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려면 입주민 과반수이상의 서면 동의가 필요하고, 이를 어기면 벌과금을 물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다. 그 사이 가족의 형태도 꾸준히 변화하며 1~2인 가족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외로움을 달래 줄 반려자로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펫팸족’의 등장은 자연스런 현상이 되었다. 반려동물을 가리켜 ‘막내딸, 늦둥이, 아들…….’이라는 호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족의 구성원으로서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생명경시 풍조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오히려 늘고 있다.

만약에, 애완동물이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가 된다면 진짜 동물을 기르는 일이 금지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그 빈자리를 로봇 동물이 대신할 수도 있을 것이다. <9.0의 비밀>은 바로 그런 미래 세상을 얘기하고 있다.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힘들 만큼 기술이 발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로봇이니까 동물학대, 이런 것에서 자유로워질까? 그건 아닐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끝까지 불량이를 포기하지 않았던 주인공 찬이의 마음이 되어본다.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가치에 대하여. 게다가 미래 사회를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다. 꼭 읽어보시라.^^

부모에게 첫 아이는 특별해도 너무 특별해보인다. 태어나 꼬물거리는 순간부터 신기한 순간들이 이어진다. 세상에 태어나 의지할 곳이라곤 부모 뿐인 아이의 입장은 또 어떨까? 이 세상 만물을 창조한 신만큼이나 대단해보일 것이다. 부모도, 아이도, 그저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오기까지는 서로에 대한 기대치에 부합하려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있는 것이다.

나 역시 칭찬에 인색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아이들은 존재 그 자체로 충분했던 것 같다. 목을 가누고, 기고, 걸음마를 떼고, 말을 하고, 글씨를 읽고 쓰고...그 모든 순간들이 얼마나 놀라웠던가. 생각해보면 아이들로 인해 행복했던 순간들이 참 많았다. 건강하게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었다.

더 늦기 전에 칭찬, 아끼지 말아야겠다.

‘자연 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세상, 싸움도 미움도 없고 서로 짓밟거나 짓밟히는 일도 없고, 그래서 눈물을 흘릴 필요가 없는’ 눈나라 왕자 ‘눈새’는 외할머니가 들려주는 3차원 세상이 궁금하다. 특히 지구 사람들이 꾼다는 ‘꿈’에 대해. 그래서 시간, 공간의 흐름이 꼭 맞아떨어지는 날, 눈나라를 떠난다.

 

그리고 3차원 세상, 지구에서 각기 다른 꿈들을 만난다.

초가집에서 홀로 사는 할머니는 꿈이 들꽃과 같은 것이라고 했지만, 부자 할아버지에게 꿈은 배고픔 같은 지독한 괴로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몸이 약한 경호의 꿈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는 것이지만, 경호의 치료와 병원비 때문에 도시의 가난뱅이로 살아야 하는 경호 누나의 꿈은 고향에 돌아가 옛날처럼 사는 것이다. 과학자 영후 형의 꿈은 과학의 힘으로 거짓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었고, 고아원 윤 선생의 꿈은 고아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좋은 부모가 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만난 현민이 아버지는 죽은 아들을 꼭 닮은 눈새가 자신의 아들이 되는 게 꿈이다. 하지만 눈새는 지구 여행에 몹시 지쳐있다. 끊임없이 꿈에 대해 물었지만 해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외할머니의 품으로 돌아가고만 싶다. 하지만 눈나라로 돌아가는데 실패한다. 현민이가 갑작스럽게 죽은 시간이 정확히 눈새가 눈나라를 떠나온 시간이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 아니었을까?

 

이제 눈나라는 눈새의 꿈이 되었다. 그토록 찾고 싶었던 꿈을 스스로 꾸게 된 것이다. 눈나라로 돌아가지 못한 눈새를 생각하면 슬프다. 아, 외할머니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아프면서 살아가는 3차원 세상을 눈새가 잘 견뎌내기를 바랄 수밖에. 비로소 꿈꾸는 세상이 생겼으니 잘 견뎌낼 것이라고 믿는다. 비록 상처투성이의 세상일지라도 꿈꿀 수 있기에 살아볼만한 세상임을 곧 알게 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