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 시절, 나는 셰익스피어 이야기를 많이 읽었다. 특히 4대 비극 및 5대 희극은 여러 가지 판본으로 몇 번이나 읽었던 기억이 있다. 과거 우리보다 위 세대의 사람들에게는 러시아 문학이 강조되어 톨스토이와 체호프 등을 지적으로 여기며 읽었다면,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는 셰익스피어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면서 셰익스피어 읽기 운동이 확산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셰익스피어를 접할 기회도 많아졌으며, 셰익스피어 작품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들어오면서 자랐다.

 다만, 셰익스피어는 희곡을 쓴 작가였지만 그의 작품을 소설처럼 변형하여 줄글로 만든 것을 읽었다. 이야기의 흐름 및 이야기에서 다루고자 하는 논점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희곡 대본에서 느낄 수 있는 공연상의 현장감이나 등장인물의 보다 심층적인 면모, 그들이 처해있었던 상황적 맥락 등은 많이 생략되어 있었다. 그때도 그런대로 재미있었던 것 같지만 시공 출판사의 『오셀로』를 읽으면서 나는 내가 그동안 알아왔던 오셀로는 완전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오셀로』속 이아고는 도나토 카리시의 소설『속삭이는 자』와 같이 말로써 다른 사람들을 조종하여 자신이 원하는 바를 성취하도록 유도하는 인물이다. 고귀한 품성을 지니고,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지극히 아내를 사랑했던 오셀로를 오직 말로써 굴복시켜 가장 비참한 살인을 저지르게 만들다니 그 과정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기존 판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아고의 천박한 성적 농담과 그리고 그 말이 자아내는 긴장감과 불안, 더불어 교묘하게 다른 사람을 몰아세우며 자신이 만든 프레임 속에 가두어 버리는 전략들을 고스란히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오셀로의 추락과 데스데모나의 죽음까지의 과정이 흡사 허구적인 소설의 세계 속에서 일어나야만 했던 필연성으로 느껴졌던 이전 판본들과는 다르게 어째서 그가 그렇게 행동하게 되었는지의 당위성과 개연성을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현명하게는 아니나 너무도 지극하게 사랑했던 사람에 대해서,

쉽게 질투하지는 않지만, 흥분하도록 부추김을 받아서

극도로 혼란에 빠진 사람에 대해서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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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오셀로의 시적이고 우아한 언어 표현이 기괴하고 광기로 점철되어 감정적인 분출을 보이는 말로 변화되어가는 모습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데스데모나와의 결혼 직후 그녀의 아버지 브라반시오가 검은 무어인이 자신의 딸을 데려간 것에 대한 죄를 물었을 때 데스데모나와의 사랑에 더러운 술수는 없었으며 오직 자연스러운 마음의 교류였음을 증명하기 위한 말은 다음과 같았다. '그리고 그녀가 올 때까지, 진실로 하늘에 고하듯이 제 혈기가 저지른 죄를 고백하겠습니다. 존엄하신 여러분들 귀에 진실되게 말씀드리지요. 제가 어떻게 이 아름다운 숙녀의 사랑을 얻고 그녀가 제 사랑을 얻었는가를(p.81)' 품위가 있으며 당당했던 오셀로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런데 이아고가 그의 마음에 독을 뿌린 뒤 갖은 수단으로 계략을 꾸민 것에 속아넘어갔을 때 오셀로가 말한 내용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횡설수설하며 정돈되어 있지 않다. '그녀와 같이 누웠다고? 그녀 위에 누웠다고? 여자를 비방할 때는 "그녀에 대해서 거짓말을 하지"*라고도 말해. 그녀와 같이 누웠다! 음탕한 짓이야. 손수건-고백-손수건! 고백을 한 다음, 그 수고로 교수형에 처한다. 먼저 교수형에 처하고, 그러고 나서 고백을 들어. 그것에 치가 떨린다. 어떤 곡절이 없이 본성이 이렇게 어두운 격정에 사로잡히진 않을 것이다. 나를 이렇게 뒤흔드는 것은 말 때문이 아니야. 흥! 둘이서 코와 귀와 입술을. 그럴 수가? 고백해? 손수건에 대해서? 오 악마여!' p.

