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얼마만에 다시 잡은 책인지.
로마에 관한 책을 따로 읽지 않은 사람이라도 웬만해선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인물에 대해 한번 쯤을 들어 봤을 거다. 이 인물은 로마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기원전 1세기의 사람이다. (기원전이라고 하니 생각해 보면 2000년도 더 전 이야기이다. 그 때의 일을 이렇게 책으로나마 접할 수 있다니 참 고맙기도 하다.^^ 기록으로 남긴 로마인들에게!)
1,2,3권 참 열심히 읽다가 왜 이렇게 재미있는 부분에서 그만 멈추고 말았던 걸까? 1년도 넘게 읽지 않았더니 8년이나 계속 된 갈리아 전쟁이야기는 하는 수 없이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했다. 지명이나 부족 이름 이런 게 다 헷갈려서 어쩔 수 없었다. 자꾸 앞장을 뒤적거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 말야. ㅠㅠ
이 책은 절반 정도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청년기를 다루고 있다.
청년기에 많은 업적을 남겨서는 아니다. 오히려 이 대단한 인물은 대기만성(大器晩成)형이다. 나이 37세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정치적 입김을 낼 기회를 잡았다랄까?
작가는 구구절절 카이사르에게 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어떻게 그가 많은 애인을 두고 있었는데도 그로인한 문제로 시달리지 않을 수 있었는지, 천문학적인 빚을 지고 있었는데도 채권자 크라우스에게 당당할 수 있었는지 재미있게 해석도 해준다. 그러니까 앞부분은 청년기이자, 카이사르라는 인물에 대한 전반적인 평 정도가 될 것이다.
잘생긴 얼굴은 아니지만 키도 휜칠하게 크고, 글도 잘 쓰고, 설득력있게 말도 잘 할 뿐더러 시대를 앞서가는 지혜를 지닌 인물인데다 기록으로 남은 업적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만도 하다.
하지만 왠지 궁금하기도 했다. 흔히 있는 만화속 여 주인공처럼 이쁘지는 않은데 인기도 많고, 성격도 좋고 결국엔 왕자님을 만나는 그런 흔한 스토리는 아니더라도 뭔가 좀 비슷하지 않은가? 천재가 아닌 이상 그런 비범한 재주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알고 싶은 충동이 계속 일었다. ^^;
카이사르가 늦은 나이에도 자신이 계획한 대로 세상을 이끌어 간다. 무슨 일이든 차근차근 마음속으로는 다 준비를 하고 있었겠지만, 상황도 그를 잘 도와준다. 그런 상황도 그 자신이 만들어 간 것이라면 더 놀랄 따름이지만, 책에 구태어 그런 자세한 설명은 없다. 그저 앞서 밝힌 인물평으로 그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흠. 타고난 천재성이 없는 입장에선 그저 부러운 따름이다. 그리고 세상에 그런 인물도 있었다는 것이 희소성때문에 더 흥미진진했다.하두 요즘엔 처세술, 자기계발에 관한 책이 많다보니 뭔가 아쉬운 느낌도 안은 채.
카이사르는 천재적인 전쟁 지휘관이라는데, 사실 전쟁을 묘사한 내용은 별로 재미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전에 읽었던 한니발이나 스키피오, 알렉산드로 대왕의 전쟁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그래, 이 책은 다른 책과는 좀 달랐다. 아무래도 인물 중심으로 보게 된다는 거다. 아하! 그래서 로마인 "이야기"이구나하는 생각을 새삼하게 되었다.
젊었을 때부터 생각해왔던 원로원 중심의 정치체제를 결국엔 삼두정치로 이끌 거 간 것도 결국 그였다. 작가의 말을 빌자면, 허영심은 남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심정이고, 야심은 무언가를 이룩하고 싶어하는 의지란다. 이런 입장에서 볼 때, 삼두정치는 전자에 해당하는 폼페이우스, 후자에 해당하는 카이사르, 마지막으로 채권자 크라수스 이렇게 세 명으로 이루어진 체제이다. 당시에 원로원도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민중을 대표하는 카이사르와는 앙숙과도 같은 사이가 되버렸다.
이 삼두가 끄는 힘으로 집정관에 취임한 카이사르는 율리우스와 카이사르가 집정관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독자적으로 한 해를 보낸?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 총독으로 부임한 갈리아 지방에서 일어난 전쟁이 그 뒷부분에 실려있다.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었고, 어떤 생각으로 카이사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다. 호기심이 많았고, 다각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여 지시를 내렸던 이 인물이 전쟁을 거의 이길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바로 알레시아 공방 때였다.
이 전투에서 갈리아 전쟁이 비로소 마무리 되기도 하지만, 이전의 전쟁 진행방식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며칠이 걸리도록 탄탄한 방어막을 만들어낸 기술은 어디서 익혔으며, 대담하게 그런 발상을 해 냈다는 것도 놀라울 따름이다. ^^
헛된 야망을 꿈꾸었던 크라수스는 전투에서 죽고,
폼페이우스는 원로원의 이간질에 넘어가서 카이사르를 궁지로 몰아간다. 이런 상황에서도 기지를 발휘해서 다시금 집정관에 오르는 카이사르!!
다음권이 기대된다!!!
하루씩 빌린 책들을 연체하다보니 일주일간 대출금지를 받아서 ㅋㅋ 낼쯤엔 다시 읽을 수 있을 것 같당~ ^^;
그리고 마지막으로
책에서 시오노 나나미가 들려주는 인상적인 이야기가 몇 가지 있어서 고대로 옮겨온다.
자기 자신도 돈에 팔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사람만이 어떤 인간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법이다.
자기가 상대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면, 증오도 원한도 복수심도 초월할 수 있다. 증오나 원한이나 복수심은 경멸에 자리를 양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