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삶을 이야기할때, 아니, 나 자신의 삶을 이야기 할 때..

그 누가 나의 삶은 참 아름다웠다고 말하고 싶어하지 않을 이가 있을까..

사람들에게 인생이란 언제나 장미빛 미래를 꿈꾸게 하는 힘을 가진 시간이다.

 

아마.. 이 책의 주인공인 티아 역시 마찬가지였을리라..

죽음에 들어서는 순간, 누군가에게 한마디 말을 전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아마 그녀도 나의 인생은 참 아름다웠노라..말 하고 싶었으리라.. 게다가 그녀는 한 나라의 왕을 사랑하고, 사랑받고자 했던 여인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가졌기에 그녀의 꿈은 어쩌면 이야기 속에서는 그렇게 흘러가야 정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주인공인 티아의 인생은 다른 소설의 주인공처럼 그 끝이 아름답게 끝나지 않는다.

제목부터 그녀의 운명을 말하고 있지 않은가..

그녀는 버림받은 황비일 뿐이다.

 

하지만 여기에 반전이 숨어 있다.

인생의 모든 꿈과 노력을 다해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최고의 여자로 살아갈수 있었을지도 모를 자리에서..

그녀는 그 모든 것들을 정반대로 겪어내었다. 사랑했던 이에게 버림받고, 처참하게 처형을 당한채로 삶을 마감한다..

 

하지만 이렇게 끝나버린 그녀의 인생은 결코 이야기의 끝이 아니다. 오히려 시작이다.

버림받은 황비는, 이제 어떻게 그녀가 사랑받는 인생을 살아가는가로 진행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버림받고 처형까지 당한 처절한 운명의 여인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는 그 모든 기억을 껴안고 다시 열살이 되었다.

 

 

오랜만에 만나는 장편소설. 버림받은 황녀..

내가 들고 있는 책은 1권과 2권이다. 이제 2권을 막 덮었지만 여전히 이 이야기는 진행중이라고 한다.

아마 대략 5권 정도가 되어야 이야기가 정리될 것이라고 하니.. 이 이야기는 꽤 길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되리라..

 

버림받은 기억을 가지고 다시 살아가게 된 티아..

그리고 그 운명을 알고 있기에 그 운명을 거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는 그녀의 이야기는..

언젠가 우리도 한번쯤 해보았음직한 그 읊조림을 떠올리게 한다.

 

"다시 그 때로 돌아간다면..."

 

다시 인생을 살아갈 기회를 얻게 된 티아..

그리고 정해진 운명을 거부하면서 달라지는 그녀 주변의 모든것들... 우리는 인생의 단 한순간만을 고치고 싶어하지만 사실 그것은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일이라는 것을.. 이 이야기가 보여준다.

 

마치 영화 나비효과처럼 말이다.

재미있는 소설이다. 그리고 무척이나 즐겁게 읽어내려가고 있다.

남은 이야기들도 기다려지는.. 그리고 그녀의 마지막 운명이 무척이나 궁금하기에..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고 싶게 만드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상이 끝난다.

 

지구의 멸망, 혹은 세기 말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은 생각보다 많았고, 여전히 많으며, 앞으로는 더욱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종말이 아닌 세상 모두가 끝이 나는 그 종말이 정말 온다면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바뀌게 될까?

세상이 발전할수록 인류는 더욱 자주, 더욱 깊게 종말과 인류의 끝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 듯 하다.

그리고 그 고민은 문학과 예술에 고스란이 드러난다.

라트스 폴리스맨 역시 그런 테마를 가지고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세상이 곧 멸망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조금 다른 전제를 깔고 시작하고 있다.

멸망의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이다.

 

 

세상이 곧 멸망한다와 세상이 3일후에 멸망한다는..

마치 나는 곧 죽는다와 너는 3시간 후 사망한다와 같은 차이를 보이는 말이다.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인류.. 그 인류의 혼란속에 라스트 폴리스맨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혜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하고 그로인해 얼마남지 않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인류,

하지만 라스트폴리스맨 속의 인류는 아직까진 정확한 날짜를 선고받지 않은 상태이다.

아직까진 정확한 날짜를 선고하겠다는 바로 그 공표일만이 정해진 상태이다.

 

하지만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고 시간은 시시각각 다가온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세상의 사람들은 멸망을 앞두고 혼돈을 경험하고 있다.

 

누군가는 일상에서 벗어나 그동안 하고 싶었던 버킷리스트를 실행하고, 누군가는 폭주하며 누군가는 무기력해진다.

그리고 남은 누군가는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일상에 충실하고 있다.

 

라스트폴리스맨은 바로 그 일상에 충실한 남은 누군가이다.

멸망을 선고받은 인류, 그 안에서 유난히 자살이 난무하는 도시..

어쩌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설정이지만 라스프폴리스맨은 누군가의 자살을 살인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어짜피 얼마 못가 모두가 죽을 멸망을 앞두고 있는데, 이미 죽은 누군가의 죽음이 자살이든 타살이든 그것이 왜 그토록 그에게 중요한 것일까?

 

 

만약 나라면 그 상황에 어떤 태도를 보이게 될까?

책을 읽으며 그의 모습이 일면 이해되지 않았고 또 다른 일면은 참 안쓰러워보이기까지 한 것은 나뿐일까?

 

누군가의 죽음을 앞에두고 그것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분명 폴리스맨이 할 일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 속에서는 인류의 멸망이라는 더 큰 이슈앞에 폴리스맨이지만 더 이상 폴리스맨이어야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이들로 가득차 있다.

 

그래서 누군가의 죽음을 의심하고 진실을 밝히려는 팔라스는 그 자체로 라스트폴리스맨이 된다.

 

라스트폴리스맨은 추리소설치고는 굉장히 화려한 문장들을 구사하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는 번역가의 능력이 작용한것이기도 하겠지만 번역서들을 만나다 보면 자칫 어색하게 느끼게 되는 구구절절한 표현보다는 더욱 섬세하고 치밀한 표현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 덕분일까? 추리소설이지만 자칫 추리소설이기 때문에 스토리 이외에는 볼것없는 책이기 보다는 읽는 내내 같이 호흡하며 생각하게 하는 즐거움이 있다.

 

이 책은 시리즈물의 한부분이라고 한다. 큰 전제가 되었던 혜성의 충돌을 이어가며 이야기는 아마도 다른 스토리를 이끌어낼 것이다. 멸망앞에선 인류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이야기의 다른 시리즈를 읽는데 주저할 필요는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