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해본 적이 있나요..? 급성 열병과 같은 사랑을 앓고서 그 열기가 가신 후에, 또는 채 가시기도 전에, 때때로 우리는 이별을 맞이합니다. 사랑의 설레임은 함께 하고 이별의 아픔은 혼자서 새기기 때문일까요. 이별 후의 시간은 참 길고도 깁니다. 그 사랑이 아니면 죽을 것만 같은 심정이 어제도, 오늘도 반복됩니다. 추억과 고통을 되뇌이다보면 추억이 아픈 것인지, 홀로됨이 아픈 것인지 경계가 모호해지지요.

 

	이별한 이들은 사랑의 흔적이 남아있는 장소를 서성이고, 술 또는 눈물을 들이키며 추억을 곱씹어봅니다. 나에게 어찌 이럴 수 있느냐 항변했다가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와주었으면 좋겠다고 애원해보았다가 그래, 행복하게 잘 살아라- 체념도 하였다가.. 그 어떤 모노드라마보다 감정의 변화가 격한 것이 이별한 이의 마음인 듯 합니다. 이별은, 이별한 자를 어디론가 떠나게 한다. 그리고 그 떠남은 이별의 상황으로부터의 도피도 아니고, 자신을 떠난 사람으로부터 다시 떠나기 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과거 그/녀를 사랑했던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떠남이다.
페이지 : 52

   이 책의 저자는 그 마음이 머물었다 떠나는 곳을 책에서 찾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문학의 세계 속에서 이별한 이들이 한 권의 책 속에 모였네요. 흔히 심리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실연 - 부정과 슬픔 - 분노 - 우울 - 애도'의 순서에 따라 여러 작품과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이별을 할 수 밖에 없는 사람과 이별을 반복하는 사람,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의 시각으로 재구성하여 받아들이고자 하는 사람,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을 감추고 살아가는 사람, 분노하였다가 끝끝내 다른 사랑을 인정해주는 사람, 격정과 상실감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 그들은 비록 허구의 세상에 존재하지만, 어쩌면 현실을 살아가는 이를 대변하는지도 모릅니다.

 

	'애도'야말로 그러하다. 이별 후 애도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진정으로 충분히 슬퍼하기, 그러고나서 그/녀를 떠나보내기. 그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거쳐야 한다. 비록 끝내 그/녀를 자신의 영혼으로부터 떼어내지 못하더라도 그/녀와의 인력에 대항하는 마찰력은 견뎌야 한다.
페이지 : 162

 
   문어체적인 문체와 단어들이 제 귀에 철썩 들러붙는 종류가 아니어서 익숙해지기까지 약간의 조율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으음, 물론 또 다른 독자에게는 맛깔스러운 표현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날개」, 「소나기」, 「무진기행」과 같이 익숙한 소설에서부터 「결혼은, 미친짓이다」, 「이어도」, 「그 남자네 집」처럼 들어봄 직한 또는 낯선 작품까지- 수많은 문학 속 등장인물들과 함께 이별 여행을 떠난다는 시각이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이별의 징조가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바뀌는 그 과정이 혼자만의 시간이 아닌 셈이지요.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하는 이별, 상처 깊은 여정에서 마음에 말을 건네주는 친구를 두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헤어지고 나면 차츰, 그/녀를 보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그/녀를 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길어진다. 그/녀가 없어지는 것보다, 그/녀가 없어져도 살 수 있는 것이 더 두렵게 된다. 잊힌 사랑에 대한 슬픔은, 그/녀가 사라졌다는 것에 대한 슬픔이라기 보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사라졌다는 것에 기인하기도 한다.
페이지 : 174

 

이별, 사랑

4개월 전부터 <수퍼레시피>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수퍼레시피> 45호의 레시피로 만든 땡초김밥

 

그러다 얼마 전에 <수퍼레시피>에서 그 동안의 2천여개의 레시피 중 189개만을 모아 『나의 보물레시피』라는 요리책을 따로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집에 요리책이 몇 권 있는지라 살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밍그적거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책은 창간호부터 40호까지의 레시피 중에서 선별되었다는 사실! 마침 제가 <수퍼레시피>를 38호부터 정기구독하고 있었거든요. 이 정도면 겹치는 음식이 거의 없고, 한 권 있으면 든든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랴부랴 주문해서 책이 도착했습니다. 300 페이지에 달하는 책에 레시피가 하나 가득 담겨있어요.

