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찾던 다이어리의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다이어리는 7321에서 나온 어린왕자밖에 없었다. 데일리가 366쪽 들어있고, 거기에 월간, 주간 스케줄과 가계부까지 모두 갖춘 다이어리.
일단 기본사양은 2006년에 나왔던 앨리스 다이어리와 같다. 구성도 거의 비슷하고, 크기 또한 거의 똑같다. 앨리스에 비해 어린왕자가 더 제본상태가 좋고, 아주 약간 폭이 크다는 것 외에는.
더 나아진 점이라면 디자인이 좀 더 다채로워졌다는 것과 데일리란의 단점을 보완했다는 것. 속지에 작은 그림들이 다양하게 들어가있어 쉽게 질리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일기쓰는 칸과 계획표 칸을 세로배치해서 불편했던 앨리스와는 다르게 가로 배치라 편리하다. 이 점은 도로시에서 미리 보완이 됐던 내용으로 알고 있다. 다만 다이어리가 워낙 작은 크기다보니 글 쓸 수 있는 칸도 큰 편이 아닌데 데일리 칸의 위쪽에 여백이 많다고 생각했다. 물론 일반적으로는 절대 큰 게 아니지만, 작은 다이어리에서 효율적으로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여백-내지는 여백으로 여겨질 수 있는 공간의 경계-은 줄이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데일리의 가계부와 해야할 일 칸이 줄어들었다는 것. 해야할 일은 하루 3개 정도로 축약해 쓰고, 위클리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괜찮을지 몰라도, 가계부 칸이 줄어든 건 아쉽다. 나같이 하루에 6건 이상 지출할 때도 있는 사람들은 좀 곤란할 수도 있겠다.
같이 들어있는 스탬프의 질은 아주 좋다. 가격대비해서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고, 디자인도 예쁘다. 하지만 잉크패드는 같이 들어있지 않아서 각자 돈들여 사야한다. 자칫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도 있겠다.
앨리스 때와 먼슬리 구성이 살짝 달라졌다. 전에는 기본적으로 달력이 있고 한 주 옆에 이주의 해야할 일을 3개씩 적고 체크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달력크기와 같은 크기의 빈칸을 하나 내어놓고 주중행사(?)를 적을 수 있도록 했다. 먼슬리와 위클리에 적는 내용이 중복되는 것을 피할 수 있어서 좋다.
사실 별로 쓸 일은 없지만 없으면 아쉬운 지하철 노선도도 들어가 있다.
가장 아쉬웠던 것은 편지봉투와 다이어리밴드가 들어가있지 않다는 점. 편지봉투야 작은 다이어리의 특성상 없는 것이 나을수도 있지만, 쪽수가 저렇게 많은 다이어리에 밴드가 딸려있지 않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지 않나 싶다. 스탬프도 좋지만 밴드를 빼먹고 구성했다는 것은 스탬프도 팔고, 밴드는 따로 팔겠다는 생각으로 보이는데 이런 상술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7321을 좋아하는 이유가 소비자를 고려하는 합리적인 구성과 디자인에 있는데 이번해는 그 정신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 모든 다이어리에 스탬프를 강제적으로 딸려보내는 걸 보면.
마음에 안드는 점은 어떤 다이어리를 사도 생길테고, 어린왕자 다이어리는 전체적으로 내 필요와 취향에 딱 맞는 다이어리다. 7321에서 올려놓은 리뷰를 꼼꼼히 읽고 산 사람들이라면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울 것이다. 내년에는 이번해의 단점을 보완해서 더 만족도 높은 상품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