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파크도서 북&

[현장스케치] 살아온 흔적을 마음에 담으면 그것이 글쓰기가 된다

지난 3월 26일 서강대학교 근처 카페 숨도, 인터파크도서 독자들과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제 8회 세계문학상에 당선된 전민식 작가와 마주앉았다. 전민식 작가는 지난 해 6월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앤에 <종의 기원>연재를 시작했고, 많은 독자들의 호응 속에 올해 3월 <불의 기억>이란 이름으로 2번째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 전민식 작가의 <불의 기억> 표지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전민식 작가. 그의 인생은 한 편의 장편에 담기에 부족할 만큼, 굴곡이 많았다. 생계를 잇기 위해 막노동은 대필도 마다하지 않았다. 조폭 두목 자서전을 비롯해 약 60여편의 대필을 맡아왔다. 그리고 9번의 최종심의 탈락 끝에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로 세계문학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47세였다.

↑ 독자들에게 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전민식 작가

강연 시간이 되면서 하나 둘 모여든 독자들과 전민식 작가가 마주 앉았다. 이번 만남은 사회를 맡은 작가의 친구, 고향갑 극작가가 <불의 기억>이라는 작품에 대해, 마치 안부를 묻듯이 편안하고 다정한 느낌으로 진행되었다.

전민식 작가는 세계문학상 1년 후, <불의 기억>을 집필하는 것에 부담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해 "종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종을 만들면서 슬픔과 기쁨을 담아내었다"라고 차분히 설명했다. "16년 전, 우연히 종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그 뒤로 곳곳에서 종소리를 들으면서 관심을 가져왔다. 종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소설가로서의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누가? 왜? 어떠한 이유일까?’라는 점이 항상 궁금했다." 

↑ 작품에 대해 질문하는 고향갑 작가(왼쪽)와 이를 듣고 있는 전민식 작가

두 번째 장편소설인 <불의 기억>은 출간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심했던 작품이다. 전민식 작가는 1997년 첫 번째로 종에 대해 쓰고 응모에서 떨어진 뒤, 이후, 200개의 종을 찾아 보았다. 시간을 잘 맞춰야 범종을 들을 수 있기에 소리를 듣는 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한다. "2007년 두 번째로 응모했지만 최종심의 또 떨어졌다. 하지만 이번에 ‘은행나무 출판사’를 만나 드디어 생명력을 갖고 탄생하게 된 작품이다." 소설가로서의 출발도 쉽지 않았던 전민식 작가. 작가가 되기 위해 보냈던 인고의 세월만큼이나, 이번 <불의 기억> 또한 많은 노력을 담아낸 작품임을 알 수 있었다.

소설은 ‘종소리’에 집착하는 인물들과 그들 사이에 벌어진 살인을 다루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간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번 작품의 주제를 묻는 질문에 전민식 작가는 "주제는 없다"고 대답했다. 전민식 작가는 "주제를 생각하면 소설이 잘 써지지 않는다"면서 "종에 대한 다양한 경험이 쌓이면서 발효되어 나온 작품"이라고 말했다.

↑ 강연을 하는 전민식 작가

작품 속 무대로 등장하는 ’폐차장’은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을 보낸 전민식 작가가 10년 동안 보고 자란 실제의 공간이다. 전민식 작가는 폐차장에 대해 회상하며 "그곳의 인부들은 거친 대신 순박하고, 순박한 대신 욕망도 크다"고 말했다. 소설 속 모습처럼 사고 난 차가 오면, 그 곳에서 반지 등의 귀금속은 물론, 훼손된 신체도 챙긴다고 한다. "이런 모습 내 안에 담아져 있었다. 상상이 아니라 내 안에 있던 기억이다."

전민식 작가는 소설을 쓸 때 구체적인 것을 정하지 않고 출발한다고 한다. "16년 동안 글을 썼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다. 독자들이 좋게 봐주고 많이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끝맺는 작가의 말에서 진지하고 솔직한 모습은 물론 작품에 담긴 남다른 노력과 애정이 묻어 나왔다.

↑ 강연장 내부의 모습

Q. 9번이나 떨어지는 과정에서 포기하고 싶은 적 있었나?

한 번도 없었다. 같이 글을 쓰는 아내가 먼저 등단하는 바람에, 연말마다 ‘한 해만 더 봐달라’며 투닥투닥 거리기는 했다.(웃음) 나는 재능이 부족하다. 오로지 노력으로 재능의 빈 자리를 채우는 스타일이다. 운이 좋아 잘 봐준 것 같다.

