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을 쪼개라는 말은 재테크를 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익히 들어서 잘 알고 있는 말일테다. 이 책이 그 주역이라고 해도 될만큼 통장 쪼개기 시스템을 널리 알린 장본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나 또한 이 책을 통해 알았고. 급여 통장에 매달 급여가 입금된 후 월말까지 각종 고정 지출을 자동남부되도록 하고, 생활비용(변동지출)으로 소비할 일정한 금액의 돈을 소비 통장으로 자동이체 한 뒤 남은 돈을 전부 투자 통장으로 이체한다는 것. 이렇게 하면 매월 얼마의 돈을 벌어서 얼마를 지출하고, 얼마를 저축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고 투자 통장에 입금된 돈은 예비자금을 확보한 후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되는 것. 이게 바로 돈 관리 시스템의 기본적인 형태라고 한다. 하지만 단 한번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생초짜 들에겐 그저 읽을 수 있는 한글에 지나지 않을 터인데, 제대로된 설명을 저자에게서 얻어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 되는 급여 통장의 활용부터 보았다. 급여 수령과 더불어 고정 지출까지도 관리하는 이 통장은 각종 공과금이며 대출 원리금, 아파트 관리비, 자녀 학원비, 보장성 보험 등이 나간다. 모든 자동납부일은 급여일 직후부터 월말 사이로 지정하고 각종 고정 지출의 자동납부가 종결되는 다음 날에 일정한 금액의 돈이 소비 통장으로 자동이체 될 수 있도록 설정되는 게 좋다고 한다. 자세한 이유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아마 월급을 받고 나서 낼 돈부터 내고 난 뒤에 지출을 하라는 뜻으로 추측이 된다. 모든 고정 지출 납부 후 생활비를 소비통장에 자동 이체 하고 나서 남은 돈은 모두 투자 통장으로 이체를 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급여 통장으로 이용할 금융상품은 수시로 이불금이 가능하고, 각종 고정 지출을 자동납부할 수 있는 은행의 저축예금이나 증권사의 CMA가 적합하다고 한다.

 

고정지출은 말그대로 정해진 금액을 지출하는 것이지만, 변동지출을 매월 씀씀이에 따라서도 또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따라서도 지출이 들쑥날쑥하니 당최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도 모르겠도 여하튼 어려운 것만은 사실이다. 주로 이 통장에는 식비, 교통비, 여가비 등을 지출할 때 사용하는데 고정지출만큼이나 변동지출도 우리 삶에 반드시 필요한 지출이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는데도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매월 일정한 금액내에서 소비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야지만 전체적인 투자 계획의 윤곽을 그려내 실행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란다. 물론, 급여 통장에서 정해진 만큼의 금액을 소비 통장으로 자동이체되도록 설정을 해놓는 것이 좋겠다. 만약 다음 월급날까지 돈이 남는다면, 잔액 전부를 예비 통장으로 옮겨 예비자금으로 관리해 비상시뿐만 아니라 재산세를 내거나 자동차 보험료, 휴가비 등을 지출해야 할 때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반대로 정해진 금액을 매달 초과해 비상금을 퍼나르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자동이체 금액을 조금 늘여야 한단다. 맞는 얘기다. 괜히 욕심부려 무리하게 금액을 설정해놓고서 지키지 못할 바에는 처음부터 조금 더 높은 금액으로 설정해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소비통장으로 이용할 금융상품은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하고, 체크카드 연결하여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은행의 저축예금이나 증권사의 CMA가 좋다고 한다.

 

살다 보면 곳곳에서 변수가 발생한다. 필히, 예비 통장이 마련되어 있어야 애지중지 품어온 적금통장을 눈물을 머금고 깨는 일이 없을 것이다. 주로 재산세나 자동차보험료, 휴가비, 명절비 등 계절성 지출이나 예기치못한 일로 고액을 지출해야 할 때를 대비하여 만들어 놓는 것이다. 물론 부득이하게 소비통장의 잔액이 부족한 경우에도 포함되지만 빈번하게 발생하면 그것 또한 문제일 것이다. 권고하는 잔액의 양은 월평균 지출액(고정지출+변동지출)의 3배 이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제시한 것에 모범답안을 달 듯 예비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좋겠지만, 자신의 상황을 고려하여 적당한 금액을 산출해내는 게 가장 좋을 듯 하다. 투자도 가급적 예비자금 확보 후 하고 예비자금을 지출했을 경우엔 꼭 채워넣는 것이 정석이겠다. 예비통장으로 이용할 금융상품은 언제든지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하는 MMF나 CMA가 적합하다고 한다. 나 또한 예비통장으로 CMA를 쓰고 있는 한 사람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해 왔음에 불편함도 없었을 뿐더러 매일 이자가 붙는 시스템이라 그 역할을 더할 나위 없이 해오고 있단 판단하에 추천한다.

