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얇다. 겨우 235 페이지 밖에 안되는 로맨스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거의 20일의 날들을 소비한다. 지루하다, 재미없다.. 이런 건 아니였는데... 그냥 지지부진하게 망상 속에 파묻힌 삶을 살고 있노라니, 텍스트가 내 머리 주위를 겉도는 느낌이다. 다른 핑계로 제목이 마음에 안들어서 그랬다고 하고 싶기도 해(웃음). 왠지 이 소설은 사람이 많이 붐비는 지하철이나 카페에서는 쉽게 꺼내지지가 않기도 하다. 제목 때문이다. 제목! 누군가 자꾸 힐끔 거리는듯 하기도 하고.. 왠지 꼭 내 치부를 들킨것 마냥, 나 또한 사람들의 시선을 자꾸 의식하게 되었으니까. 잠시 책을 읽다 다른 일을 할 때는 책을 뒤집어 놓기도 한다. 제목 .. 참 .. 마음에 안든다.
하지만 참 오묘하다고 해야 하나, 이 작가가 풀어나가는 텍스트들은 내게 은근한 가독성을 준다. 제목만큼 기대 없이 가볍게 읽으려 했던 건데, 이 이야기가 자꾸 나의 코끝을 찡하게 만들기도, 나도 모르게 그녀들의 이야기에 공감을 하며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래.. 이 이야기는 지금의 내 나이쯔음 된 사람들이라면 (특히 여자) 아마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90년대 학번을 가진 자들이라면.. 그대들도 그러할 것이다! 분명히... 세 여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갓 신입생의 20살 부터.. 40세가 되어가는 그 긴 세월과 시간 속에 그녀들의 아프고, 즐겁고, 사랑스러운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어, 그냥 단 한마디로 이 소설에 대한 느낌을 말하라 하면. 단순히 제목 그대로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엔 하고픈, 쓰고픈 말들이 참 많기만 하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지 며칠이 지나고서 리뷰를 끄적이려니 책을 읽었던 당시, 스친 많은 생각들과 감정들이 물거품처럼 날아가 버린 느낌이 든다. (정말 메모를 생활화 하는 습관을 가져야지!)
소설 속 세 여자. 보라, 희재, 혜영은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이다. 그 중 보라와 그의 남자친구 진욱의 길고 긴 , 아픔과 고통, 헤어짐, 다시 사랑의 반복되는 사랑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 긴 사랑 이야기의 엔딩은 참 저릿하다. 누구의 편도 나는 들어줄 수가 없었다. 보라의 마음도 진욱의 마음도 내게는 이해가 되었으니까! 결국 이 소설은 사랑 이야기로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세 여인의 인생을 말하고 있는 듯 하지만, 나는 텍스트들 사이에서 많은 오묘한 감정의 엉킴을 경험한다. 문득 20년이란 긴 세월의 시간동안 세 여자의 피보다 진한, 우정에 나는 잔뜩 심술과 부러움이 샘 솟고 말았다. 이 소설은 드라마를 텍스트로 보는듯, 어떤 면에서는 실화를 읽는 듯한 생생함이 다분이 베어 나온다. 이 소설 속, 인물들 한명 한명에게 감정 이입이 되다보니 나도 모르게 조울증 마냥.. 내 마음도 들쑥 날쑥이다.(아 .. 제길! 요즘 왜이리 심약한 내가 되어 버린 거지!)
그냥 그러하다. 스토리 자체에 빠져들어 읽었다기 보다는, 그들의 추억과 현실의 살아가는 그대로의 모습들에서, 그녀들이 내뱉는 텍스트와 생각하는 내면의 텍스트에서, 나는 심장의 울림을 여러번 느끼고 말았다. 부모님의 부재, 헤어진 남자친구의 부재.. '혼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여러 감정, 그녀들이 말하는 삶 속에는 참 많은 희노애락이 스며들어 있다. 울컥 했다가, 저릿하다가, 스리슬쩍 미소 짓다가, 나와 같은 마음에 고개를 주억 거렸으니.. 가볍고 그저 그런 유치한 연애 소설이라고 치부하기엔 , 좀 많이 아까운 소설이니 나는 당신들에게 이 소설을 살짝 권해 주고 싶다.
- 이 소설을 읽고 당신도 나와 같은 감정과 감성을 나눌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