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현 지음

들어가며

따스한 봄 햇살을 느끼기엔 약간은 어색할까? 아직은 한기를 약간 느끼며 따스한 커피가 생각나는 시절인가 보다.

르네 21(http://www.renai21.net/)의 첫 강의는 둘째주 부터 시작되었다. 왜 이리도 내겐 기다려지는 시간인지 아직도 잘 이해를 못하겠지만, 르네21은 행복한 강의와 사색의 여유를 제공해주는 원천임에 분명하다.

4월의 첫 강의는 가족 심리학 분야인데 나에겐 매우 생소한 분야였다. 최광현 교수님의 아주 편한 강의로 시종일관 강의실은 웃음을 잃지 않았다. 교수님은 가벼우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은 강약 조절로 수강생들을 몰입하게 만들었고 평생을 함께 살면서 왜 가족에게 더욱 큰 상처를 받게 되는지를 충분한 사례를 통해 알려주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평소에 내가 생각해 본 가족의 이상적 모습과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 익숙함으로 인한 지루함을 조금은 느끼고 말았다. 질의 응답시간에 수강생들은 각자의 고민을 털어 놓으며 다양한 트라우마 해소방법에 대한 의미 있는 시간도 가졌다. 무료 상담을 해주신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가족의 행복을 이루는 원천은 무엇인가?

최근 한국의 이혼율은 거의 50%에 육박한다고 한다. 사람이 결혼하는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좋아해서 사랑해서 또는 조건과 공통점이 많아서 결혼에 골인했고 어찌되었든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 서로가 노력을 해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상대방을 못 미더워하고 혹은 자신의 욕구를 채워주지 못함을 이유로 정서적으로 멀어지게 되고 급기야 이혼을 하게 된다. 이혼의 사유야 너무 많아 일일히 언급하기는 불가능하지만 한 마디로 이혼 사유를 요약하자면 행복감에서 멀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행복의 가장 최우선 조건은 무엇인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평범하면서 중요한 조건은 "진실"이 아닐까?

반대로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순간에 인간이 처하게 되면 누군가는 살아남고 누군가는 쉽게 생을 마감하는데 이 삶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는 이들의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일까?

예를 들어 삼풍백화점 참사에서 17일 만에 살아남은 박모양의 경우 살아난 직후 인터뷰에서 살아남은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단다." 내겐 추억할 수 있는 가족의 행복한 기억들이 있었습니다. "

그렇다. 가족과 공유한 행복한 기억들이 죽음의 문턱에서 이승의 끈을 붙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쉽게 얘기하자면 가족으로부터 행복한 기억들이 많은 사람이라면 위험에 처했을때 평범한 타인보다는 오래살 수 있다는 점.

가족의 상처가 더 크게 다가오는 이유?

어렸을적 가족에게서 받은 상처가 성장하면서 타인에게서 받은 상처가보다 더 크게 자리잡는 이유는 왜일까?

가족안에는 "태초의 신뢰"가 있다는 모 학자의 말처럼 제 3자에게서 받은 상처는 망각할 수 있지만 가족간의 상처는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

가족이기에 모든 것을 눈감아 주고 이해해 주리라 기대하지만 내게 돌아오는 마음의 상처는 평생을 갖고가는 것은 매일 봐야하는 존재이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그것은 알 수 없는 믿음에 대한 상처 때문일 수 있을 것 같다.

상처는 또 다른 상처를 만든다.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낸 성인의 경우 그 불행을 반복하는 것은 왜일까? 그 해답을 프로이트는 반복강박에서 찾고 있다.

심리학자에 의하면 내가 경험한 트라우마 (즉, 부모가 경험한, 가족이 경험한) 는 성장하면서 재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누군가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성장하였다면 자신 역시 폭력적인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경향이 강하다. 의도적으로 그런 남자를 피하려 하지만 운명의 신은 그녀를 그녀에게 불행을 반복시킨다. 일명 귀향증후군. 우리가 배우자 선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내게 편한 사람, 내게 맞는 사람을 찾기 때문이 아닐까? 편하고 익숙한 것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반복 강박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부부 갈등은 1+1이다.