Q. ‘이런 작가는 되지 않겠다’라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권력을 가지려 하는 작가는 되기 싫다. 살아가면서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있지만, 그러지 않고 싶다. 생활 때문에 타협하고 싶지 않다.

Q. 집필할 때 시간은 어떻게 쓰나?

낮에 주로 글을 쓴다. 일찍 일어나 운동하고, 아침식사 준비도 하고, 아이도 데려다 준다.(웃음)

↑ 독자의 질문에 대답하는 전민식 작가

↑ 어린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는 전민식 작가

↑ 전민식 작가가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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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서가] 변화경영사상가 <구본형>의 서가

좋은 책은 진실에 진실한 작가들이 피로 쓴 글이다. 책이란  내 앞에 펼쳐지는 미지의 삶을 해독할 수 있게 하는 코드이며, 안내자며, 불빛이다. 무수한 밤 더듬게 했던 정신의 젖무덤이며 감탄이며 회한이다. 삶의 위로다. 이제 그 책들을 읽다 책을 써내는 작가가 되었다. 책을 쓰는 것이 이제 나에게 삶이 되었으니 나 또한 진실에 진실한 작가가 되고 싶다.

프로필

변화경영사상가이며 작가다.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는다'는 업(業)의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인생을 시(詩)처럼 살고 싶어 한다. 실컷 돌아다니고 실컷 읽고 실컷 쓰는 것이 앞으로 할 일이라고 믿고 있다. 무엇보다 실컷 살아보리라 마음먹은 사람이다.

명사의 추천도서 독자가 읽으면 좋은 책을 명사가 직접 추천합니다.

사기열전 1 (양장) | 사마천, 김원중 | 민음사 죽음에 몰려 사마천은 생식기를 고환과 함께 도려내는 궁형을 택함으로써 치욕적인 삶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의 삶을 이 책을 쓰기 위해 바쳤다. 이 책은 한 사람의 생명으로 쓰여진 불멸의 고전이다. 자신 이전의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들의 삶을 짧고도 유려한 필치로 생생하게 전하는 인류 최고의 휴먼 드라마다. 내 책상 위에 항상 놓여있다.

관자 (반양장) | null | 소나무 내가 경영에 눈을 뜨도록 도와 준 중국 최고의 경세가 관중의 언행록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예리한 비수 같은 통찰로 가득하다. 관중은 인간으로서 마땅히 갖춰야할 당위(WHAT TO BE)를 말하지만 추하고 탐욕스러운 가감없는 인간 그 자체(WHAT IS)를 놓치지 않는다. 리더의 자세와 통치술에 대하여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세세한 세부까지 깊숙이 탐험해 들어갈 수 있다.

신화의 힘 | 이윤기(Lee EyunKee), 조셉 캠벨(Joseph Campbell) | 이끌리오 인간의 깊은 무의식 속에는 인류의 유산이 유구한 역사의 먼지 속에 겹겹히 쌓여있다.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그 무의식에 접근해야한다. 신화는 인류의 무의식이며 신화 읽기는 문화에 묶이기 이전의 나에 대한 원시적 통찰을 제공한다. 대한 신화학자가 삶의 황혼녘에 대담을 통해 생생하게 들려주는 신화 이해의 정수이며, 살아있음의 떨림을 찾아 삶그 자체로 무찔러들게 하는 최고의 자기혁명 안내서다.

탈무드 | 마빈 토카이어(Marvin Tokayer), 엄영선 | 을지출판사 유대인의 삶의 지침이면서 종교서가 아니고, 역사를 다루지만 역사책도 아니고, 잡다한 사례를 총망라하지만 백과사전도 아닌 총체적 삶의 지혜서다. 인류의 0.2 %에 불과한 인구로 인류 유산의 엄청난 일익을 담당한 인재들을 키워낸 좋은 어머니 같은 책이다. 나라없는 민족으로 세상을 떠돌며 비탄과 모욕 속에서 흩어지지 않고 살아남아 번영하게 만들어 준 위대한 질문의 책으로, 작지만 스스로를 지켜낼 만큼 독립적이고, 문화적으로 인류의 자부심으로 도약하려는 지금의 한국인들이 꼭 참고해야할 필독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