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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서른둘에 사랑을 만나다.

서른둘의 임수진 양은 빈 사무실에서 혼자 숙직을 하며 신세타령을 하고 있던 중 혼자라서 소리라도 버럭 질러 볼까하는 심정으로 일어나는데 순간 문이 벌컥 열었다. 들었을까 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돌아보니 들어온 사람은 서른아홉 먹고도 장가를 안간 순수 총각 지서장 진지섭이었다. 
얼른 가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큰데, 눈치없는 지서장 자꾸 말을 건다. 그것도 신경을 긁으면서..
남자친구 없느냐? 눈이 높은 거 아니냐? 서른둘의 풍만하신 몸매의 임수진 양에게는 좋은 말로 들리지 않는다. 
기분은 나빴지만 나름 공손하게 되받아 쳤다. “나이도 있으신데 지서장님부터 가셔야죠.” 
'얼른 가 달라, 방해된다' 눈빛을 막 쏘고 있는데~남자친구로 자긴 어떻느냐고 물어본다..
“~복터진 거죠.”
잘 따져서 오목조목 잘 얘기하니 돌아오는 답변이 충격적이다.
“나랑 사귀면 복 터진다면서요. 그 복, 수진 씨가 가져요.”
특 A급 순수총각 지서장 진지섭에게서 고백을 받았다. 이게 왠 떡이냐 횡재냐 생각하지만 장난하는 것 아닐까 의심도 든다.
임수진은 자격지심에 자기비하도 많이 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언니의 충고에 따라 지섭의 눈을 보니 그는 진심인 것을 알게 되었다.
망설이다가 그의 마음을 받게 되고 연애라는 것을 시작한다.
연애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정말 멋진 사람이네! 
사랑받고 있구나!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느끼고 있는데~ 덜컥 결혼이라는 무서운 일을 진행하려고 하는 지섭. 사실 지섭은 올해를 넘기지 않을 작정이었다.
사실 수진은 결혼보다 연애가 더 좋은데.. 부담스러운데~
하지만 그의 나이도 있고 하니 무서운 마음은 있지만 상견례를 하고 결혼 날짜를 잡고 결혼 준비도 잘 되어가는데 문제가 생겼다. 
수진이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한다. 
지섭이 왜 자기를 좋아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단다. 그래서 불안해 한다.
그럴 땐 누구나 말하는 그냥!!! 어떤 다른 이유도 없이 그냥 좋아지는 것.. 다시한번 그를 믿고 한걸음 더 나아가게 되는 수진.
지섭의 단단한 마음을 믿고 결혼을 하고, 지섭과 수진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즐긴다.

이번 소설은 정말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소설이었던 것 같습니다.
뭐랄까? 흔하디 흔한 재벌가 이야기도 아니고, 주위 어디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여자주인공과 조금은 멋진 능력있는 남자주인공을 볼 수 있어서 신선했다고 할까요?
수진의 모습에서 잠깐 제 모습도 보았다가 주위의 누군가의 모습도 보았다가 정말 보통의 한 여자의 이야기인 것 같았습니다.
평소에 남자로 생각하지도 않았던 사람이 고백해오면 당연히 관심이 가고, 기분이 좋은 그 마음도 이해할 수 있었고, 조금은 불안한 마음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섭의 사람을 볼 줄 아는 눈!! 가장 마음에 듭니다.
남들보다 넉넉하다고 나이가 많다고 색안경 끼기보다는 그 사람의 진실 됨과 성실성을 보고 사랑을 할 줄 아는 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눈이 아닐까요?
이 소설에서는 악역이 없습니다. 물론 지섭의 예전 여자친구가 지섭을 버리고 떠났으니 악역이라면 악역이겠지만,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악랄한 역할은 없습니다.
그래서 더 잔잔하게 감정이입도 잘하고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다른 소설들 보면, 떠난 여자가 다시 돌아와서 현재 옆에 있는 주인공을 괴롭히고 모함하고 눈살 찌푸리게 책을 덮고 싶게 만드는 악행을 저지르기 마련인데...
이 소설은 정말, 누군가의 삶을 적어놓은 것 같아요.
우리들의 삶에서 재벌이라던지 악행을 저지르는 여자 조연들이라던지 많이 볼 수 없잖아요. (물론 밉고 싫은 사람은 있겠지만요..)
잔잔하고 글의 흐름을 흐려놓지 않아서 정말 좋았습니다.
1년여를 고민하고 고민해서 털어 놓았을 멋없는 지섭의 고백.
지섭의 진심을 느끼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면서 사랑을 알아가는 수진.
너무도 예쁜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랑이야기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감정이입도 잘 할 수 있고, 지섭의 사랑도 받을 수 있고 (읽는 동안 내가 수진^^) 행복한 결실도 맺었으니 읽길 잘했다 싶습니다.
책의 내용을 더 적고 싶지만, 그러다가는 책을 다 적어 내릴 것 같아서 에피소드들은 직접 읽으시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거에요.!!!
39살의 총각도 사랑에 순수할 수 있다는 것 이제야 알았습니다.
사랑 앞에선 누구나 순수하게 되는 것일까요? 물론 사랑을 쟁취한 마지막의 지섭은 늑대가 되지만요..