 

그렇다면 투자통장은 어떻게 해야 될까? 적금, 펀드, 변액연금보험 등 아직은 이름만 친근하고 그 속내를 파헤치지 못해 어렵기만 한 상대들이다. 적어도 내겐. 이 투자목적의 금융상품들을 자동이체 하기 위해 마련된 통장인데 자동이체일은 같은 날로 통일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그래야 관리하기에 편해서 이겠다. 변액연금 등 저축성 보험은 보험료 2회 이상 미납되면 실효가 되므로 보험료 연체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단다. 만약 이것이 불안하다면 고정 지출을 관리하는 급여 통장에서 자동이체 할 것을 추천했는데 일찌감치 뭣모르고 고정통장에 이체를 걸어놨었는데 이런 경우를 얻어 걸렸다고 해야 되는 건가. 여튼 실속있는 방법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투자 통장으로 이용할 금융상품은 다른 금융상품으로의 자동이체(또는 금융상품 거래)가 자유로운 은행의 저축예금이나 증권사의 CMA가 적합하다고 한다.

 

총 정리를 해보자면, 월급을 받은 직후 급여통장→소비통장→투자통장→예비통장 순으로 배분하라는 것이다. 확실히 통장을 정리하기 전 후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미 벌써 내 통장이 그걸 증명해 주었기 때문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췄다고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통장관리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여유가 생기면, 여행통장이나 갖고 싶은 물건 통장도 만들어 조금씩 저축해서 계획적으로 지출을 해야 겠단 생각도 들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무작정 걷기만 하면 관절에 무리도 오고 힘에 부쳐 도중에 포기를 하게 되는 불상사까지 생길지도 모르니 중간중간 쉬어가자는 말이다. 맹목적인 저축과 바싹 옭아맨 지출만이 대책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기쁨조 역할을 도맡을 통장도 하나쯤은 마련되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다. 뭐니뭐니 해도 재테크의 시작은 통장쪼개기이다. 고로, 이 책은 그 출발의 신호탄인 것이다.

 

 

 

 

 

저자는 대표작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본토에서 당당하게 경제경영분야 1위를 거머쥐어 한류컨텐츠 신바람을 불러일으킨 주범이라고 한다. 첫 한줄로부터 벌써 매료되어 버릴 만큼 대단한 이력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능가하는 스토리의 컨텐츠를 선보여 이번엔 아시아 독자들에게도 영향을 주기 위해 책을 써내려 갔다고 한다. 재밌어야 하고 지루하지 않으면서 공감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해야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뒷받침을 해주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마치 한편의 소설을 읽어내려 가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방송국에 몸을 담은지 10년째인 문화부 PD인 39세 김성동씨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문화부에만 내내 틀어박혀 있던 터라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상황에서 예기치 못하게 경제부로 발령이 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나열해 놓았다.

 

김PD는 지난 주 국민연금관련 녹화본을 돌려보던 와중에 생각을 한다. '월급에서 무려 40%씩이나 세금으로 내는데도 앞으로 국가가 노후를 보장해줄 수  없다는 얘긴가?' 아직 사회초년생이고 벌어들이는 수입도 적으니 떼어내는 돈도 쥐꼬리만큼 안된다고들 말했지만, 월급의 10%가량 매달 덥썩 덥썩 쥐어가는 건 아르바이트로 온전히 일한 시간에 비례한 돈을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수령했던 지난 날들이 스쳐가며, 벼룩의 간을 떼먹어라! 하며 투덜댔는데 무려 40%라니. 다들 그렇게 낸다고 위로도 이해란 것도 내빼버린지 오랜데 헉소리가 난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분명 몇시간 못 잔 토끼눈으로 졸음을 쫓아낼 시간조차 허용하지 않고서 스펙을 쌓고 인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앞으로 모래주머니처럼 세금을 다리에 한개씩 늘여가며 달고서 걸어야할 내 남은 인생이 아찔하다.

