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란 무엇일까? 단순히 노동이라 하기엔 일은 우리 삶에서 너무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일로 파생되는 사건들은 또 어떠한가.
일은 단순히 일이 아니다. 일은 여가를 만들고, 사랑을 만들고, 사건을 만든다.
그렇게 일은 삶을 부분부터 전체로 채워나간다.
그동안 내가 일에 대해 얼마나 단순히 생각했었는지를 꼬집어주듯 이 책 속 작은 단편들은 일로 인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내게 들려주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가인 리처드 포드가 왜 일을 주제로 이러한 책을 엮으려 했는지 알려주는 서문부터 내겐 퍽 인상적이었다.
일에 대한 작가의 어머니와 자신의 생각. 또 소설 속 일의 역할등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영역이다. 일은 자아실현을 위한 도구이자 돈벌이의 수단이고 삶의 축이다.
일이 있어야 여가도 있다. 일을 줄이고 여가를 늘이는 것이야 개인들 삶의 방향에 따라 다르지만 일을 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가족들을 위해 일에 매진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결국 가족이 파탄나는 이야기, 가족을 잃고 삶의 수단을 쫓아 지역 강도들을 타진하여 거부로 재탄생한 이야기, 직장 상사의 룸메이트와 불륜을 저지른 부인에게 살해되는 남자이야기, 변변한 일거리없이 전전하던 흑인 남자가 일을 찾고 고용주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삶의 변화 이야기, 유능하고 똑똑하지만 저임금에 시달리며 가족에게 안락함을 안겨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불법에 빠져드는 이야기등 머리속에 남는 이야기들이 참 많다.
모두 일로 하여 생긴 사건들이다. 우리네 주변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 많다.
이 책을 읽고 다시금 생각해본다.
일이란 무엇인가.
일을 어느 정도 가까이 하고 어느 정도 유지해야 그것으로 파생되는 사건들에서 조금 유연하고 행복하게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
나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이 일은 정말로 가치로우며, 나의 가족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수단이 되어가고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일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에 삼켜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은 우리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어서 내 생활이 절대적, 상대적 빈곤에 있지 않게 도와야 한다는 것과 적절한 여가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
일 외에도 나를 원하는 행복의 요건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
적다보니 워킹푸어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진다.
경제가 어려워지다보니 푸어가 붙은 신조어들이 늘어난다. 하우스푸어 또한 마찬가지다.
일이 우리를 착취하지도, 삼키지도 않는 그런 세상과 그런 관계를 꿈꾸어본다.
[일]이라는 특정 주제로 여러 단편소설들을 모아 제법 두툼한 책을 편저하여 미처 생각해보지 않은 영역에 새로운 생각과 시각을 갖게 해준 리처드 포드와 강주헌, 하윤숙씨 그리고 홍시 출판사에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