자가 있으면 자연스레 회계사 역할이 주어진다는 에피소드 등은 맞아맞아 라는 감상을 하게 된다. 반면 남자들은 어떤 경우에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될까 라는 궁금증도 함께 생긴다. '남자라는 생물'은 어떤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