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서머싯 모옴.                                                 2019.04.24 최은희

대학생시절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던 책이었지만, 지금 북 클럽 도서로 선정되어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어쩜 한번도 읽지 않은 책과 다르지 않음에 충격을 받았다. 하물며 그 시절에 무슨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었었는지 조차 기억이 날 리도 없다. 앞으로는 책을 읽으면, 뭐라도 끄적여 놓아야겠다라는 다짐과 함께, 후기를 남겨본다.

주인공은 스트릭랜드 화가인데, 그 유명한 폴고갱을 모티브 삼아 지은 글이라 했다. 글의 화자는 주인공의 주변인 3자이고, 잠깐 몇 번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식사하는 정도. 가장 큰 만남은 스트릭랜드가 가정을 버리고 본인 혼자의 삶, 그림을 그리기 위해 달아났을 때, 스트릭랜드 부인의 부탁으로 집에 돌아오게 설득하기 위해 보냈을 때의 만남과 같이 자발적인 만남과 관계는 없었다.

처음부터 화자는 스트릭랜드가 천재화가인데, 천재화가로서 인정받기 전에는 얼마나 괴팍하고 자기중심적인 괴짜의 모습에 냉혈인간처럼 관찰하고 듣고 전하고 있다. “천재화가” 이러한 평이 아니라면, 비사회적인 모습의 인물을 구태여 언급할 가쉽거리도 안 되는 것인데, 보통 인이 접할 수 없는 수준의 천재부류로 분류되는 순간, 일반인들이 우러러 보고 공경해야만 할 것 같은 선망의 이상적인 인물로 탈바꿈해버리고 왠지 수긍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역시, 이상과 꿈을 담은 “달”은 스트릭랜드, 그리고 하찮은 현실 세계 속에 있는 우리는 “6펜스”로 대비되는 것이다. 우리는 끝까지 “달”을 가질 수도 “달”을 품을 수도 없는 현실 속에서 그저 동경만할 뿐이고, 그래서 스트릭랜드의 정신세계를 탐해보려고 관심을 가져보지만, 먼 세상일 뿐이다. 3인칭 관찰자 시점, 작가의 관찰자적 설명과 이야기 전함의 기법은 더더욱 일반인 독자가 스트릭랜드를 이해할 수 없게 만드는 데 한 몫 하여 달은 저 멀리에만 있을 뿐임을 확실하게 해주었다. 주인공 스트릭랜드의 신비로움을 한층 올렸고 그의 정신세계를 직접 설명할 필요도 없고 일부러 이해를 구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천재”라는 한 단어로 모든 것이 설명되고 납득이 되는 것으로 일관된 태도를 취할 뿐이다.

본인이 무엇을 하고 싶고, 무엇을 할 수 있는 지를 알기에 그림에 빠져들어 있는 열정에는 지지를 보낼 수 있다.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주변인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그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고 그는 몰랐다고 본다. 그를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 그래서 인생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영국에서의 아내, 사랑 법이 달라 연인의 한계를 깨닫고 결국에는 자살을 선택한 프랑스에서의 블란츠 그리고 유일하게 스트릭랜드 그림의 훌륭함을 처음 알아봐주고 아내를 빼앗겼음에도 바보처럼 착한 심성과 경제적으로 도와주던 스트로브에게는 안타까움을 전한다. 마지막으로는 스트릭랜드에게 유토피아적인 원하는 삶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라 예상되는 타히티에서의 아내 아타는 유일하게 스트릭랜드와 조화 (하지만, 가정부, 노예와 같다)를 이루고 이해하고 헌신하고 사랑을 할 수 있는 여자로 그려진다. 하지만, 여자는 사랑밖에 할 줄 아는 게 없고, 사랑을 터무니없이 중요하게 생간하고, 그래서 남자들에게 사랑이 인생의 전부인 양 믿게 하고 싶어한다고 폄하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은 스트릭랜드의 태도는 주위의 도움과 사랑을 무시하고, 상당히 냉소적이고 이기적인 태도가 아닐 수 없기 때문에 대조를 이루는 모습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은 내내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전적으로 공감할 수가 없이 추측만 무성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남 얘기를 전하기만 할 뿐이니까. 심지어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기만 하니 내 맘대로 해석한다. 본인의 이상을 추구하되 남의 마음에 상처는 주지 말았어야 했다고 경고를 전하고 싶다. 소설이기 때문에 모티브로 삼았을 뿐인데도 당분간 고갱하면 스트릭랜드가 떠올라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 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과연 스트릭랜드가 자신의 육체적인 죽음이 무서웠던 걸까? 예술가의 혼의 죽음이 두려웠던 것이라고 하니 이해가 좀 된다.

