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주홍글씨란 제목의 이 책을 읽었다. 그 때는 간음한 여자에게 주어지는 a라는 낙인이 참 끔찍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주홍글자라는 제목으로 다시 나온 이 책을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읽으니 처음 작품을 대하는 것처럼 생소하면서도 다르게 읽히는 느낌이었다. 여전이 주홍글자 a라는 낙인은 끔찍한 형벌이자 죄악의 표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 어떤 것으로도 가려질 수 없는 절대 지워지지 않는 고통 말이다.

17세기 중엽의 초기 청교도 시대라서 종교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지대했던 상황 속에서 이 이야기는 종교의 양면성을 보여주고 있다. 종교는 인간을 구원해 준다는 면,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종교가 저지르는 만행과 잔학적인 면. 종교가 곧 법인 시대이니만큼 죄에 대한 심판이 맹목적이고 편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소설은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 공공의 장소인 광장 처형대에서 내려지는 벌은 무조건적인 마녀사냥이었고, 이 때 종교는 따뜻한 구원의 손길을 절대 내밀지 않는다. 이렇게 함으로써 종교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하고 인간의 나약함을 인정하라는 무언의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저 짧은 사랑이었다. 아름답고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헤스터프린은 젊은 목사 딤스데일과 짧은 사랑을 나누었을 뿐이었다. 처형대에서 세 시간 정도 세우고 평생 가슴에 치욕의 상징주홍글자 a를 달도록 하라는 판결을 받는다. 그녀는 자신과 죄를 범한 남자를 말하라는 추궁에도 절대 말하지 않겠다고 버틴다. 그녀에겐 이미 늙고 기형적인 어깨를 한 책벌레인 남편이 있었다. 아내와 떨어져 산 2년 동안 잠시 다른 사랑에 빠졌고, 평생의 벌을 받게 된 것이다. 죄를 혼자서 지고 가려는 모습을 보고 이미 성직자로 높은 지위를 보장받고 있던 딤스데일 목사는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하지만 직접 나서 고백할 용기는 없었다. 그녀의 남편은 로저 칠링워스라는 때문에 다른 이름을 갖고 돌아와 의사로서 그녀를 치료해 주면서 남편인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말라고 한다.

 

주홍글자를 단 채 형벌을 마치고 나와 외진 곳에서 삯바느질로 생활해 나가며 그녀는 고통을 견뎌야 속죄된다고 믿으며 살아간다. 로저 칠링워스는 목사인 딤스데일의 주치의로 등장하면서 인정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가 범죄의 상대방임을 알고부터는 그를 서서히 고통 속으로 몰아간다. 고통으로 허덕이던 목사은 처형대에서 자신이 아이의 아버지임을 고백하고 가슴을 열어 a가 새겨진 끔찍한 가슴을 보여주고 죽음을 맞이한다.

 

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 정도가 어디까지 일까. 기독교의 정신은 사랑이고 종교의 역할은 구원이라 생각한다. 짧은 사랑이 남긴 세 사람의 고통에는 그 시대와 종교가 바탕이 되어 있다. 읽으면서 나도 누군가를 바라볼 때 보이지 않은 주홍글자를 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요즘 기업을 비롯한 어떠한 조직에서도 창조, 창의와 같은 용어와 무관한 곳이 있을까 싶다. 각자 자신의 일에서 열정을 갖고 일하며 창조(창의)력을 발휘하면 좋겠지만 뭐든 일이 되어 버리면 열정을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 책은 내 안에 잠든 열정과 창의성을 춤추게 하라는 특명을 갖고 여러 가지 실제적인 사례와 함께 풀어내고 있다. 저자 송인혁은 삼성전자에 재직하면서 무기력을 극복하고 내적 동기로 무장한 새로운 기업문화를 만들어 낸 경험을 살려 ted를 국내에 확산시킨 사람이라고 한다. 이 사람의 경험을 녹여 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 사람들은 모두 열정적이다! 단, 회사 밖에서

이 장에서는 학습된 무기력이 장악한 조직의 모습과 인센티브가 오히려 순수한 열정을 방해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조직도 하나의 생명과 같다. 그런데 큰 조직일수록 처하는 딜레마는 ‘나’라는 존재를 드러내기가 어렵고, 하나의 부품처럼 움직인다는 점이다. 그러면 조직은 경직되고 각 부서간 이기주의가 발생하면서 무기력이 점차 공고화진다. 내적동기의 비밀은 주도성 + 전문성 + 목적성이다. 주도성을 잃어버린 개인은 열정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창의성 : 닿아 있지 않은 것을 연결하기

