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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은 사진가이자 클라이머이며 알피니스트, 또는 마운티니어인 손재식이 아니면 낼 수 없는 책이다.

그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산에 인생의 거의 모두를 걸지 않았던덜 이 책 한국 바위 열전 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나는 단언한다.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때 그는 사진가 였다. 그것도 사실 생계와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산악사진 자연사진가 였다.

그러다가 그와 내가 서로에 대하여 더 자세히 알게 된 것은 나의 실직때문이었다. 나는 사람과 산이라는 잡지를 그만두고 한때

그가 운영하던 충무로의 스튜디오에서 밥을 얻어먹고 지낸적이 있다.그때 나는 30대 초반이었고 서울이라는 큰 도시는 대구 촌놈을 묻어버리기에는 너무나 좋은 곳이었다. 나는 그당시 신혼 초였는데 매일아침 상계동에서 지하철 4호선을 타고서 충무로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 "자연"에 출근하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곤 했다. 가끔씩 사외보에 글품이나 팔았지만 그것으로 생계를 이어가기에는

턱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때는 부양가족이 마누라 하나뿐이어서 그나마 힘들진 않았다.

그때 나는 손재식 선배를 알게 되었고 손선배도 그때 나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처음에 손선배는 사진가였고 그댜음에는 에베레스트 원정대원으로 참가한 경험이 있는 알피니스트 그리고 얼마후 비행기 기내지에

글품을 팔때 인수봉을 함께 등반하면서 그가 클라이머임을 알게 되었다. 그것도 클라이머들로 부터도 인정받는 클라이머 임을

그후 백두대간을 종주하였을때 나는 바위꾼으로서만 아니라 마운티니어의 타고난 산악인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책 한국바위열전은 그가 아니면 감히 낼 수 없는 책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는 사진가였기 때문에 글 쓰는 것을 두려워했다.

IMF이후 각종 사외보에서 원고를 청탁할때 글과 사진을 따로 하던 것을 왠만하면 같이 해주길 바랐다. 왜냐하면 글이란 것은

어차피 편집자가 다시 윤문을 하면 글 실력이라는 것은 보충이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고 사진이 위주인 꼭지인경우 글이 부수적이라서 원고량이 작아 원고료가 적어 글쓰려는 이가 꺼려하는 데도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원고를 쓰면서 고민도 많았는데 오늘 그가 쓴 한국바위열전을 보고서 나는 놀랐다. 전문적으로 글을 쓰는 이 보다

오히려 진솔하고 정확한 것 이었다.이는 오히려 사진을 찍는 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눈의 정확함이 화려한 미사여구를 구사는

전문적인 글꾼의 글 보다 더 진솔한 것이다.

나는 애초 이책 한국바위열전을 인터넷으로 주문할때 손선배의 암벽등반 사진이 책의 주요 내용이고 글은 부수적인걸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받아읽어 보고서야 알았다.바윗길을 개척한 사람들의 생각과 그 시대의 상황 그리고 바위꾼들의 삶과꿈을.

그래서 이책은 손재식이 아니면 감히 쓸 수 도 없거니와 쓸 수도 없다고 .

감히 손재식 이외에는 쓸 수 없다는 이유는 또 있다. 손재식은 이책의 서문에서도 밝혔거니와 한국의 대표 바위인 인수봉과 선인봉의 바윗길을 처음 개척한 이들(나이가 대부분 환갑을 넘었다)과 한다리 건너면 아는 산악계의 마당발이기 때문이다.

산악계의 그의 인맥은 그가 여전한 현역 산악인이며 그들로 부터 인정받는 산선배 혹은 후배이기에 가능하다.

지금은 그 칼끝이 무디지만 예전 산악회의 군기는 세다. 그 센 군기가 캄캄한 밤길을 무섭지 않게 했고 무거운 키슬링 백을 지고서도 먼길을 가게 만들었다. 아마도 군기가 약했다면 산악회는 산악회가 아니라 야유회 단체에 불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산악회의

위계질서는 나이가 많을 수록 아직도 세다. 나이 많은 산악인들은 아직도 어느 산악회 누구 후배인가가 중요하다. 젊은 산꾼에게는

사실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런 위계질서의 산악계 선배. 지금 활동중인 후배 산악인들에게는 전설 같은 사람들을 취재하고 그들에게 암벽화를 신겨

인수봉을 오르게 할려면 손재식 정도의 내공이 받쳐주지 않으면 불가하다.

나는 아직도 경이롭다. 내가 알던 그 손선배가 진짜 한국의 바위열전 같은 산악사에 있어서 기념비적인 책을 집필 했다는 것이.

아아 그는 이책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글을 썼다가 지우고 또 썼을까. 아마도 인수보의 가자 어려운 코스를 오르는 것이

더 쉬웁겠다고 아니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것이 더 쉽겠다고 몇번을 되뇌이면서 이책을 썼을 것이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