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특별한 책을 만나 이 특별한 시기를 저리게 보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이 유지되고 서사가 시공을 넘나드는 이런 책을 쓴 작가가 있다니. 음악과 미술 그리고 문학과 역사. 신의 문제와 자연. 우정과 사랑까지 긴 소설은 과하지 않고 모자라지 않게 아주 독특한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다. 

내 평범한 삶에 오랜 악과 악행과 악한 사람과의 인연이 씨줄 날줄로 연결되어 있고 그래서 모든 악한 사건에 나의 책임도 있다는.

장미의 이름이 생각나고 리스본행 야간열차 그리고 카잔차키스이 영혼의 자서전이 생각난다. 조금도 모자라지 않은 좋은 소설이다.  

다시 읽지 않을 책은 처음부터 읽을 필요가 없다는 글이 나오는데 이 책이 그러하다. 책을 덮고 조금 앉아 있다가 바로 다시 읽기에 돌입하고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강력하게 추천한다. 

  1000페이지 달하는 소설을 빠져 읽었다. 결국 나보다 훨씬 활자에 중독된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흔히 그러하듯 대작은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삶과 생각의 다양한 모습들. 별에서 지옥과 괴물까지. 로베르프 볼라뇨라는 작가의 삶과 상상력이 바다처럼 넓어 놀랍다.

  속을 밑바닥까지 보여주려는 작가들의 욕망이 놀랍다. 그래서 내장사실주의자라는 이름을 지었겠지. 결국 솔직하지 않은 글을 누가 읽을까마는 그 솔직함은 참 충격적이다. 그리고 솔직하지 못한 삶에도 큰 짐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싶다.  

  큰 산을 다녀와서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뭐라 설명하기가 어렵다. 너무 두꺼운 책이라 선뜻 권하기도 힘들다. 그래도 누가 이책을 읽었다하면 많이 반갑고 오래동안 알아온 사람처럼 마주 할 수 있을 듯하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삶을 늘 감사하지만 지난 며칠 행복했다. 루페는 한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다.  

 

알아야 보이는 것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아름다움도 더러움도 알아야 보인다. 보이지 않아 장님이었던 사람에게 시력을 회복하여준 감사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