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로서 살아야 한다는 것....
내가 잊으려고 했을 뿐 언제나 힘겨운 굴레였다.
스스로 채운 족쇄 같다는 생각에 벗어나고자....헛된 몸부림을 쳐보기도 했었다.
거울을 보고, 화장을 하고, 나를 치장하고 다듬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을 정비하고
돌아보는 행위라고 스스로 세뇌시켜가며 살았다.
잉태와 출산의 과정을 여자가 여자로 거듭나는 신의 경지인냥 의기양양해 하면서도
내가 낳은 내 딸이 또 나처럼 여자로 살아야 하는 것에 가슴아팠다.
[팜므파탈]이라 일컬어지는 여자 "미실"
미실은 과히 충격이었다.
그녀는 색정으로 한나라를 뒤흔들고 색으로 권세를 쥔 여자이다.
그녀는 타락의 원천이며, 천륜조차 무시하는 극악할 만큼 천한 여자이다.
하지만 미실은 과거 신라의 여인이며
우리가 그녀를 지금의 잣대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우리의 잣대는 여자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근간에 만들어진 굴레일 뿐이다.
여자를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그것들에 스스로 세뇌되어
여자인 내가 그녀를 판단하는건 우습지 않은가.
과거 미실이 여인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권세를 여색으로 누렸지만
그녀 또한 현세를 살고 있는 나처럼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왜 사는지....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등 산다는...살아야 한다는 숙제를 풀고 있는 범부에 불과했다.
그녀 역시 여자라는 굴레에 힘겹게 허우적 되었을 뿐이었다.
어쩌면 모든 문제의 핵심은 여자로서 어떻게 사느냐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어떻게 사느냐 일지 모르겠다.
무엇을 위해 사느냐가 아니라 무엇이 날 살게 하느냐 일지도
모든 관습과 도덕적 잣대는 나 죽은 후 100년후 , 아니 10년후엔 하찮은 것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저 부대끼며 사는 동안 존재한다는 것에 충만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