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되기 전부터 워낙 자주 광고를 봐왔던 터라 내용이 참 많이 궁금했다.

하루키의 작품이라 기대가 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제목도 뭔가 의미심장한 "여자 없는 남자들".

제목만으로는 여자 없는 세상에서 사는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인가 생각했다.

지구상에 여자가 없이 남자만 있는 세상.

그런 세상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기대감이 가득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제목 그대로 "여자가 없는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내와 사별했다거나, 이혼했다거나하는 남자들.

 

이 책은 7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드라이브 마이 카(아내의 사망 후 아내의 내연남과 친구가 되는 이야기) '

'예스터테이(괴짜 친구와 그의 여자친구에 대한 이야기).

'독립기관(여러 여성과 잠자리는 하되 사랑은 하지 않는 의사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여자가 생기고 그 여자의 배신앞에서 결국 스스로 '제로'가 되어 버리는 이야기)

-반전이 강렬하다.

'셰에라자드(사랑을 나눈 후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는 여자와 그녀의 중학교때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

- 그녀가 첫사랑을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의 이야기가 참 궁금한데 이야기는 끝났다.....ㅜㅜㅜ

'기노'(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집을 나와 '기노'라는 술집을 차린 후 겪게되는 신비하지만 가슴아픈 이야기)

-늘 한 구석에서 책을 읽던 남자의 정체가 궁금하다.

 하지만 그 남자의 조언에 따라 기노는 이곳저곳 홀로 여행을 하다 결국 자신의 아픔과 직면하게 되고 스스로 아픔을 어루만지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사랑하는 잠자(잠에서 깨어난 잠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가족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알지 못한다. 열쇠를 수리해주러 온 등이 굽은 여성에게 사랑을 느낀다.)

'여자 없는 남자들(헤어진 전 여친이 자살했다는 전화를 받으며 그녀를 회상하는 한 잠자의 이야기)

 

뒤로 가면 갈수록 내용이 흥미진진하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기노'

뭔가 미스테리한 느낌을 주면서도 결국 인간적인 모습의 기노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미술작품을 잘 감상할 줄 아는 친구들을 보면 참 멋있어 보인다. 도대체 어떤 부분을 감상해야 하는지, 왜 이런 부분에서 사람들은 감동을 받는지 나는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분명 어린시절에 미술학원도 꽤 오랫동안 다녔고, 나름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는 꿈이 화가였던 내가 미술작품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 우리 부모님은 아마 헛 교육 시켰다고 혀를 내두르실게 뻔하다.

뭐 어쨌거나 나는 미술을 감상할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의 재목에 너무 매료되었다.

"학교에서 배웠지만 잘 몰랐던 미술"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세개의 큰 틀로 나눈다.

1. 미술에서 보이는 것들 재발견하기

2. 미술에서 안 보이는 것들 경험하기

3. 미술과 세상의 고정관념 벗어나기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미술에서 보이는 것들 재발견하기'에서는 화가들의 서명에 대한 부분과 '고정관념 벗어나기'부분 전체였다.  서명을 숨겨둔 곳이 너무 의외의 곳이라 화가들이 생각보다 꽤 재미있는 사람들이라고 느꼈다.

고정관념을 벗어나자는 파트에서는 내가 얼마나 고정관념에 같혀있는 사람인지 다시한번 느끼게 되었다. 꽃송이를 크게 그린 그림을 보면서 나는 평소에 '이건 뭥미 나도 그리겠다'라는 정도로 감상하곤 했는데, 그것이 새와 벌의 시각에서 본 꽃이라고 생각하니 훨씬 그림이 다르게 다가왔다. 또 '나도 그리겠다'는 생각도 쏙 들어갔다. 일상 속 무언가를 확대하여 일부분만 쿠게 보여준다는 것. 그 것 자체가 고정관념을 깬 생각이고 창의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을 통해 작품을 감상하는 법이나 보는 법, 작품을 이해하는 법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학교에서 배워도 잘 몰랐던 미술, 그러나 잘 알고싶었던 미술을 이제라도 조금은 알게 되어서 기쁘다. 이 흐름을 타 미술에 관한 다른 재미있는 책이 있다먼 더 읽어보고싶다.

 

2010년.

참 오래전에 사두었던 책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장에서 한번도 빼어 들 용기는 없었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단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이유로 구입을 하긴 하였으나, 꽤 두꺼운 책의 분량과 왠지 무거워보이는 제목은 이 책을 책장 밖으로 좀처럼 집어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러다 올해가 되어서야 큰마음을 먹고 책을 꺼내들었다.

이 책의 2편이라고도 불리우는 '천개의 찬란한 태양'과 함께 말이다.

 

'할레드 호세아니'라는 작가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알고보니 아프가니스탄 계 미국인이라고 하는데, 이 책은 아프가니스탄인이 영어로 쓴 최초의 소설이라고 한다. 작가의 혈통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아프간 소년의 성장 소설이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땅 아프가니스탄. 그 나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9.11테러 이후 미국이 전쟁을 선포하게 되면서부터이다. 그 당시에 우리나라에서는 아프간 파병에 관한 찬반 여론이 들끓었고, 우리 군사의 철수를 요구하며 한국인을 납치해 살해한 너무나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아무튼 아프간이라는 나라에 대해 별다른 배경지식도 없었고, 있다고 해 보았자 '이런 끔찍한 일을 행하는 나쁜 사람들이 있는 나라'라는 선입견이 있던 터라 이 책을 펼치기가 더욱 어려웠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아프간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욱더 궁금해져 왔다. 그리고 문득 식민지 말기에 태어나 6.25를 겪어내며 성장한 우리의 언니 '몽실언니'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