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4년이 지나고 오래간만에 다시 북피니언 시작이다 !!!

 

 처음에 서점에 이 책을 보았을 때 '영화를 소설로 옮긴 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알고보니 소설이 너무 유명해서 영화화가 되었다고 한다. 큰 기대없이 영화를 보았는데 도저히 소설을 읽지 않고는 못배기게 만들어 버렸다. 영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책까지 읽게 만든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영화 [마션]은 최고!!!

 

'아무래도 좆됐다'

소설의 첫 문장은 임팩트가 너무 크다. 번역가의 장난인줄 알았다. 그래서 원문이 궁금했다.

 

I'm pretty much fucked !!

이 문장을 다른 문장으로 번역할 수 있을까? 번역가의 장난이 아니었다. 오히려 작가의 장난이라고 할까?

 

 앤디 위어는 원래 소설가가 아니고 나와 같은 개발자라고 한다. 책을 쓰고 싶었지만 어느 출판사도 받아주지 않아서 자신의 블로그에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블로그의 팬들이 많아지고 책을 내라는 이야기가 많아지자 '아마존'에 무료로(택배비만 받고) 올렸다고 한다. 그 책이 엄청난 인기를 끌어 결국 정식으로 출간했고 바로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더 소설같지 않은가? 정말로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소설의 이야기는 영화화 별로 다르지 않다. 주인공 '마크 와트니'가 사고로 화성에 고립된 후 지구로 돌아가기 까지의 고군분투와 그를 지구로 데려오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구명활동의 이야기. 주제의식도 영화와 다르지 않다. 미리 생각해서 걱정하고 절망하지 말고 눈 앞의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 목적한 바를 이룰 수 있다는 지극히 이상적인(?) 주제의식.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은 나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그래서 소설의 주인공은 동료들이 자기를 버렸다고 화를 내지도 않고(이미 지나간 과거이니까) 지구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절방하지도 않는다(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일이니까). 그저 자신 앞에 느닷없이 닥친 생존이라는 현실을 위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갈 뿐이다. 그렇게 인생을 항상 현재형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쾌한 주인공이 있어서 이 책은 전혀 무겁지 않다. 고립된 상황, 인간과의 대화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오는 심리적 타격에 대한 무거움은 찾아볼 수 없다. 외로움이나 그리움의 감정을 드러내지도 않는다. 하기야 주인공의 상황을 본다면 그런 감정조차 사치라고 느껴지기 까지 한다. 21세기판 '로빈손크루소'인데 스케일이 범우주적으로 넓혀졌다. 작가의 어이없는 상상력을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한 게 소설의 첫문장이 아닐까? 소설은 정말로 재미있다.

 

 소설과 영화의 차이는 기술적인 부분에 있다. 영화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생존을 위한 주인공의 활동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그 행동이 나오기까지 주인공이 펼치는 과학적의 사고의 연결은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부분이다. 주거용 막사에서 물을 만들기 위해 불을 피울 때 왜 폭발을 해서 주인공의 머리가 그을렸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줄 뿐이다. 소설에서는 왜 그런 현상들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과학적인 설명을 해 준다. 왜 갑자기 주거용 막사의 일부분이 날아가게 되었는지, 왜 주인공이 무리를 해서까지 로버를 타고 그 먼길을 떠나야 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방대한 과학지식들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물론 때로는 너무 어려워서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를 정도의 난이도 있는 과학지식들도 나오지만 대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다. 과학적 지식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소설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진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몇 십년 후에 실제로 인간이 화성에 가게 된다면 이 책은 화성 생존을 위한 바이블이 될 것 이다. 대단한 작가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영화도 최고였지만 역시나 소설도 최고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소설이다. 강추 !!!

 

* 영화의 주제의식은 '현재에 충실하라'에 가깝지만 소설의 주제의식은 '인간의 본성은 따뜻하다'에 가깝다.

1. 여전한 보텐슈타인과 행복해 보이는 피아. 그들 콤비의 새로운 이야기.

   넬레노이하우스라는 주부를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 준 '타우누스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아내와의 이혼 후 자신의 삶을 새로 시작한 보텐슈타인 반장과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한 피아 형사.

   그들에게 떨어진 새로운 사건을 가장 악랄한 범죄이고 범인들이 꾸민 건 가장 악랄한 음모이다.

   명콤비가 밝혀내는 외면하고 싶지만 외면할 수 있는 인간의 악랄하고 잔인한 본성.

 

2. 소재가 되는 '아동포르노'는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최악의 범죄이다. 거기에 '인신매매'까지 있으니 끔찍하다.