 

뜬금없이 2065년에 덩그러니 놓여진 김PD의 얘기가 나왔다. 신의 직장이라고도 불리운 경제부 PD가 아들내외에게 버림받은 것도 모자라 평생을 같이 산 아내마저 비명횡사하게 만든 처량하고 볼품없는 쪽방신세의 독거노인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물론, 자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꿈이었고 실로 피부에 와닿아 나까지 간담이 서늘하게 했다. '서른살엔 뭐라도 될 줄 알았다'라는 최근에 나온 어느 책 제목처럼 그 땐 어떻게든 잘 살고 있을거란 막연한 생각만을 가지고 살았지, 전혀 노후에 대한 계획은 세워놓지 않았다. 100세의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해 베이비붐세대의 막내격인 63년생들이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어 그 문제가 연일 사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머리로만 몇바퀴 굴린 다음 비워내 버린 것이다. 웃고 넘길 우스갯소리도, 뻥튀기하듯 과장된 허풍도 아닌 당장 누군가가 겪고 있을 고통이고 내가 겪게 될지도 모르는 불상사란 생각에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에 직격탄을 맞았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제안한 10년 통장이란, 자신의 수입 목적항목에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어떤 특정한 선택의 변경이 없다면 원래 주어진 대로 자동 선택되는 것을 말한다)을 지정해놓는 강제저축시스템으로 디폴트 옵션을 지정하는 이유는 우리의 비합리성 때문이고 저축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돈을 써버리는 우리의 비합리성을 인정하고, 재정적인 성공을 위해 의도적으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10년 통장을 그토록 권고하고 나선 저자의 의도는 김PD 선배의 사례에서 잘 드러나 있다. 권혁세 부장은 회사에서 성대하게 은퇴식을 열어줄만큼 명예롭게 퇴직을 하는 반면, 도영만 차장은 50대 초반에 퇴직했다가 2년 전에 계약직으로 재입사를 했다. 입사동기였고 10년 전만해도 도차장이 앞서 나갔다는 전설적인 이야기가 나도는데 두 사람 사이에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진걸까?

 

먼저 찾아나선 도차장은 작은 원룸에서 기러기아빠의 초라한 행색을 감추지 미처 감추지 못한채 김PD를 맞이 했다. 분명 탄탄대로 같았던 그의 삶이 베베꼬인 것은 아이들을 위한다는 마음에, 애들이 성공해야 나중에 우리가 편하다는 아내의 끈질긴 설득력에, 재개발 지역에 사둔 빌라가 오를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에 '10년 유학'이라는 거창한 계획을 실행했고 불패같았던 부동산 신화는 인구감소라는 예기치 못한 변수에 거품이 붕괴해버렸고 결국 눈물 머금고 헐값에 집을 팔아넘기기에 이르렀지만 나이 51세에 2억이라는 대출빚만 잔뜩 짊어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권부장은 10년 전 자신이 기획했고 공전의 히트를 쳤던 <마법의 통장>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재정컨설트가 앞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시기가 '10년 더'가 아니라 외려 30년을 더 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비록 첫번째 직업에서 은퇴하더라도 그것은 인생 후반을 위한 새로운 시작이란 아낌없는 조언을 새겨 들어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고 현재 있는 것들을 발판 삼아 10년을 갈고 닦아온 것이었다.

 

권부장이 기획했던 <마법의 통장>이란 프로그램의 실제 주인공을 찾아 나서 취재에 나선 김PD가 10년 전 당시의 테잎을 그 주인공과 함께 돌려봤는데 거기에 바로 그토록 궁금증을 자아냈던 그 '마법'이란 게 고스란이 담겨 있었다. 돈 걱정 없는 삶을 위해서는 은퇴통장, 투자통장, 집마련통장, 보험통장, 예비자산 통장 등 5개의 핵심통장이 필요합니다. 매월 수입의 일정 비율을 각 목적별 통장에 장기적으로 저축하다 보면 한 달 또는 1년 동안의 저축액이 몇십만원 혹은 몇백만원에 불과할지 몰라도 긴 시간 동안 복리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수입의 누적분은 인생의 독립을 지지해줄 든든한 핵심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수입 자동 배분 시스템의 원리를 적용해 매월 수입으로 핵심자산을 만들어 나가다 보면 여러분들의 손에 자산별로 여러 개의 통장, 증서, 계약서, 등기권리증 등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 통장과 증서, 계약서를 핵심자산 파일에 각각 보유하고 관리함으로써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돈 모으기를 할 수 있습니다.(P.114) 통장 쪼개기의 중요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냥 귀찮다고 미루기만 했던 게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지금부터라도 책 속의 권부장 같은 삶을 살기 위해 당장 통장 정리 부터 시작을 해야 겠다. 정말 '운명을 바꾸는 10년 통장'이 되어 줄거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