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에 무관심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생태 박물관이니 식물원등을 찾아다니곤 합니다. 집에 아이들이 있으면 그럴 기회가 더 많이 생기기도 합니다. 우리집도 예외는 아닙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죽 자라온 아빠이기에 우리 땅에 자라고 있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무척 많이 있습니다. 길가를 지나가다 흔히 볼 수 있는 꽃 과 나무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니깐요.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은 볼 수 없어서 이기도 하지만,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경우가 더 많이 있습니다. 매일 쳐다보는 것이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다 보니, 그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지요. 관심을 받지 못하는 대상은 얼마나 야속할까요? '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라는 책은 도시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작은 것들의 하소연 같은 책이기도 합니다. '제발 우리들 좀 봐주세요...... ' 마치 이런 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어느 날 아이와 함께 길을 걷다 바라 본 도심속 자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작가 이태수는 봄이 시작하는 3월부터 겨울의 초입까지 시시각각 변화는 도심속의 모습을 화폭에 담기 시작합니다. 책의 한 쪽에는 세밀화로 그린 도심의 모습이 담겨져 있고, 한 켠에는 그에 대한 소박한 단상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아이에게 이야기하듯이 잔잔하게 써내려간 글들이 마치 시를 읽는 듯한 울림이 느껴집니다. 작가 이태수는 보리 출판사의 세밀화를 그린 사람으로 유명합니다. 사진으로 보여주기 보다는 세밀화로 그렸을 때 대상의 본질을 더 잘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데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하네요.   

 

벚꽃은 좋아하지만 벗나무를 잘 모르는 우리 들입니다. 하지만, 그런 벚나무 밑에서 소리 없이 잘고 있는 꽃다지를 우린 본적이 있을까요? 아무도 관심 같지 않은 곳에서 고귀한 생명은 여지 없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 우리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서울은 나의 고향이다. 서울에서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참 많은 곳을 다녀 보았다. 매일 보는 풍경이라 그런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한강의 풍경도 그다지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바라본 그 풍경들이 꽤 멋지게 다가올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어떤 장소가 마음속에 오랫동안 간직되는 것은 그 곳에 떠한 특별한 추억이 깆들여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의 추억이 있다면 그 장소는  오랫동안 소중하게 나의 기억속에 함께 할 것이다. 텔레비젼이나 영화를 보다보면 멋진 장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그 중에는 우리가 매일매일 지나치는 아주 평범한 장소도 있다. 그런데, 텔레비젼 드라마에서는 평범한 장소에 사연을 깃들인다.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 지금까지 있던 곳과는 다른 또 하나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무수히 많은 장소들이 여러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이 책은 드라마나 영화에 배경이 되었던 서울의 명소 70곳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드라마를 거의 보지 않는 나에게 이 책의 첫 느낌은 당혹스러움 이었다. 내가 모르는 드라마가 이렇게나 많이 있었던가? 요즘은 케이블티브까지 합세해서 수많은 채널을 통해 수많은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소또한 셀수 없이 많다. 드라마의 멋진 장면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에의해 회자된다. 이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듯이 오래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이라는 드라마에 나왔던 남산의 계단 같은 경우가 그렇다. 실제로 매일 무심코 지나쳤던 공간일수도 있지만, 그 드라마를 재밋께 봤던 사람이라면 나 도 한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은 상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계단을 지나칠 때마다, 드라마의 한 장면을 상상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그런 느낌을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했던 장소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드라마의 개략적인 이야기, 그리고 제법 디테일한 장면 설명까지 친절히 이야기 해준다. 도대체 이 작가는 드라마를 얼마나 본 것일까하는 감탄까지 하게 되었다. 또 한가지는 드라마나 영화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다 아는 아주 유명한 장소가 아니더라도 그 들의 발길이 닿은 곳은 제법 유명세를 치르게 되어 있다. 그렇게 서울의 구석구석을 찾아 다니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열정에 박수를 쳐주고 싶을 뿐이다. 명동, 남산, 인사동,부암동, 63빌딩,한옥마을 등과 같이 서울의 명소들을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가본 곳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나중에라도 이 책에 등장한 곳을 찾아 볼 기회가 생긴다면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드라마를 한번쯤은 되새기고 가는 곳도 좋은 방법일것 같다. 그리고, 글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맛집 추천도 눈여겨 볼 만하다. 

