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 합중국. 미국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단어들이 뭐가 있을까? 자유와 민주, 시장 중심 자본주의, 아메리칸드림, 이민자의 나라 혹은 인종의 용광로, 군산복합체와 전쟁, 천조국 등. 그렇지만 미국인이 아닌 외국인으로서의 추상적인 상일뿐, 솔직히 깊이 있게 잘 알지 못함을 고백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런 인식과 이해의 한계 속에, 46대 대통령 선거부터 취임식에 이르기까지의 인상적이고 충격적인 세 장면이 추가됐다.

 

우선 ‘미국이 돌아왔다’는 표현이다. 2020년 11월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서 ‘미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통해 미국 우선주의를 폐기하고 전통적인 동맹 관계의 복원과 협력을 강조했다. 기실 트럼프의 일방적인 파리 기후협약 탈퇴는 세계 속에서 미국이라는 나라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했던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도 그런 ‘트럼프식 외교’ 때문에 한반도에 말폭탄이 쏟아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고, 평화의 봄을 맞이하기도 했던 극과 극의 경험이 있다. 그렇기에 바이든 정부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할 것처럼 느껴졌다.

 

두 번째는, 2021년 1월 6일 미국의 국회의사당이 ‘폭도’들에 의해 점거됐던 일이다. 그날은 주별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인증하고 대통령 당선인을 합법적 당선인으로 확정하는 상·하원 합동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바이든 인증 반대 집회를 벌이던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후 의사당에 난입, 상 ·하원 의장실을 점령한 것이다. 의사당을 경비하던 경찰과 시위대가 주먹 인사를 나누고 셀카를 찍는 장면부터 주방위군이 투입돼 해산·검거하는 장면까지.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2014년 대만과 2019년 홍콩에서의 의사당 점거도 떠올라 ‘민주주의’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했다.)

 

세 번째는,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에 소박한 옷차림으로 참석한 샌더스이다. 지난 2016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힐러리와 맞붙어 강한 인상을 안겨줬던 인물인데, 미국 상원의원으로서 사회주의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는 그를 새삼 각인하게 했다.

 

이렇게 관심을 끈 장면들의 주인공 바이든, 트럼프, 샌더스를 통해 보여지는 철학·관점·입장을 저자는 ‘토크빌주의’, ‘헌팅턴주의’, ‘데브스주의’라 명명하고 각각의 가치관 및 지향점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대표적이고 주목되는 인물들을 각 2명씩 살펴봄으로써 각 세력의 어제와 오늘을 짚고 내일을 조망하게 한다. 그렇게 저자는 오늘의 “미국은 우리가 알던 그 미국이 아니다”며 치열한 사상투쟁이 펼쳐지고 있는 미국 정치계로 우리를 이끈다. 또한 그런 미국을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고 사유해야 하는지, 바이든과 바이든 이후를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암튼, 그 어디에서부터 읽어도 흥미진진한 ‘미국 정치 삼국지’다. 정치 관련 이야기라 딱딱하거나 무겁고 지루하지 않을까 싶지만, 시종일관 유쾌하고 진지한 얼굴의 저자가 보일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외였던 것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던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강경 보수주의 외교 노선의 ‘네오콘’을 ‘토크빌주의’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물론 저자도 ‘애매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였지만.

 

그리고 미국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경제적 불평등, 공정과 정의, 혐오와 페미니즘, MZ세대 등 다양한 화두 속에 2022년 대선을 맞이하게 될 대한민국 정치 세력들도 비슷하게 묶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했던 故 노무현 대통령과 ‘기본소득제’를 정치적 아젠다로 내세우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토크빌주의자일까, 데브스주의자일까? 요즘 한창 정치 주가를 올리고 있는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이준석은 토크빌주의자일까, 헌팅턴주의자일까? 하고 말이다.

대한민국이 제때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하지 못했던, 재활용 불가 쓰레기 처리를 위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집행관들이 나섰다. 그들은 친일고문경찰관, 검찰 출신의 ‘법꾸라지’ 부패 정치인, 공안조작의 달인으로 국정원 출신의 기업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전직 국정원장 등을 역사와 정의의 재판에 세우고 단죄한다. 근현대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작품 속 인물들의 실제 모델이 누구인지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몰입감이 있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있게 읽힌다. 어쩌면 ‘정신승리’라는 조롱과 비아냥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도 당대의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염원을 판소리나 마당극, 노래와 소설 등 다양한 작품에 담아내셨다. 하여 그 안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과 희망을 키워가셨다. 작가의 의도와 바람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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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0 사업연수원 성적도 꽤 우수한 편이다. → ‘사법연수원’

우연히 본 TV 교양 프로그램에서 의학의 발전사史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의외의 사실이 꽤 흥미롭고 놀라웠다. 그것은 우르바노 8세 교황의 갈릴레오 갈릴레이에 대한 종교재판처럼, 의학에서도 종교 교리에 배치되는 이론과 학설들을 이단으로 취급하고 화형에 처하기도 했던 역사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랬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의 ‘지식’은 금기와 억압을 뚫고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발전해 온 결과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지식’이란 무엇일까? 과학사학자인 저자에 따르면,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고 인간의 생존능력을 만들었으며, 인간을 둘러싸고 있으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새로워지는 세계에 대한 상像을 만드는 바탕이자 밑절미다. 그리고 ‘세계’란,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생각처럼 “일어난 모든 것”일 뿐만 아니라, 그 밖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건도 세계의 일부라는 것이다.

