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의 표지 속 여인의 가련한 눈빛이 무엇을 말하나 궁금했는데, 읽는 도중에는 몰랐지만 읽고

 난 다음에는 알 것 같다. 장마딩의 여덟째 날..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 책은 시작하기 전에 이미

 궁금한 것 투성이었지만 결국 그것도 금세 풀렸다. 제목과 표지가 절묘하게 이 책의 이야기와 연결이

되는.. 아니 모든 책은 당연히 그러해야 하겠지만 이 책은 유독 그러했던거 같다.

처음 뒷 표지의 설명을 읽고 첫 페이지를 넘겼을 때 순간 무슨 종교 소설인가?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면서 나의 무식(?)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장미딩의 여덟째날]은 “의화단 사건” 중국 청나라 말기

에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여 픽션을 가미해 놓은 리루이의 장편소설이다.

리루이.. 우리 모두에게 생소한, 아니 나만 잘 모르는지 잘은 알 수 없지만 처음 이름을 들어본 중국의

작가이다. 꽤 유명한 작가인 것 같긴 한데 그 동안 우리에게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

이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구문명과 신문명의 충돌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지키려는 자와

그 자리를 빼앗으려는 자..

중국의 하늘바윗골 사람들에게는 아주 오래전 자신의 선조로부터 이어온 하늘어미 여와라는 토속신앙

이 있었다. 그것은 그들에게는 서양의 하느님과 같은 존재다. 그런데 그런 그들에게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서양의 종교가 들어왔다. 당시에는 서양인 자체도 생소한데 그들에게 뿌리 깊이 박혀있는 신앙까

지 뒤흔들려하니 아마도 많은 정신적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사실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조선

시대 신해박해 등.. 하여 천주교의 탄압이 있었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

다. 현대에도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은 항상 그것의 호기심을 뛰어넘는 두려움으로 존재한다. 하물며

모든 것이 폐쇄적인 시대에서의 거부감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 아닐까?

중국이름으로 장마딩인 지오반니 마틴은 5년 전에 이탈리아에서 레 꼬르비노 주교와 함께 중국이라는

나라에 복음을 전파하러 온 선교사다. 꼬르 주교는 중국에서 복음을 전하며 그의 마지막 생을 마감할

마음으로 왔다. 그런데 그 곳에는 이미 하늘어미 여와라는 토속신앙이 존재한다. 그 두 신앙의 충돌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그 충돌에서 지오반니는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꼬르 주교는 그 대가로 그들의

우두머리인 장톈츠의 목숨으로 보상할 것을 요구한다. 장톈츠는 삼신할미사당을 지키고 죽음을 맞는

다. 그런데 지오반니가 살아난 것이다.

이야기는 지루하지 않게 이어진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읽는 내내 모두를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하느님을 섬기는 사람들은 사명을 가지고 있다.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고 전파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진

리다. 그리고 토속신앙을 믿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는 것이다. 함께 행복해지

는 방법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이 책은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며 읽을

수 있었고 조금은 전설을 전해듣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