산부인과 간호사인 세연은, 임신한 여자와 함께 온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신성한 산부인과에서 입에 담지 못할 말과 함께 여자의 임신이 탐탁지 않은지 곤란하다는 듯 눈빛과 기운을 내뿜고 있다.
하문은 동생의 여자를 데리고 산부인과를 갔다가 자신을 파렴치한, 인간 말종이라는 듯한 눈빛과 기운을 내뿜는 한 여자를 만났다. 그런 오해가 불쾌하지만 대꾸하지 않는다.

어느 날,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거하게 취한 세연은 저기 보이는 저 기분이 나빠지는 뒤통수를 어디서 본 것 같다. 그리고 단숨에 달려가 비싼 핸드백으로 하문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세연은 그대로 하문에게 일장연설을 해댔고 십원 짜리 욕도 거침없이 쏟아내며 비난을 하기 시작했다. 너무도 어이가 없어 그대로 서 있던 하문은 이 여자가 낯이 익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자신에게 대드는 세연을 친구들에게 고이 보내주고 묘하게 신경을 끄는 그녀를 생각한다.

술에서 깬 세연은 비싸고 아끼던 명품 가방을 잃어버린 것을 목숨 값으로 치라는 친구들에게 욕을 한 바가지로 얻어먹고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곰곰이 생각해 보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친구들의 말에 따르면 깡패에게 시비를 걸었단다. 맙소사!
다시보게 된 하문을 보며 재수없다며 지나치려는 세연은 그가 자신의 핸드백을 가지고 있다는 말에 경악하고, 핸드백을 받기 위해 고분고분 하는가 싶더니 또 할말은 다 한다.
"고마운건 고마운 거고 오해해서 미안한 건 미안하지만..난 참 그쪽이 마음에 안 드네요.."

무시해도 그만이지만 왠지 무시할 수 없는 톡톡 튀는 매력을 가진 세연에게 자꾸 끌리는 하문은 세연에게 연애라는 거, 사랑이라는 거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을 한다. 세연도 그동안의 오해가 풀리고 제법 남자답고 괜찮은 하문의 말에 봉을 잡았다는 생각을 하고 연애라는 거 시작한다.
솔직하고 재치 있는 입담의 세연과 함께 있으면 하문은 언제나 즐겁고, 세연의 솔직한 말에 당황하기도 하지만 그 모습이 더 예뻐 보인다.
무뚝뚝한 하문과 톡톡튀는 세연의 연애가 알콩달콩하다고는 못하지만, 그런대로 함께 있으면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함께 있으면 즐거워진 사람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서로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날, 일이 터진 것이다.
하문은 칼에 찔려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입원해있고, 세연은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뿜어내며 그 병상을 지키고 있다.
세상에서 깡패가 제일 싫다고 했던 세연에게는 그 사건으로 하문이 깡패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미리 말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하문이 거짓말을 했다는 생각에 그를 더 이상 믿고 만날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문은 끈질기게 노력을 하고 세연도 하문이 자신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고 함께한다.

- 톡톡튀는, 연애를 시작하기 전 이야기들이 참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자신이 핸드백으로 뒤통수를 때렸던 사람이 하문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혼자서 "빌어먹을"이라는 말을 하는 장면 너무 솔직해서 좋았다. 꾸밈없는 세연에게 그 자체의 귀여움을 본 하문도 멋졌다. 물론 하문이 하는 일은 솔직히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하문도 벗어나고 싶어했고 결국엔 벗어나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으니 모두가 해피엔딩 아닐까? 연애를 한 뒤에 세연의 혀 짧은 소리와 과한 애정행각에 손발이 오그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오글오글..간질간질...세연은 그런 애교를 어디에다가 숨겨두고 있었을까? 그런 애교를 잘 받아주는 하문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두운 곳의 일을 봐주고 있던 하문..너무나도 솔직하고 화끈한 세연, 잘 보면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그래도 그들의 사랑을 읽으면서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사랑스러운 이야기.. 그래서 부러운 이야기이다. 사랑이 너무 빨리 시작하지 않아서 좋고, 사랑을 시작하기 전의 그 미묘한 감정이 잘 들어나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