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자들에게 가장 고난의 시간이 아닐까.
한국에서도 견디기 힘든 추위를 타국의 낯선 느낌과 함께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다.
으레 누군가 겨울에 짐을 싸서 어딘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누군가는 꼭 이런말을 하더라.
"겨울에는 여행가는거 아니야."
나도 여행을 좋아하고 남들한테 나 이만큼 여행 다녀왔어.
하고 자랑할 정도는 아니지만 겨울의 혹독한 여행을 한 번 겪어보았다.
한국과 가까우니까 비슷한 날씨라고 예상하고 갔던 그 나라에서의 겪어보지 못한 낯선 추위란.
다시는 겨울에는 여행을 떠나지 않으리.를 몇 번이나 되새길 만큼 혹독했으리라.
하지만 겨울하면 역시 떠오르는 여행지가 있지 않은가.
겨울에 가고 싶은 여행지라면 눈 덮인 히말라야 산도 아니며
눈이 내리면 아름답다는 캐나다 벤쿠버도 아니다.
연중내내 눈이 내릴 것 같은 그 곳. 훗카이도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영화 러브 레터의 그 장소.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속 눈 내리는 도시. 북해도.
겨울에 떠나는 여행이라면 질색하는 나이지만서도,
겨울에 어딘가 떠나고 싶다고 생각할 때면 꼭 첫째로 떠올리는 곳이다.
늘 영화 속 한 장면, 두 장면으로 기억되고 있는 훗카이도는 나의 상상의 도시이자 실제이기도 한 곳이다.
100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게 낫다. 라는 말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책을 통한 여행 간접경험은 부러움과 질투의 대상일 뿐이다.
그래서 여행에 관련 된 서적은 비행기 티켓의 날짜가 확실히 나온 상태가 아니면
귓등으로도 보지 않는 것 중 하나이다.
하지만 살다보면 의외의 일이라는 것은 항상 존재하는 법.
어느 날 서점에서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리는 표지 때문에 사게 된 한 여행 에세이집.
<다시 만난 겨울, 훗카이도 윈터홀릭 두번째 이야기>
사진을 전공한 저자는 여행 에세이 가득 훗카이도의 풍경을 담았다.
일본 여행을 꼭 한국 여행처럼 하길래 이 사람 뭐야 싶었는데
일본에서 대학도 나오고 직업도 가졌던 사람.
요근래 에세이 집이라고 풍경 사진 몇 개 주욱- 사람이 보여서 한 장 그 후에
의미 없는 단어의 나열 같은 것들을 많이 봐온 것도 사실이다.
조금 읽다보니 느끼게 된 점은 아. 이 사람 정말 여행하고 왔구나. 라는 것.
혼자 여행을 떠나본 이들이라면 이 에세이가 왠지 더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
혼자 떠나는 이에게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지않다.
상대와 이야기 나눌 소재를 준비 하지 않아도 되고,
신경쓸 누군가가 없기에 부담도 버릴 수 있다.
나는 여태껏 홀로 여행 다니는 사람들 중에서
굉장히 업 된 기분으로 여행을 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러하며. 여행 중에 만사 고민과 걱정과 생각들이 공존한다.
여행을 떠난다고 현실이 도망가겠는가. 오히려 괜한 걱정들도 둥둥 떠오르기 바쁜걸.
여행 중 가장 기억나는 게 뭐야. 하면 역시 먹고 즐긴 일이 아닐까?
특별한 음식이 아니여도 지나가다 먹었던 밥, 군것질, 음료 한 잔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뭐 유명한 유적이라던지, 관광장소라던지는 금새 머리 속에서 지워진다.
사실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은 어느 호텔의 정리정돈이 잘 된 이불의 끄트머리나
머리를 예쁘게 묶었던 지하철의 어느 여인.
이런 작고 소박한 것들은 왠지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이 지은이(윤창호씨) 생각도 많고 고민도 많고 그리움도 쓸쓸함도 많은 사람인 것 같다.
읽다보면 아 이 사람 매우 쓸쓸하네. 외롭구나. 그리운 것들이 많구나 라는게 바로바로 느껴지거든.
그렇다고 우울하고 절망적이다는 것은 아니다.
뭔가 훗카이도란 곳과 참 잘 어울리지 않나-
부러웠던 것은 역시나 대화가 통하는 곳에서 여행하여 무언가 안정감이 있다는 것.
늘 숙소 예약이나 열차 예약에 얶매여 여행하는 나와는
달리 짜여지지 않은 코스로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을 한다는 것.
타인과의 추억을 쌓는 다는 것 (역시 말이 되야하나봐.)
아, 나도 가고 싶다. 훗카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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