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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

출판:안티쿠스

(2009년10월 3일 초판 148*210mm, 439페이지)

201202833

김철현

ⅰ

저자 : 김진경 1931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문리대 사학과와 동대학원을 수료한 후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경북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다. 2005년 8월75세를 일기로 작고했다. 『그리스 비극과 민주정치』, 『지중해문명산책』, 『서양 고대사 강의』(공저) 등을 저술했고, 『고대 노예제』(m.i.핀리), 『그리스 문화사』 (h.d.f.키토), 『그리스 국가』(v. 에렌버그) 등을 옮겼다. 저자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알 수 있는 정도는 이정도 이며, 저자가 사망해서인지 더 이상 자세한 정보는 인터넷으로는 찾기 힘들다.

ⅱ

우선 이 책은 그리스의 사회, 정치, 경제 등의 모습을 자세하게 기술한 전공 도서라기 보다는 일반인들과, 고대 서양사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그리스를 개관하기에 적당한 정치 개설서이다. 저자는 다양한 방면의 그리스의 모습을 기술하기 보다는 굵직한 그리스의 정치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시간의 순서의 따라서 책을 기술 하고 있으며, 특이하게 마지막 쳅터인 ‘서양 정신의 기원, 그리스 고전’ 에서는 그리스의 대표적이며, 후대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위인들을 꼽아 저자의 의견과 그들의 생애를 섞어 기술 하고 있다. 시간의 순서에 따른 책의 내용은 슐리만이 트로이를 발견한 이야기로부터 시작하여, 미노스 문명- 미테네 문명과 암흑기 - 폴리스의 발전과 아테네의 부상 - 페르시아 전쟁과 이테네의 약진 - 펠레폰네소스 전쟁과 스파르타의 제국화 -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순으로 기술한다. 저자는 이러한 시간 순서대로의 역사들을 고전 사료들을 이용하여 설명하고 있으며, 여러 사료들을 이용하여, 당시 사건을들 바라보는 서로 다른 시점들과 함께 자신의 의견을 섞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알렉산드로스의 죽음 이후에 그리스에 대해서는 기술 하고 있지 않으며, 그 이유는 지중해의 패권이 그리스보다는 로마로 넘어갔기 때문에 더 이상 그리스가 지중해의 중심점으로써의 위치를 상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을 뽑자면, 아테네의 제국화로 인해 작은 폴리스였던 멜로스 인들이 정복당하는 장면였다. 다음 글을 보자

아테네 인 : 세상의 이치에 따르면 정의냐 아니야 하는 것은 양자의 세력이 대등할 때 결정될 수 있는 것이오. 강자와 약자 사이에는 강자가 어떻게 큰몫을 차지하며 약자가 어떻게 작은 양보로 위기를 모면하느냐하는 것이 문제일 뿐이오.

멜로스 : 여러분이 정의를 도외시하고 오직 득실의 척도로 판단의 기준을 삼는다면 우리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데, 여러분에게 이익이라는 것은 곧 상호간의 이익을 무위로 만드는 것이 아니겠소. 생사의 위기에 처한 자에게 이치에 호소하고 정의에 호소하는 것을 허용하고, 또 그 호소에 일리가 있음을 인정하여 받아들여야 하지 않겠소. 그것이 당신들에게도 큰 이익이 될것이오. 왜냐하면 귀국도 몰락하면 모든 나라의 보복을 받게 될 것이고, 당신들이 미래의 본보기가 될 날이 오고말 것이기 때문이오.

(중략)

(198페이지 페르시아 전쟁과 아테네의 약진 中..)