 *('lie on her는 여자 위에 눕는다는 의미와 여자에 대해서 거짓말을 한다는 이중의 의미로 해석된다.)   완연히 의심에 빠져 데스데모나를 증오하며 격렬한 분노를 표현하고 천박한 모습을 드러낸다. 오셀로의 이와 같은 변화는 이아고의 술수에 동조해가며 어리석음에 빠지는 추락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 진행에 급박함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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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데모나 난 죄없이 죽어.  p.222

데스데모나는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사랑을 쟁취했으며 남편을 따라 전쟁터까지 따라온 여성이었다. 그렇지만 남편의 느닷없는 변화와 부당한 대우에 저항할 수 없었으며 결국 그의 손에 살해되기까지 소극적인 역할에 머물러야 했다.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서는 그 상황적 맥락을 반영해서인지 여성에 대한 인식이 비하되어 있으며 여성성에 관한 내용들을 짐승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으로 치환한다. 이에 이아고의 아내인 에밀리아는 수동적인 순종을 강요하는 남성들에 대해 여성으로서 부당함과 요구를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성관계를 동물적인 것으로 비하하며 조롱하는 이아고의 성적 불안감과 자신의 아내가 오셀로와 간통했다고 믿으며 그것을 되갚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습 등에서도 그의 악행의 근원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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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익스피어가 쓴 희곡 『오셀로』의 본문 뿐만 아니라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오셀로』가 연극으로 공연되었을 때의 역사와 당시 배우들에 관한 이야기를 제공하고 있다.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를 싣기도 하고 당시 상황에 대한 분석을 제시하면서 희곡 속 각 등장인물들이 어떻게 다루어져왔는지를 설명하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각 등장인물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자세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분명 이야기 구조는 내가 알고 있던 것과 같았지만 마치 다른 이야기를 본 것처럼 느낌이 좀 더 달랐다. 보다 강렬했고 입체적이었으며 실제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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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에서는 셰익스피어가 사용했던 언어의 운율감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등 원문과 가깝게 번역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독서를 통해 읽는이에 대한 배려와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다른 언어를 배우지 않고도 원작을 이만큼 읽어낼 수 있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고도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공RSC 셰익스피어 선집의 다른 책들인『햄릿』,『리어 왕』,『맥베스』,『로미오와 줄리엣』을 꼭 찾아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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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분류는 '실용', 또는 '상담'에 가깝다. 그만큼 경미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우울한 생각으 로부터 벗어나서 긍정적인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안내하는 과정이 굉장히 상세하게 드러나있다.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되기 전 단계의 우울증이거나 혹은 상담 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 사람이 우울함으로 인해 무기력과 기억력 감퇴, 주의집중 결여로 인한 자기 비하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 상태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주면서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 생각을 바꾸는 방법부터 시도해보도록 권한다. 책 속의 상담 치료사같은 느낌이었다.

 다소 우울한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나는 낙천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책에서 소개하는 것만큼 우울한 상태가 아니어서 책 속의 내용을 따라 내 생각과 변화된 생각을 적어보지는 않았다. 애초 우울증의 정의와 우울한 사람의 증상 같은 상세한 내용을 기대했던 것과 달라 아쉬웠지만 우울한 사람들이 주로 사로잡히는 부정적인 생각의 예시 같은 것은 알 수 있어 대체적으로 우울한 증상을 앓고 있을 때 어떤 생각을 주로 하게 되는지 살펴볼 수는 있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우울증 치료를 위한 보급판 같은 이 책이 개인적 경험 또는 기타 여러 가지 이유들로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도와줄 수 있을까하는 점이었다. 이 책의 주요 관점은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예시를 제시하고 그 아래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어보고 긍정적으로 변화시켜볼 수 있도록 따라하게 되어 있었는데 책의 예시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일 경우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은 것이었다.

 대개 자기계발서와 같은 실용류의 서적은 지금의 상태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기존의 생활에 대한 자극을 주기 위해 나태함을 반성하게 하고 더 훌륭한 삶의 방식을 취하고 있는 사람들의 예시를 들어 변화할 것을 요구하지만,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쓰여진 이 책은 기운을 북돋기 위해 애쓰고 있었고 또한 친절하게 현재 상태의 어려움을 이해하면서 무리하지 말 것을 권유한다. 대신 매일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서 제시하는 생각대로 생각을 바꾸어보도록 권하는 것이다.