=초이=

보아하니, 나는 추리, 스릴러, 탐정소설을 좋아한다.

이 책이 그런 맥락의 연장선으로 아주 흥미로왔던 책으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책 제목에서의 뒤마는 삼총사,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저자인 알렉상드르 뒤마를 지칭하는 것이고, 뒤마 클럽은 그를 지지하고 맹신하는 이들의 모임이라고 볼 수있다.

 

이야기는 고서를 찾아 다니는 책사냥꾼 코르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에게 주어진 일은 알렉상드르 뒤마의 육필본인 삼총사의 일부인 [앙주의 포도주]와 저주받은 고서인 [아홉개의 문]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판별하는 것이다. 여기서 [아홈개의 문]은 전세계에 3권밖에 남아있지 않는 책으로써 이 세권에 포함된 아홉개의 그림이 서로다름으로 해서 해석을 요하게 한다.

 

10대에 활자로 씌여진 것이라면 게걸스럽게 읽어 치웠던 코르소는 이미 1000여권의 책을 읽었다고 말하며, 그로인해 문학에 정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문학고전소설의 어구나 삽화들이 하나 하나 지식이 되어 삶자체에 뭍어 나온다. 주인공인 코르소를 그렇게 묘사했지만, 이는 작가인 레베르테(스페인작가)를 투영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그가 얼마나 문학에 정통한 사람인지 훌륭해 보였다.

 

이 책안에 소재로써 언급되던 책들은 15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의 중세시대의 책들로 멀게는500년전에 발행된 책까지도 정통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러한 고서들은 현재의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이었으므로 목판본으로 직접 찍어냈다든지 하여 원본은 대단한 소장가치와 돈의 가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책사냥꾼은 이러한 책들을 사고 팔고, 진위 여부를 판별하고 중개역할을 하여 고서적수집가로 부터 돈을 버는 직업이다.  

 

책과 연관된 직업치고는 다소 어두운 면이 있다.

책의 진위여부를 판별하기 위하여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살인과 음모가 섞여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책과 영화를 비교하기도 한다.

그 어구 중에 마음에 와 닿은 다음 아래 글이 있다.

 

"영화는 이렇게 누구에게나 관대하잖아. 텔레비젼을 통해 보는 영화도 좋아. 왜냐하면 두 사람이 함께 볼 수 있고 서로가 하고 싶은 말을 주고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러나 당신의 책은 지나치게 이기적이야. 고독해. 책은 둘이 함께 읽을 수 없고, 책을 펼치는 순간 두 사람의 관계는 깨지는 거야. 당신처럼 오로지 책에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다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 내가 두려워하는게 바로 그거야."

 

책을 좋아하는 주인공 코르소에 대하여 연인이 불만을 얘기하는 장면이다.

 

책과 영화를 둘다 좋아하는 나로써는 이번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나도, 1000권을 넘게 읽는 경지에 언제쯤이나 도달할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이 책에서 안타까운 것은 고서안의 비밀이 명확하게 풀리지 않은 채로 끝이 나서 살짝 아쉬웠다는 점이다. 무언가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을 까하고 기대가 컸던 탓일게다.

 

=초이=

전지적 작가 시점의 서술이 어색하긴 했지만,

마지막 정홍수씨의 해설을 읽고 나니, 이 소설이 단순히 엄마라는 절대적 소재를 빌어 감정에 호소하여 눈물을 짜내는 신파소설이 아님을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너(큰딸)" "그(큰아들)" "당신(남편)" 이라는 문구는 화자가 엄마이면서도 절대적인 존재인 듯 하며 더 나아가 신이 될 수 도 있으리라.

이러한 기술을 통해 글을 읽고 있는 "나"는 화자가 언급하는 "너"와 동일시 되어 죄를 고해받치고 반성하고 뉘우쳐야만 할 것 같다.

 

내용인 즉슨, 아빠가 엄마와 서울 아들네 집에 올라왔다가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발 후 보니, 엄마가 없었다는 것이다.

혼잡한 서울에서 가끔 정신이 나가기도 하는 엄마를 잃어버린것이다.

잃어버린 엄마를 찾으면서 그동안 잊고 있던 엄마에 대한 가족의 기억.

 

"엄마를 잃어버린 지 구개월째다" 마지막 장의 첫 문장이다.

왠지, 곧 찾을 것만 같다.

하지만, 결국은 베드로성당의 피에타상의 예수의 주검을 안고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으로 엄마는 스며들어있다.

여기서, 엄마는 딸이고 딸은 엄마인 것이다.

 

더 이상 늦기 전에 미처 잊어, 잃고 있는 엄마를  품어야하겠다.

 

=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