막강 프랑스군과 열세 독일군의 승자는 놀랍게도 독일군이라는 사례가 나와 있다. 또 열 개의 풍선을 찾아라는 사례, lg전자의 대형 광고 스크린 장애 사례를 통해 점 대 면의 소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창조경영이 발생한 배경도 몰랐는데, 요즘 여기저기서 말하고 있는 창조경영이 왜 발생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 창조력 :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연결은 가치를 만든다고 한다. 연결하면 현대사회에 가장 대표적인 것이 sns라고 할 수 있다. 점과 점의 네트워크가 거대한 망을 형성하고 있는데 sns의 본질은 관계의 수립이라고 한다. 즉 listen + engage + react인 것이다. 이 때 연결의 중심은 바로 사람이다. 창조력의 본질이 바로 사람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쁜 소문은 lte급으로 퍼지고, 6단계만 거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닿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인 개인이 조직에 스며들게 하기 위해 명확한 응집 프레임을 제시하고,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성을 확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운영은 부족의 형태로, 점 대 면의 개방형 소통, 작은 기여도 수용할 수 있는 원칙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지식도 연결되어 있다. 흥미와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액션 아이템은 첫째,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 둘째, 사람들이 쉽게 유입될 수 있는 조직 구조. 셋째, 사람들의 내적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방법들의 마련. 넷째, movement, not change인데 이 연결의 플랫폼이 바로 ted(technology, engertainment, degign)이라는 것이다. ted는 열린마음 × 호기심 × 관용으로 더욱 확대, 확산된다.

 

* creative movement

구글 혁신의 비밀 80:20이라는 키워드는 업무의 80%는 주어진 일을 하고, 20%는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다. 저자와 뜻이 맞는 몇몇 지인이 100:20을 해보기로 했다고 한다. 할 일을 하고 퇴근 후나 주말에 만나서 하는 것이다. 테삼 커뮤니티의 전통이 되었다고 한다. 퍼실리테이션에서 브레인스토밍과는 달리 마인드스토밍이 적용되었다. 마인드스토밍이 마인드쉐어링이 되고, 가치를 발견하는 이밸류에이션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출발점인 마인드스토밍의 다섯가지 핵심은 틀을 깨라, 사람들을 일어서게 하라, 흐름을 디자인하라, 사람들을 떠들게 하라, 미친 리액션을 끌어내라.이다. 이를 통한 성공사례들은 빨간 풍선 프로젝트, 립덥 프로젝트, 100:20 프로젝트의 성장 등의 배경을 바탕이 되어 여러 창조력주식회사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씨랩, 빅캠프 에듀케이션, 메디치 포럼 등이 있다.

 

* 창의성과 열정의 비밀

이 책에서 가장 관심이 있던 장은 바로 창의성과 열정의 비밀 부분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내 안에 열정을 깨워 보다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노하우를 알고 싶기 때문이었다. 특별한 노하우라기 보다 창의성과 열정은 학습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이’에 있다는 것이다. 창의성은 새로운 경험의 연결이기 때문에 인류사의 비밀 ‘사이’의 미학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은 홀로 설 수 없고 함께 관계맺음을 통해 살아갈 때 창의성과 열정이 살아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꿈을 꾸며 산다. 지금과 완전히 다른 삶을 꿈꾸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다른 삶을 꿈꾸지는 않는다. 현재의 삶의 질을 보다 높이는 방향으로의 꿈은 늘 꾸고 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을 모두 부정하고 새롭게 시작할 만큼 용기가 없다기 보다는 버리기 싫은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의 삶이 조금은 달라지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그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단편 모음집이다.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라는 작품을 쓴 엘리자베스 길버트라는 작가의 첫 단편집이라고 한다.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도 배경이 우리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느껴지는 이질감은 있어도 읽으면서 인간으로서 공감하는 내용이 많았는데, 이 책도 역시 배경이 낯설어서 처음엔 생경한 느낌이 들었다.

 

제목이 <순례자들>이어서 기대했던 인물의 모습들이 있었는데, 이 책에 나오는 카우보이, 스트립 댄서, 노동자, 마술사와 같은 인물들은 평범한 우리네 이웃이었다. 아마 평범한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삶 속에서 순례자와 같은 모습, 일상을 벗어나 순례자로서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담아내려고 한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12가지의 삶의 모습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한번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긴 호흡의 장편보다는 단편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틈틈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가장 재밌게 읽은 단편은 <와서 이 멍청한 녀석들 좀 데려가게>이다. 존은 폭풍이 부는 날 수영을 하러 가자고 하고 jj와 펙은 어이없어 한다. 마지와 두 사람은 존이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하지만 존은 이렇게 말한다. “이 폭풍우는 내일이면 지나가리니, 친구여. 해는 다시 뜨겠으나 바닷물은 이미 차가워져 있으리라. 그리고 우리는 헤엄칠 마지막 기회를 잃은 것을 실로 애석해할지니.” 이 말에 그들은 바다로 뛰어들고, 그 뒤에 파도에 휩싸인다. 살아남은 사람과 바닷속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생각. 즉흥적이고 무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나에게도 이런 무모함, 망설임. 미움 등이 파도처럼 출렁일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한편으로는 재밌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위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도 나와 내 이웃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현실 속에서 욕망하고, 절망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은 비관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담담하다. 그런 시선으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이 인간은 모두 순례자라는 작가의 의도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