어떤가 우리가 흔히 ‘폴리스 인들의 자유를 지키는 아테네’라고 생각했던 통념들이 무너지지 않는가? 강자의 논리로 멜로스를 압박하는 아테네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강자의 횡포를 떠올리게 할 뿐 아니라 제국으로 발전하는 그들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렇듯 멜로스는 당시 그리스의 패자였던 아테네에게 대항했다. 이 조그만 ‘멜로스’라는 폴리스는 뛰어날 것 없고 자랑할 것 없는 아주 평범하다 못해 보잘 것 없는 도시였다. 그런 도시가 당시 페르시아를 물리친 아테네에게 대항한다는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그들이 자신들의 자유를 얼마나 가치있게 생각했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이 작은 폴리스인 멜로스가 아테네에게 대항하는 부분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자유를 지키려는 그리스와 페르시아 제국의 전쟁 이야기보다 이 작은 폴리스의 항쟁이 폴리스인들의 ‘자유에 대한 열망’을 더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우리의 사회에 대해서도 한번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사회에도 수많은 멜로스가 존재한다. 사회라는 커다란 아테네 앞에 우리는 항상 고민하고, 우리는 우리의 것들을 포기한다. 사회의 양극화 해결되지 않는 교육의 평등의 문제들 속에서 아테네가 지중해를 점령하고 수 많은 폴리스들이 아테네가 제국으로 발전하는 과정에 순응했었던 것처럼, 우리도 아테네에 굴복했던 수많은 폴리스들 처럼 사회의 흐름에 그냥 자신을 내맡기고 흘러가는 것이아닌가 하는 생각이들었다. 사회가 내 나이에, 내 위치에 맞게 요구 하는데로 내가 속한 대학의 등급에 맞는 스팩, 그 스팩에 맞는 직장에 초점을 맞춰가는 내 삶은 마치 커다란 힘에 굴복한듯이 흘러가고 있었다. 멜로스라는 아주 작은 폴리스가 저항했던 것처럼 다른 폴리스들도 아테네에 제국화에 대항했다면, 멜로스는 제2의 마라톤 전투를 아테네와 치뤘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므로 멜로스의 저항을 자신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저항이라고 당연히 생각하는 것은 약자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강자의 논리 속에 우리가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다음은 “아테네인들을 결코 잊지 말라”라는 다리오스 왕의 유언과 함께 시작된 페르시아 전쟁부분이 매우 흥미로웠다. 이 단락은 크세르크세스의 성격을 이야기하며 그의 소극적 성격과 더불어 왕이라는 자리의 중압감 등이 복합적으로 그에게 영향을 주었고, 결과적으로 그가 어떻게 그리스 침공을 결정하게 되었는지 설명하고있다. 크세르크세스가 ‘페르시아 전쟁’을 일으킨 왕이라는 사실 외에 다른 정보가 없었던 나는 이러한 저자의 설명이 매우 신선하였을 뿐아니라, 영화 300을 보고 가지고 있었던 크세르크세스에 대한 이미지도 수정 하게 되었다(조금더 인간적으로 바라고 보게 되었다). 또한 페르시아에서는 꿈이 ‘노모스’ 즉 필연, 숙명을 뜻하는데, 이런 운명 앞에서 크세르크세스가 현자들의 조언을 무시하는 부분이 나온다. 이 부분은 단지 크세르크세스에게만 해당되는 부분이 아니다. 역사를 공부하거나 성경을 읽다보면, 왕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신하들이나 선지자들이 항상 경고하는 부분이 등장한다. 율곡이이의 10만 양병설, 원소가 관도대전에서 패배하기 전에 전풍의 간언,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패하기전의 신하들의 간언등이 그랬다. 저자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역사가 이렇게 밖에 흘러갈 수 없는 역사의 필연성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정말 역사는 이렇게 밖에 흘러갈 수 없었는가. 역사를 공부하면서 ‘if’ 만큼 멍청한 질문이 없다고는 하나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 까라는 아쉬움을 남기며, ‘역사의 필연성’에 대해 책을 잠시 내려 놓고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생각거리도 제공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지나가는 나그네여, 스파르타 사람들에게 전해 다오 그대들의 명에 따라 우리 이곳에 잠들었노라고,”라는 구절로 대표 할 수 있는 스파르타인들의 용기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레오니다스와 300인의 항쟁은 말도 안되는 것이였다. 물론 적은 병력이지만 필사적으로 싸운 이유에는 페르시아를 붙잡아 두어야 된다는 현실적인 요인도 있었지만 다른 폴리스들이 페르시아가 두려워 군사를 일찌감치 철수 시킨 것과 다르게 그들의 자신들의 명예를 위해, 그리스의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또한 스파르타의 왕은 출전하기 전에 델포이 신전에서 ‘스파르타가 멸망하든지 아니면 스파르타의 왕이 쓰러지든지’라는 신탁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레오니다스는 자신의 목숨을 걸고 마지막까지 항쟁하였다. 이러한 사실이 유포된 전설이라는 견해가 있기는 하나 이를 같이 고려한다 해도 자신들의 자유를 포기하고 항쟁하는 것은 충분히 훌륭하고 후대에 기억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ⅲ

이 책의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첫 번째로 알렉산드로스 이후에 그리스에 대해 기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책 이름이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이니 만큼 그리스가 로마에게 패권을 어떻게 내어주게 되는지 좀 더 유기적으로 설명을 해주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더라도 간략하게라도 설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한 많은 사람이 읽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기 위해서 여러 부분을 다루지 않고 정치사를 주로 다룬 것이 읽기 부드럽고, 역사적 흐름을 잘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경제사나, 다른 사회, 문화적인 부분들을 좀더 설명해줫더라면 그리스 시대를 좀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든다.

몇 가지 아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정말 서양사를 공부하는, 그리고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 보면 좋은 책이다. 정치의 흐름과 그리스 역사의 개관을 정말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내용도 딱딱하게 서술한 것이 아니다. 강의를 하셨던 분이 글을 쓰셔서 그런지 강의 형식처럼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그덕분에 정말 편안한 느낌으로 책을 볼 수 있다. 개설서로 정말 좋은 책인것같다.

이 책을 읽으며 좀더 생각해볼 점은 흔히 정의와 자유를 수호했을 것 같은 아테네의 이미지를 깼던 것 처럼 내가 가진 다른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이다. 역사에 절대적 선과 악은 없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페르시아라는 제국주의에 대항해 자유를 수호하는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엇다. 하지만 멜로스와 아테네의 관계에서 보듯 그들도 역사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던 폴리스 였다는 사실을 좀더 현실적으로 느끼게 되어, 그리스사를 바라보는데 좀더 객관적인 안목을 나에게 심어 주었으며, 내가 가진 다른 통념들에 대해서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