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읽고 싶은 책을 찾다가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 무심코 주문했던 책이었다. 책 소개 한 줄을 읽었던가 어떤 문구가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기억나지 않지만 마스다 미리의 에세이처럼 그저 마음 편히 읽을 책이 한 권 그리웠던 것 같다. 그런 찰나에
가장 먼저 눈에 띄었던 책이었고 책을 받아본 후 적잖이 당황하기도 했었다. 어른을 위한 그림책, 짤막짤막한 글이 담긴
마음 따뜻해지는 그림책일 거라 생각했는데 말 그대로 그림-책이었다. 다만 마음 따뜻해지는 그림책인 것만은 분명했다.
다만 마음 따뜻해지는 스토리를 스스로 만들어갈 뿐이다.
"잊고 있던 마음의 빈자리를 찾아주는 린다의 첫 번째 이야기"
첫 번째 이야기라면 그다음 이야기도 나올까? 사랑스러운 린다의 이야기.
그렇다면 어른이 되어가며 잊고 살았던 건 뭘까?
아무렇지 않게 놀이터로 뛰어가 그네를 타고 미끄럼틀을 타던 내 모습?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자연스레 어떤 선물을 받을까 두근거리던 내 모습?
그것도 아니면 어른이 되면 난 어떤 일을 할까 꿈꾸던 내 모습?
잊고 있던 것들이 너무 많다. 그렇다면 가장 소소한, 잊힌 나의 모습을 떠올려 보자!
린다와 함께-
제가 잊고 있었던 건 말이죠..
아직 제대로 어른이 되지도 못했는데 나이라는 숫자를 먹고 몸만 커버린 속은 아직 어린이인 어른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나는 어른이라고 말하지만 순간순간 아직 어린아이 같은 나를 만난다. 그런 나를 인정해줄 법도 한데 어른이 된 후로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건 쉽지 않다.
"어른이잖아, 다 큰 어른이!"
라며 끊임없이 내 안의 나를 나무라는 건 아닐까?
사실 내 안의 어린이가 바라는 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텐데 말이다.
좀 더 나이라는 숫자를 먹기 전에 진짜 어른이라고 불려야 하는 나이를 만나기 전에
아직 어린이라고 주장하는 내 안의 나를 만나고 싶다. 더 늦기 전에 할 수 있는 꿈꾸고 있는 것들을
이뤄주고 싶다.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테니!
기쁨을 드립니다. 린다로부터!
태어나 처음으로 눈에 담아본 그림책은 어떤 책이었을까?
만약 나에게 아이가 생기고 처음으로 읽어주는 책이 생긴다면 그 책은 고이고이 간직하고 싶다.
아이에게 처음 보여준 책 속의 세상이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마지막으로 읽은 나의 그림책도 궁금해졌다.
나는 언제부터 그림책과 멀어졌을까?
이제 막 한글을 뗄 나이가 되었을 때 그림책 앞에서 갈등이 생긴다. 항상 그림 속 세상에 의지하던 아이가 슬슬 이 그림이 어떤 말을
하는지 '글'로 읽고자 하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다는 건 좋다. 하지만 그림에만 의지할 수 있는 그 시기는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자연스레
읽게 될, 읽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시작되면 자연스레 그림 속 세상에서 멀어진다. 오롯이 그림만으로 상상할 수 있는 세상이 있다.
어른이 된 후 이렇게 글이, 활자가 없는 그림책을 만난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는 당혹스러움이 더 컸다. 정말 내가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주문했구나!
하지만 가만히 앉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나 역시 린다에게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 린다에게 묻는다지만 오롯이 나와 이야기하며
나 자신과 읽을 수 있는 동화책이었다. 정답이 없으니 더 궁금하고 어쩌면 어 재미있을 수 있는 린다의 이야기!
그리고 동화가 갖는 따뜻함까지 지녔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동화책 아닌 그림책을 읽는 기쁨을 만났다.
린다를 통해!
우체통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린다와 우체통의 만남이 반가웠다. 지금보다 한참 어린 시절에는 전학 간 친구와 한참 편지를 주고받기도 했다.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며 우체통을 기다리던 추억과 화려한 편지봉투 때문이었는지 누군가 함부로 뜯어본 편지에 속상해하기도 했던
우체통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나를 쫓아오는 우체통에 대한 추억들이 있다. 그래서인지 우체통이 참 좋다.
사실 지금은 우체통은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될까?
싶을 만큼 쓸쓸함을 느끼는 존재가 되지 않았을까?
문구점에 가서 우표를 사던 시절 요즘은 우표를 어디서 사야 하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만큼 사람들의 편리함에서 멀어진 우체통이 아쉽다.
아쉽다고 하지만 나 역시 찾아주지 않으니 모순인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빨강을 떠올리면 난 우체통을 가장 먼저 떠올리고 길을 가다 우체통을 만나면 오랜 시간 시선을 둘 만큼 우체통이 좋다.
우체통은 곧 나의 유년시절이므로!
린다의 우체통은 어디로?
받는 사람, 보내는 사람이 명확한 편지!
린다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부탁받은 편지를 손에 들고 편지를 전하기 위해 길을 떠나 누군가의 편지를 전하기 위해
열심히 걷고 또 걷는다. 린다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도대체 누구에게 보내는 편지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예쁜 풍선을 타고 린다는 어디로?
린다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편지가 있다면, 닿을 수 없는 편지인 건 알지만 그 누군가가 있다면
누구일까?
린다는 그렇게 전해 받은 편지를 편지 아닌 마음을 전하기 위해 편지를 꼭 쥐고 있다.
편지는 마음이니까, 그저 종이에 글자를 적은 게 아니 편지는 마음이니까!
마음을 담고 마음을 전해주는 우체통, 린다의 우체통이 그저 사랑스러웠다.
심술이 잔뜩 난 린다는 누구의 편지를
과연 누구에게 전해줬을까?
린다의 우체통은 5분만 읽을 책이기도 하고 이 책을 읽는 독자의 마음에 따라 읽는 시간이 달라질 책이기도 하다.
나 역시 처음에는 후루룩 넘겨보고 그 후에도 여러 번 자꾸 넘겨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 번, 두 번 넘겨볼 때마다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다고 이미 다 자란 나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자라날 거라고 기대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림책에 자꾸 손이 가는 나 자신이 좋았다.
때로는 어른도 그림책, 좋지 않은가?
사랑스러운 린다와 함께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