부부 갈등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서로가 모르는 사람이 사랑이라는 이름하에 함께 살아갈 경우 충돌하는 이유로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현재의 부부문제 뿐만 아니라 그 내면에 감춰진 본인의 문제(나의 과거상처)에도 그 원인이 있음을 우리는 대부분 모르고 있다.

부부 싸움후 상담자에게 토로하는 대부분의 경우 싸움의 원인을 상대방 탓으로 돌리지만 심리적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본인에게 감춰진 과거 상처를 배우자에게서 보상받고자 혹은 기대치를 충족치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이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자녀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열등감을 자녀에게서 대리만족을 통해 보상받고자 자녀를 괴롭힌다면 이 자녀 역시 성장후 누군가에게 트라우마 해소를 위해 같은 경험을 반복할 경향이 있다.

상처 치유의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가족으로 부터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안데르센은 매우 불우한 유년시절과 가족사를 갖고 있음에도 "다른 관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면서 현실의 고통은 단순한 고통이기 보다 행복으로 가는 여정으로 보았다." 우리가 받은 상처에 다른 의미를 부여해 보자. 상처가 상처로서만 남게되면 평생 고통스럽기에 상처가 아물고 난 후 가렵고 시원한 상태가 될 것을 상상하며 그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어떨까.

가족이 갖고 있는 트라우마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점이 있을까? 물론 당장 치유는 어렵겠지만 트라우마를 들여다보며 관심과 배려를 통해 사랑을 느끼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그래서 상처가 해결될 수 있다면 행복한 가족 만들기에 조그만 도움이되지 않나 생각해 본다.

가족과의 허심탄회한 대화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시간 없음, 피곤함을 이유로 대화를 피하지 말고 상대방의 트라우마를 해소하기 위해 상대방의 상처에 작은 시각, 의미의 변화를 읽어내 보자.

르네 21(http://www.renai21.net/) 3월 마지막 수업 "가난한 집 맏아들"은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이신 유진수 교수님께서 부를 획득한 자들의 도덕적 의무에 대해 아주 쉬운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 주셨다. 교수님은 최근 몇 년간 핫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거래" 전문가로써 본 강의를 통해서 부를 획득한 자들의 도덕적,사회적 책임과 의무에 대해 치뤄야할 그 무엇에 대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부를 획득한 것은 자신의 힘만으로는 사회 구조상 절대로 되지 않으며 (비록 자수성가를 했다손 치더라도) 자신이 부를 획득하는 순간 타인은 그 만큼의 반사적 손해를 감수해야 하며 손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 성공한 자들이 보상 내지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야 함을 한국 경제의 쉬운 예로 보여주었다.

가난한 집 맏아들 이야기

한국 경제는 60~70년대 실로 매우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다. 오죽하면 아프리카의 미개한 국가보다 국민소득이 더 적은 시절이 있었을까? 농업을 기반으로 한 우리 경제는 한 마디로 개천에서 용나지 않고는 신분 상승을 할 수 없는 구조였음에 분명해 보인다.

가난한 농촌에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가장 똑똑한 자녀에게 "올인" 하여 성공하도록 보살펴 주는 길 밖에 없고 나머지 자녀들은 무식과 가난을 대물림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임을 우리는 부모세대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성공한 자녀(흔히 맏아들)가 성공 이후에 보여준 부모와 성장을 함께한 형제에게 어떻게 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성공전에는 자신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부모와 형제를 위해 뭐든 할 것 같은 장남이지만 막상 성공 이후에는 자신의 앞가림에 더욱 매진하게 되며 부모에게는 실망을 무식과 가난을 대물림한 형제,자매로부터는 이유있는 원망을 듣게 되는 현 구조는 한국 경제의 선두 주자라고 불려지는 현재의 재벌에게서 느끼는 배신감과 비슷한 감정이지 않을까?