 만약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이 이 책이 암시하는 것만큼 무기력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책을 통해 인지치료를 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심리치료를 받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전문가의 상담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개방적이지 않으며 꺼려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럴 경우에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고 방치하여 더 심한 상태에 이르는 것보다는 책을 통해서라도 인지 치료를 받는 편이 보다 현재 상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개선하고 싶다는 의욕을 불어넣기에 더 나을 것 같았다.

 책의 디자인은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눈에 띄는 오타가 너무 많아 꺼려지기도 했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혹은 문맥에 어울리지 않는 낱말 등이 아니라 '또ㅀ(이 책의 오타는 아니지만 예를 들어)'와 같이 단순 오타가 많이 보여서 책을 출간할 때 한 번도 점검해보지 않은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나에게는 그닥 유용함이 없었지만 주변의 누군가 우울증의 증상을 보이지만 내색은 않은 채 깊은 우울함을 느끼고 있는 데도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 홀로 외롭고 쓸쓸하다면 이 책 속의 상담사를 소개시켜 본인의 상태에 대해 점검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더 전문적인 치료를 주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선물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본 리뷰는 북소리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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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는 도화서 화원들이 아닌 평범한 시민들이 그린 것으로, 특히 조선 후기에 평민들의 경제적 여건이 향상되면서 많은 발전을 이루게 된 우리나라의 문화이다. 이 책은 동물, 꽃, 풍경(산수), 영웅과 신화, 책을 주제로 하는 민화들을 각 주제별로 알기 쉽게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도서의 수준은 초등학교 3~4학년이 적합해보이나, 초등학교 5-6학년 미술(교학사) 8단원 전통 회화에서 수묵과 채색에 대해 배우고, 창의적으로 표현해보는 내용을 학습하고 있기에 5-6학년 학생들에게도 학습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또한 5-6학년 미술 8단원을 가르치게 될 때 민화가 좋은 교수학습자료가 되어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는데 그 이유는 교학사의 교과서에서도 삽화로 민화를 제시하고 있으며, 후에 학습자가 직접 그려보게 될 때의 학습자의 수준과 시간 배분 상황을 고려해서라도 배경이 칠해져 있지 않고 간단한 선으로 아름답게 이루어진 민화를 예시로 제시하여 가르치는 것이 효과적이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재미있고 친숙한 민화의 아름다움은 배워야 하는 내용에 대해 흥미와 충분한 동기 부여를 해줄 것이었다. 

 

 그렇기에 민화에 대한 이야기와 여러 민화에 대한 소개를 주제별로 제시하는 이 그림책이 초등학교 학습자들과 교수자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줄글이 많고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민화의 그림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학교에서보다는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읽으며 민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듯 했다.

 

 민화에는 당시의 풍습과 사회 현상이 잘 드러나 있는데, 예를 들어 민화를 보고 당시 신분제의 모습을 확인해보고, 당시 평민들의 일반 생활에 대해 짐작해보게 하는 활동을 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민화에서 쓰이고 있는 상징과 구성에 대해 간략히 제시한 다음, 책에서 제공하고 있는 일러스트처럼 간단하게 자신만의 민화를 그려보는 것도 좋은 활동이 될 것 같았는데, 왜냐하면 미술 교과에서 전통회화를 학습하는 8단원 이후 9단원이 바로 상상하여 그려보는 내용이어서 신화적 요소나 여러 이야기를 바탕으로 상상하여 자신만의 민화를 그려보는 활동이 단원의 연계성을 높이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화는 민화만의 고유한 특질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우리나라의 소중한 문화이다. 이러한 가치에 대해 소중하게 생각하고, 옛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민화에 대해 흥미롭게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이 널리 읽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또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후에 민화와 관련하여 아이들이 재미있게 학습할 수 있도록 사회교과의 역사적 내용과 미술교과의 전통 회화에 관한 내용을 통합하여 재구성한 수업을 한 번 만들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