<수퍼레시피>는 독자와 함께 요리를 검증한 후 책을 만들어서 믿음이 가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 책을 위해 독자 검증단을 새로 구성해서 레시피 중의 레시피를 골라냈다고 하더군요.

 

 

먼저 <수퍼레시피>에서도 마음에 들었던 기본 가이드. 계량도구가 없을 때 계량하는 방법, 계산법, 손대중량, 기본 양념 대체 재료가 소개됩니다. 자주 사용하는 재료가 될 꽃게, 낙지, 주꾸미, 갑오징어, 오징어, 새우, 닭의 손질법은 순서별로 각각 사진이 첨부되어 있고요. 저는 아직 해산물과 닭이 무섭지만, 용기를 충전한 후에는 책을 보면서 쉽게 따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레시피는 기본 요리, 제철에 맛있는 요리(봄, 여름, 가을, 겨울), 고기요리, 사계절 맛있는 요리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맛김치, 오이소박이, 된장찌개, 미역국과 같은 기본 요리는 알아두면 언제이든 하기 좋지요. 기본 요리 몇 가지는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이라 왠지 뿌듯하더군요 ㅎㅎ

계절에 맞는 요리들을 선택해보아도 좋을 것 같아요. 봄에는 각종 나물들과 꽃게, 주꾸미, 조개류를, 여름에는 부추와 감자, 가지, 오징어를, 가을에는 우엉과 새우, 낙지, 생선들을, 겨울에는 굴과 홍합, 황태, 대구, 매생이를- 신선한 재료로 만드는 음식이니 맛있고 건강에도 더 좋겠지요.

고기로 만든 요리들은 푸짐한 한그릇 음식들입니다. 냉 사브샤브, 에스프레소 폭립, 삼겹살 생강조림 등은 아이들도 손님들도 무척 맛있게 먹겠지요. 이름만 들어도 배가 든든해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계절 요리는 순두부 새우젓찌개, 해물 누룽지탕, 두부 스테이크처럼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이 많습니다.  

기본 요리에 충실하면서도 응용 요리까지 다양한 레시피들이 가득했습니다. 보는 내내 아, 이거 맛있겠다~ 이거 해보고 싶다~ 이건 꼭 해봐야지~ 하면서 침을 꼴깍 삼키곤 했어요.

 

 

저와 같은 요리 초보가 레시피를 따라할 때 가장 난감한 점은, 재료를 어느 정도 준비해서 얼마동안 조리를 해야하는가인 것 같습니다. 음식이 손맛이라지만 똑같이 하려고 해도 사람에 따라 또는 할 때마다 맛이 달라지지요. 그렇기 때문에 참고하는 레시피는 정확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독자가 나중에 자신의 입맛에 맞게 변형하더라도 말이에요. 『나의 보물레시피』에는 재료의 양을 정확하게 계량하여 제시하고, 불의 세기와 조리 시간까지 꼼꼼하게 알려주어서 처음 만드는 음식이더라도 실패할 확률이 낮겠더군요. 요즘 채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진 만큼, 채식 레시피도 분류에 들어갔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있네요. 그 분류까지 있었더라면 더 완벽한 요리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나의 보물레시피』는 저의 주방 한 켠에서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줄 것 같아요. 늘 가까이하고 싶은 책, 그리고 결혼한 친구들에게 선물해주고 싶은 책입니다.

요리, 책, 레시피, 수퍼레시피, 요리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