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형제, 넉넉하지 못한 형편, 작별인사조차 없이 떠날 정도로 무심한 부모의 성격 등으로 인해

애정어린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지내온 소녀는

곧 태어날 동생 때문에 여름 한 계절 동안 처음보는 먼 친척인 킨셀라 부부에게 맡겨지게 된다

소녀는 킨셀라 부부로부터 자신의 가족에게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애정을 받고 지내며

우연치않게 킨셀라 부부의 슬픔을 알게되고 돌아오기 직전 작은 사건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 짧은 이야기는 끝이 난다

 

 

"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태어나 그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에게는"

 

 

이 한문장에 매료되어 읽게된 소설 '맡겨진 소녀'는 내게 독특한 경험을 안겨주었다

'클레어 키건의 문장은 몹시 정밀하다' 라는 평처럼

작가는 세밀화를 그리듯 글로 뛰어난 묘사를 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알려주지 않기에

글을 읽는 동안에는 아웃 라인이 그려지지 않은 그림을 보듯 모든 것이 뿌옇게 느껴졌다

작가는 말하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듯 자신이 선택한 단어로 무언가를 정의내리기보다

여백이 가득한, 아직은 뚜렷한 선을 그리지 않은 그림처럼

등장 인물들의 행동과 말, 분위기로 이야기를 전하며

이 그림같은 소설의 마무리를 독자들에게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한 문장도 흘려 읽을 수 없었고

더불어 내가 생각하고 싶은대로, 믿고 싶은대로 상상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했다

 

킨셀라 부부의 따듯한 손길, 애정어린 말들을 통해 가족에게서 받지 못한 따듯함을 알게된 소녀는

자신이 처음 느끼는 감정들로 인해 끊임없이 이 따듯함과 편안함이 어서 끝나기를 바란다

이 따듯함 속에서 평소의 나로 있을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 따듯함에 맞는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상황이 어쩌면 소녀를 더 힘겹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순간 처음 이 책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사랑과 다정함 조차 아플 때가 있다는 문장이 떠오르며

소녀가 느끼는 양가적 감정이 더 아프게 다가왔다

감기에 걸려 집으로 돌아온 아이에게 '그 꼴'이라 표현하는 아빠와

아이의 아픔을 걱정하기보다 다른 아이들에게 옮길까를 더 걱정하는 엄마.

그런 부모를 두고 소녀는 돌아가는 킨셀라 부부에게 달려가 안겨 '아빠'를 외친다

작가는 끝까지 이 호칭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를 알려주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소녀가 안고 있는 감정의 무게가 오롯이 전해진다

 

적당한 말을 찾을 수 없기에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했던 소녀의 말처럼

이 글을 읽고난 내게도 어쩌면 이 감정을 표현할 새로운 단어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어른들에게도 그림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뛰어난 그림작가들의 그림과 짧은 문장안에 많은 의미를 담아낸 글들이

내 안의 웅크린 마음들을 충분히 위로하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오늘 소개하는 이 책 역시 지친 내 마음을 위로하기에도 좋지만

(연령과 상관없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말 대신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의미있는 그림책이다.

​

귀엽고 포근한 느낌의 동물들이 등장해 웃어주고, 안아주며 사랑과 위로를 건네고 있어

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에 온기가 전해져

힘들고 지쳤던 마음이 위로 받는다

이 그림들 덕분에 잘 다녀오라는, 춥지 않았느냐, 힘들지 않았느냐는

일상적인 인사들조차 너무도 따듯하게 다가온다

 

이런 평범한 인사와 함께 무심히 건네는 

잘하고 있다고, 너는 여전히 멋지고 지금 모습 그대로도 충분하다는 말이,

괜찮다고, 그럴 수 있다고, 천천히 가도 된다는 말들이 나를 향한 누군가의 목소리처럼 다가와

지치고 힘들었던 마음, 긴장되고 조여있던 내 안의 무언가가 스르르 풀리는 느낌이다.

 

이런 감정을 느끼다보니

아이들이 하루를 마치고 돌아올때 인사와 더불어 이런 말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이

사소해 보이지만 아이들에게 혹은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에게

얼마나 큰 위로와 응원이 되어줄까 짐작해보게된다.

​

책의 마지막에 쓰여진 '내일은 더 멋진 하루가 될 거야'라는 말과 '많이 많이 사랑한다'는 말처럼

마음속에 담고 있지만 평소에는 쉽게 전하지 못했던 말들을

내 목소리로 자주 전할 수 있도록 연습을 해보려 한다

직접 말로 전할 용기가 쉽게 나지 않는다면 이 책의 마지막장에 남겨진 빈칸에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담아 이 책을 선물하는 것도 내 마음을 전하는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까

​

마음이 지친 나를 위해서도, 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도

따듯한 응원과 위로가 되어줄 선물같은 그림책이다.

 



​ 

한동안 뜸했던 컬러링을  다시 시작했다 

 

익숙한 그림들에서 벗어나 색다른 컬러링을 하고 싶다고 생각할때 알게 된 것이  

 

민화를 베이스로 한  컬러링북이었다 

 

민화는  건강,  다산, 부,  입신양명등의 다양한  소망을  담은  내용들이 많아  채색을 하는 동안  나 역시 그런 마음을  되새길 수 있겠다 싶어 의미있게 느껴졌다 

 

책을  펼쳐보니  민화에 대해 간단한 소개뿐만  아니라  컬러링에 필요한 기초적인 내용들까지 충실하게 담고 있고 

 

총 17개의 작품을  두번씩 채색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책의  앞부분은  컬러링을 위한  준비물, 색연필 쥐는법에 따른  채색의 차이, 다양한 선 표현법과 바림(그러데이션) 까지 기초적인  정보들을  두루 갖추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주된 재료인 색연필은 오일과 왁스 성분 때문에  너무 많은 색을 레이어링하면  더이상 덧입혀지지 않는 다는  특성을 알려주기도하고  (내게는 낯선)도트펜 활용법,  섬세한  채색을 위해서는 연필깍이나 사포를 이용하여 심 끝을 날카롭게 유지해주는 것이 좋다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바림과 갈필무늬, 외곽선긋기 등의 기법은  컬러링의 결과물을 더 멋지게 보이도록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어서  활용할수록  유용한  기법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컬러링하기에 좋은  장점들을 여러가지 갖고 있다  

 

컬러링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완전펼침이  가능한  사철 제본이라  펴놓고  색칠하기  편하다는 점

 

종이의 질감이 좋아  색을 칠할때의 느낌과  칠하고나서의 색감이  좋다는 점

 

민화의 느낌을  살릴 수 있도록  진한 베이지색 바탕 종이에  한 번 더  그릴 수 있다는 점

 

색연필의 색상을 확인 할  수 있도록  각 그림의  색상표가 제시되어 있다는 점 

 

수록된  그림의 원래  작품인 민화를 실어두고  간략한 설명도 덧붙여 두어 내가 채색하고 있는  그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 등이다 

 

 

독특하게  (신사임당의 작품에서 착안되었다는)바탕이  검은 색의  그림도 있어 

 

그동안의 컬러링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서  신선한  재미를  주기도 한다 

 

 

책에서 소개한  기초적인  채색법들을  연습하며  채색을 해나가다보니  첫  컬러링과  회가 거듭될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동안 아무런 배움 없이  혼자서  해왔던  채색에 비해  훨씬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고 있어 개인적으로 컬러링의 기초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점이  가장 고맙게 느껴지는 책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