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취향이나 관심분야와는 상관없이 유명세탓에 읽게될때가 있는데 내 경우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그런 경우였다.
어릴때부터 주위 어른들이 읽어보라 권했지만 한참 만화에 빠져있을때라 당시의 나에겐 관심밖의 책일뿐이였다. 그 후 대여점용 무협, 판타지소설들을 거치면서 조금씩 폭넓게 책을 보면서 점차 질적인면을 살펴보게 되었는데 그때 내 눈에 들어온게 바로 로마인이야기라는 책이었다. 처음에는 신화를 다룬 재밌는책인줄만 알았는데 첫권을 펼치고서는 바로 그 생각을 접어버렸다. 하마터면 책을 덮어버렸을만큼 재미가 없었기에..주변에 먼저 읽은 사람들의 만류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1,2권을 힘들게 읽고나니 그 다음부터는 술술 읽혔다. 저자가 1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에 걸쳐서 ’로마’ 하나만을 파고든 책이라서 그런지 역사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가히 대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아마 책을 읽은 사람이 누구나 다 똑같이 느낄것이다. 현대사회에서 역사를 다룬 책 대부분이 대중성과는 거리감이 멀기마련인데 그만큼 시오노 나나미의 책은 특별했다.
그간의 공백을 깨고 나온 이 책은 팍스 로마나라는 평화가 무너지고 난 이후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로마의 틀이 사라지자 어느 순간 나타나 그 자리를 거머쥔것은 것은 바로 종교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국가였다. 여러 세력들간의 알력다툼이 나오지만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이슬람과 기독교의 대립이라는 틀안에서 벗어나지는 못했다. 로마가 잘 정리정돈된 탄탄한 세계였다면 멸망이후의 세계는 여기저기 어지럽혀져 있는 난장판의 세계였기에 책을 읽는내내 눈앞에 당시의 격전의 순간들이 떠오르는 듯 했고 종교와 정치가 만났을때 국민들에게 있어서 얼마나 비참한가를 알 수 있었다.
이슬람 세력을 기반으로 한 해적들과 그에 맞서는 기독교 세력들이 서로 주도권을 잡으려고 얽히는 모습이 지금으로써는 보기 좋지 않지만 당시의 시대상황에서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지중해라는 거대한 무대에서 승리한 자만이 다시 한번 팍스 로마나의 평화를 재건하거나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제국을 세울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지금의 유럽 지중해를 떠올리면 그저 아름답기만 하고 바다를 가르는 배들의 중요한 통로중에 하나로 인식되어 있었는데 그러한 과거를 품고있다는 사실이 놀라울따름이다. 아시아 국가에 비해 유럽국가들은 역사를 바라볼때 참 스케일이 크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그래서 그들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되고 영향을 받는게 아닌가 싶다.
“평화는 간절히 바라는 것만으로는 실현되지 않는다. 인간에게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누군가가 평화를 어지럽히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분명히 언명하고 실행해야만 비로소 평화가 현실화되는 법이다. 따라서 평화를 확립하는 것은 군사라 아니라 정치 의지였다.”
저자의 말처럼 씁쓸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정답이며 진리가 아닐까 싶다. 누군가에 의해서 강제성이 동원되야만 간절히 바라는 평화가 현실로 다가오니 말이다. 어쩌면 인간들의 역사가 늘상 대립과 함께 존재해오고 지금까지 완전한 평화가 찾아오지 않는것은 이러한 것 때문이 아닐까 싶다.
로마인이야기를 읽고나서 본탓인지 몰라도 이번 책은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방대하다고 할 수 있는 세계관에 비해서 분량이 적은탓인지 무언가 정리되지 않은 듯한 느낌을 받았고 편집또한 잘 다듬어지지 않아서 부족함을 느꼈으니 말이다. 또한 책 곳곳에서 저자의 전작들에서 인용해온 부분이 있었기에 불편했다. 뭐..시오노 나나미의 책이라고 해봐야 로마인이야기와 이번에 읽은 지중해세계가 전부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가에게서 로마인이야기보다 더 나은 책은 나오지 않을 듯 싶다. 그만큼 작가의 모든것이 들어가 있는 책이니 말이다. 그렇다고해서 그외의 책들이 떨어진다는건 아니다. 로마인이야기가 워낙 돋보이는탓에 주변의 책들이 묻히는감이 없지않아 있을뿐 작가의 필력이 떨어진건 아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