   인간으로 해서는 안 될 범죄라고 말하지만 절대로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는 이 범죄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아동포르노 조직의 실태를 고발하고 그들의 조직을 철저하게 파헤친다.

   이 소설을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는가는 소설이 가지는 현실성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이라고 생각해도 끔찍한데 이야기가 너무 현실적이어서 더욱 더 끔찍하다. 눈을 돌리고 싶다.

 

3. 그러나 수요가 없으면 공급도 없는 법. 아동포르노를 제작하는 조직에게는 소비자가 있다.

   그 소비자들은 오늘도 뻔뻔한 가면을 쓰고 자신들과 상관없다는 듯이 그들을 비난한다.

   결코 특별한 성적취향을 가진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주변에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아저씨들이다.

   그들 중에는 힘을 가진 이들도 있고 아동포르노의 제작자들은 그런 힘의 그늘에 숨어 기생한다.

   소설에 나온 현실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겉으로 천사의 모습을 가지고 뒤에서 악마의 미소를 짓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4. 소설적인 완성도에서는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작가는 이미 목표점을 정해놓고 앞으로만 전진하는 경주마 같은 방식의 서술을 택했다.

   또한 독자는 그 목표점이 어디인지 처음부터 인지할 수 있고 중반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소설을 쓸 때 작가의 심리상태가 어떠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읽는 내내 작가의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소설적인 면에서 봤을 때 이미 끝을 정해놓고 이어지는 서술은 다소 맥이 빠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설로 말하고자 했던 바, 작가가 분노하고 있는 사실들에 대한 명확한 제시는 나름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넬레노이하우스, 사악한늑대

1. 댄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최고의 소설이었다.

   [천사와 악마]를 읽고 나서 [다빈치 코드]는 최고의 자리를 내 놓아야 했다.

   [로스트 심벌]을 읽고 나서 댄브라운에게 너무나 실망해서 화가 났다.

   그래서 이 소설 [인페르노]를 선택할 때 잠시 망설였다.

   [인페르노]를 다 읽고 나서 이제는 [천사와 악마]가 최고의 자리를 내려와야 했다.

   이 소설은 나에게 댄브라운의 소설 중 단연 최고의 소설이 되었다.

 

2. 소설의 첫 부분에서 기억을 잃고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 로버트 랭던이 나온다.

   이유도 모르고 생명의 위협을 당하게 된 그에게 단테의 신곡이 길을 보여준다.

   그가 쫓기는 이유,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에서 곤경에 처한 이유에는 단테의 신곡이 있었다.

   이탈리아의 유명한 관광지와 수많은 예술작품들 속에 숨겨진 암호를 해독해야 하는 랭던.

   단테를 추종해 인류의 역사를 바꾸려는 미치광이 과학자의 음모. 지옥문은 열릴 것인가?

 

3. 소설을 인구과잉으로 인한 지구의 멸망을 예견하고 있다.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50년이 안된다는 암울한 전망.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인구증가를 억제해야 하지만 콘돔의 보급을 저지하려는 기독교.

    인류의 미래를 믿는 천재 과학자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택한 극단적인 방법과 그를 저지해야 하는 사람들.

    소설에서 잘못된 궤변이라고 말하는 이론이 이렇게 나를 설득할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멸망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가능성이 무섭다.

 

4. 댄브라운의 다른 소설들과 달리 이 소설의 이야기 구조는 직선적이고 단순하다.

   수많은 건축물들과 미술작품들 속에서 길을 찾아가는 과정도 어떤 작품들 보다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다빈치코드]를 읽고 나서 관련 작품들을 찾아가면서 다시 읽어야 했을 정도로 어려웠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럴 필요가 전혀없이 주장도 단순하고 구조도 단순하며 풀이도 단순하다. 명확하다.

   단순하지만 주제는 단단하고 주제를 제시하는 방식은 대담하며 갈들의 해결방법은 기발한 수준이다.

   마지막 결말에 가서 내가 얼마나 세게 무릎을 쳤는지는 소설을 읽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 정말 대박이다.

 

5. 중간에 있는 작은 반전(?)은 다소 무리였다는 생각도 든다.

   [로스트 심벌]의 악역 말고는 악인이 없었던 댄브라운의 소설답게(생각이 다를 뿐 악인은 없었다)

   이 소설도 악인은 없다고 말하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시도가 다소 무리라는 느낌이 든 것은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댄브라운의 소설 중 단연 최고다 !!!

댄브라운, 인페르노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