재벌의 성공가도에는 맏아들에게 부여된 특혜가 있음을 주목하자

박통 시절 경제 발전을 외치며 어이없는 한일협약으로 5억불을 얻어낸 그들은 이 돈을 일부 기업에게만 특혜를 주는 식으로 배분하고 만다. 일단 기업이 살아야 수출을 하고 내수를 진작하며 고용을 창출하는 경제 일반론을 들먹거리기 이전에 왜 몇 몇 기업에게만 환율 우대나 일감 몰아주기 내지 기업대출 특혜를 주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성공한 기업들은 현재까지 정부와 정경유착을 하며 공생 관계를 형성하였고 가끔 공적자금을 받아내서 회사 이윤을 위해 사용하기 보다는 임직원들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하였으며 국민의 혈세로 조성된 공적 자금에 대해 부채탕감 의식은 눈꼽만치도 없는 비상식적이며 비도덕적인 상황 전개에 소시민의 입장으로서 심히 불쾌하며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특혜를 받았다면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 이거늘 기업의 사회적, 도덕적 양심내지 정의라고는 찾아 볼 수 없다.

기업의 존재 가치는 이익실현이라는 교과서적 기치하에 우리는 많은 것을 눈감아 주었고 용인해 주었다. 한 번쯤은 성공한 맏아들(재벌기업들)은 부의 궁극적 가치내지 이 사회에 빚지고 있는 도덕적 정의개념에 대해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경제정의 실천이라는 말을 들어는 보았지만 정확히 그 개념을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것 같다. 존 스튜어트 밀의 주창대로 "공리주의"에 기반을 둔 것이 경제 정의라면 현대 사회에서 가장 문제시되는" 빈익빈 부익부" 양극화 현상을 더욱 가속화 시킬 것이며 이런 성장위주의 경제 정책은 대부분의 소시민들을 더욱 박탈감에 빠트릴 수도 있을 것이다.

가난한 집 맏아들의 도덕적 의무

존 롤스의 "정의론 "에 의하면 가장 정의로운 사회를 규정지음에 있어 국가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비교하여 가장 잘사는 사람이 있으면 그 국가가 가장 정의로운 사회라고 규정한다 (최소 극대화의 원칙). 물론 현실적으로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샌들 교수의 "정의" 기준에 맞춘다면 최소한 앞으로 지향해야 할 정의로운 사회의 필요조건으로 성공한 자의 "도덕적 의무" 즉, 자신의 성공을 위해 희생당한(상대적으로 기회를 박탈당한) 이웃, 친지,가족을 위해 무엇인가 보상을 해야만 하는 것이 과연 무리한 요구일까?

물론 "공리주의"와 존 롤스의 "정의론" 중 어떤 기준을 삼느냐에 따라 사회의 경제적 기준점 및 분배 정책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을 것이며 개인의 가치 판단에 따라 양자 택일의 "도덕적 정의 " 수준이 달라 질 수 있음은 어찌할 수 없겠지만 기업이 미래가치를 더욱 보장 받고자 한다면 기업이 성장하도록 도와 준 소비의 주체 즉, 국민에게 어떤 차원에서든 보상내지 기부를 해야하지 않을까?

이것이 바로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가난한 집 맏아들의 도덕적 의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도덕적 의무

한국도 예전 아주 가난했던 시절이 분명 있었고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에서 많은 땀을 흘리고 있는 소위 후진국 노동자들은 과거의 우리의 모습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OECD에 가입하였다고 모두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분명히 알고 있다. 개도국 지원발전 기금에 매우 인색한 우리의 현 경제 수준은 아직까지 도덕적 의무에서는 최소한 후진국에 머물고 있는지 않는지 한 번쯤 반성을 해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