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포함한 비극의 창조자 아이스퀼로스의 비극 7편, 유명한 '오이디푸스 왕'을 포함한 소포클레스의 비극 7편, 그리고 에우리피데스의 비극 19편.
사실 이 4권 총 33편의 그리스 비극을 읽고 싶은 마음이 동했던 건, 예전에 읽었던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오뒷세이아', 그리고 최근에야 읽은 토마스 불핀치의 '그리스 로마 신화', 또 예전에 읽다가 내팽개쳐 두었던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고는 마음에 동해 다 읽어버리고 나니, 왠지 그 작품들에서 언급되었던, 뒷부분이나 아랫부분의 주석으로 감질나게 대략의 내용만 소개되었던, 그들 책에서는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았던 또 다른 신화적 사건들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요즘은 어떻게 된 것이 책 하나를 진중히 붙들고 있질 못하고, 내 방에 널려 있거나 머릿속에서 읽고 싶은 나의 마음을 간질이는 많은 책들의 유혹에, 이 책을 뒤적이다, 저 책을 찾아보고 하는 통에, 한 번에 한 책 만을 읽는 것이 아니라, 너댓 권의 책을 동시에 찔끔찔끔 그때그때 마음이 동하는 대로 읽고 있는 상태가 돼 버려, 이 그리스 비극들을 읽는 중에도 이 책 4권 만을 붙잡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전부터 짬짬이 조금씩 읽어오던 중이거나 조금 읽다가 한참을 내버려 두었던 '돈끼호떼'나 버트런드 러셀의 '서양 철학사',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같은 책들도 마음가는 대로 번갈아서 같이 읽었고 아직 읽고 있는 중인데, 그런 책들에서도 이런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이름이나 사건들이 심심찮게 언급돼, 한편으로는 반갑고 한편으로는 주석을 안 찾아봐도 되는 그런 점에서는 다소나마 책읽기가 편해지고 더 재미 있어 지기도 한다.
아직 에우리피데스의 두 번째 권 9편이 남아 있지만, 지금까지 3권 24편의 비극들로 '일리아스'나 '오뒷세이아' 같은 낭독이나 노래에 가까운 서사시에서, 세트가 있는 무대에서 각각의 배역을 맡은 등장 인물들이 아직은 노래나 낭독에 가까운 서사시와 같은 대사에 곁들여 필요한 행동을 하는 연극의 원초적 형태의 공연이 디오뉘소스 축제의 일부로서 경연의 형태로 이루졌었던 것을 알게 되었고, 같은 소재의 이야기도 그 분위기나 어떨 때는 그 내용까지 달라지는, 각 작가 나름의 묘사와 해석을 통해 각각의 이야기들을 이해하며 비교하는 재미와 함께, 애초에 이 책들을 통해 얻고자 했던 몇몇 신화들의 구체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특히나 공연 당시의 무대 상황과 각 인물의 대사와 행동과 분위기를 머릿속에 그리며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역사를 보면 그리스에서 시작된 서구의 이러한 문화적 문학적 전통이 로마 제국 시대와 교회가 종교 뿐만 아니라 정치와 사회, 교육, 문화 전반을 지배했던 중세에 이르기까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와 학문에 대한 재조명이 속속 이루어지고, 결정적으로 15세기(1453년) 콘스탄티노플의 함락으로 동로마제국의 멸망하면서 그때까지 주로 동로마제국에서만 온전히 보전돼 오던 그리스의 철학 등과 함께 이러한 그리스의 문학도 제국의 멸망을 전후로 피난한 동로마제국 사람들과 함께 비로소 서유럽에 전해지고 16세기 말에 이르러 셰익스피어로 그 꽃을 피웠던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