 

<성난수염>은 마해송 선생님의 동화집입니다. 마해송 선생님은 우리 나라 최초의 창작동화인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쓰신 분입니다. 마해송 선생님의 아들은 유명한 마종기 시인 이랍니다. 문인가족인 셈이지요. 이 책은 표제작인 <성난수염>을 비롯해서 20여편의 짧은 동화가 실려있습니다. 나라는 한 번 읽었던 <바위나리와 아기별>을 제일 좋아했습니다. 그림이 별로 없어서 조금 지루해 하기는 했지만, <바위나리와 아기별>의 원문을 다 읽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림책에서는 원문이 조금 각색되어 있었습니다. 크게 내용의 차이는 없었지만, 바위나리와 아기별의 아름다운 우정을 다시 한번 자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마지막 헤어지는 장면은 역시 아쉬움을 남기기는 했지만요.

 

<호랑이 곶감> , < 개에게 잡힌 호랑이 >와 같은 작품은 우리 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 입니다. 나라역시 책을 읽어주니깐 한 번 들어본 이야기라면서 아주 좋아했습니다. <호랑이 곶감>은 왜 호랑이보다 곶감이 무서운지에 대해 아주 자세한 이야기가 실려있었습니다. 흔히 우는 아이가 곶감 이야기를 하자 울음을 뚝 그치는 것을 보고는 호랑이가 곶감을 아주 무서워했다는 데에서만 이야기가 그치는 데, 이 작품은 그 이후 호랑이들의 곶감 극복기가 아주 자세히 실려 있습니다. 여우들이 호랑이가 곶감을 무서워 하는 것을 알고는 오랜 시간동안 곶감  행세를 하면서 호랑이를 골탕먹인 이야기들이 실려있습니다. 그러다, 오랜 시간이 흘러 젊은 호랑이들이 곶감과 정면으로 맞서서 곶감의 실체를 밝혀내는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사실 저는 그 이후의 이야기들은 이 번 책에서 처음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여우의 잔꾀에 빠진 호랑이들과 그것을 용감하게 극복해낸 호랑이들의 이야기가 꽤 흥미로웠습니다.

 

<할아버지 지게>는 고려장 이야기를 신랄하게 풍자한 작품입니다. 할아버지를 지게에 실어 깊은 산 속에 버리라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시키자, 아들은 할아버지는 산속에 둔 채 지게는 다시 짊어지고 옵니다. 그것을 본 아버지가 이유를 묻자 나중에 아버지도 나이를 먹으면 이 지게에 실어서 산속에 버려야 하기 때문에 지게를 다시 짊어지고 왔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새삼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할아버지를 다시 산속에서 모셔온다는 이야기 입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고려장의 나뿐 풍습을 풍자한 이야기이지요.

 

분수에 맞게 사는 것이 아니라, 많이 배웠다는 이유로 겉치레에만 신경을 쓰다보면 낭패를 보고 만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있는 <학자들이 지은 집> . 사람을 무턱대고 의심하는 것이 얼마나 나뿐 짓인지을 깨닫게 해주는 <길에 사는 아이>.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고,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더 소중한 것이 많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내가 기를테야>. 생각만 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무능한 아빠에 비유한 <생각하는 아버지>와 같은 작품들은 모두 짧지만 강한 풍자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입니다. 마해송 선생님의 작품은 아이들이 읽기에 어렵지 않은 내용들을 가지고, 많은 생각들을 할 수 잇게 해줍니다. 오래 전 이야기라 다소 생소한 단어들이 어렵게 느껴질 수 도 있고, 잘 사용하지 않는 말들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친구라는 말보다는 동무라는 말을 쓰고, 문장이 조금은 길고 어디서 끊어야 할 지 모든다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 주머니를 넓혀 주는데 분명 도움이 되는 작품들입니다.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짧은 글을 한 편씩 읽으면서 아이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성난수염, 마해송, 창작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