 

저자는 성서 속 에덴동산 낙원의 시대에서부터 특별하거나 고유의 요리법과 제조법 등 경제적 이득을 주는 유용한 지식들의 공유 및 유통을 금지했던 비밀의 시대와 과학이 인간의 생존 조건을 완화하고 현세의 삶을 개선하며 지식이라는 거대한 바다 위를 항해하며 매혹의 수평선에 도달하리라 생각했던 프란시스 베이컨의 시대, 그리고 1945년 7월 개막된 핵의 시대와 유전공학 및 생명공학 등 오늘에 이르기까지 종교와 국가(정치권력), 몇몇 지식인과 학문 카르텔 등에 의한 “지식을 금지하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수많은 부질없는 시도들”과 그에 맞선 ‘위험한 사상가, 대담한 이단아, 진실의 개척자들’의 투쟁을 문학과 역사, 철학 등 인문학으로 통섭·통찰하고 사유하고 있다.

 

그리하여 “인간의 지식 욕구와 지식 추구는 모두 인간의 본성”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설명과 같이 “인간의 지식 추구는 거의 영적인 욕구에 가깝고 확실히 정신의 근본 욕구”에 속하는 것으로, “누구도 지식을 향한 추구를 인간에게서, 예컨대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뺏어갈 수 없으며, 예컨대 정치권력을 통해서 금지시킬 수도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또한 한편으로는 인종주의와 이슬람 혐오 등 ‘가짜 뉴스’를 유통시키는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와 인간의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유전자 편집’ 등 생명 유전학의 사례를 틀어 “과학은 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암튼, 부족한 깜냥으로는 저자의 통찰과 사유를 좇아가며 정리하기란 요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줄기세포 배양 복제 실험에서 난자 채취 논란과 논문을 조작한 황우석 사태, 가습기 살균제 독성 실험 보고서 조작 사건, 삼성 백혈병 사건과 산업기술보호법 논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국가보안법,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과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사건, 천안함 침몰에 관한 과학자들의 문제 제기, 세월호와 대통령 기록물 등 수많은 사건과 논란들을 떠올리며 과학하는 자의 양심과 윤리, 산업재해와 기업비밀 그리고 국가의 책임과 역할, 지식과 앎을 추구하는 개인의 자유, 사생활과 국가(정치권력) 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작금의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와 개인정보의 제공 및 보호에 대해서도...

 

그리고 2020년 7월 전남의 한 고등학교의 성교육 수업이 학부모들의 항의를 받고 취소된 일이 떠올랐다. 기술·가정과목 ‘임신과 출산’ 단원 교육과정 중 피임에 관한 부분이 있어 콘돔과 ‘바나나’를 이용해 실습하려 했던 것으로, 해당 교사는 학생들이 콘돔과 그 사용법을 잘 알지 못해 정확한 사용법을 가르쳐주려고 했다고 한다. 새천년을 맞이한지 20년이 되었건만 우리는 기본적인 성性지식조차 제대로 전달하지도, 바르게 배우지도 못하고 있다. 이렇게 언제나 우리의 세계에는 ‘빨간약’과 ‘파란약’이 함께 놓여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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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4 ~가 무한히 작은 것에 대한 자신의 역사서에서 묘사했듯이 : 대한 → 대해?

p.85 제한받지 않은 삶이라는 :  문맥상 ‘않는’이 어울릴 듯.

p.110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말하듯이 →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말하듯이’ 혹은 ‘괴테의 파우스트가 말하듯이’?

p.138 의심 맏는 사람 → 많은

p.206 ‘크토닉chthonic의’ → ‘크토닉chthonic’의

p.240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의가 → 벤터Craig Venter가

p.250 크리스퍼 카스9, 크리스퍼 캐스9 : 표기 통일

p.260 유전자가 언제가 자신의 직접 의무를 : 문맥상 ‘언젠가’가 어울릴 듯.

p.292 연구소는 즐겨 보수주의 ‘싱크탱크’라 자칭하며 : 표현이 어색함. ‘즐겨’ → ‘곧잘’

p.300 진실이 아니라 문학 속에 나타나는 진리와 : 굵은 기울임꼴이 ‘아니라’에도 적용된 것이 맞나?

p.334 즉, 이러 기기를 신뢰하면서 → 이런

p.342 ？j히 미국이 그렇다 → 특히

p.345 메모들을 없어버렸다. → 없애버렸다

p.361 생각해 보자는게 아니다. → ‘생각해보자는 게 아니다’ 혹은 ‘ 생각해 보자는 게 아니다’

p.361 왜냐하면 괴퇴가 생의 마지막 날을 → 괴테

p.366 지식과 삶의 빛의 향한 탐구 → 빛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