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경에서 나오는 주머니 사정과 상관없이 결국은 사게 된다.
때로는 속을 들여다보지 않고서 쿨~하게 집어드는 경우도 많다(집어든다고 한 건 대부분 서점에서 '검증하고' 사는 나의 구시대적 습관 때문-,-;;).
서양미술사가 그랬고, 데 키리코 도록이 그랬고 에드워드 호퍼도 그랬다.
한국에 TASCHEN이 없음을 탄식하다가 알게 된 예경이라 애정이 각별하고
사실 정확하게는 예경이 아니면 대안이 없는 한국 미술 서적의 폭좁음 때문이기도 하다(쩝...).

표지가 도발한 것도 있지만 서른 가지의 테마를 바탕으로 미술사의 중요한 흐름을 콕콕 
짚어주는  부담스럽지 않은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흥미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나하나 순서에 관계 없이 읽어 나갔는데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물론 앞장부터 읽는 것이 여러 모로 자연스럽고 30가지 순간 역시 시간적인 흐름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님-.-)

그리고 책을 덮은 후 나는 불현듯 책장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화가들의 도록과 작품들을 꺼내었다. 그리고 그 화가와 작품들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최초'와 어떻게 연관되는 지 찾아보고 분류하기 시작했다.

흠...지금까지는 작품 자체가 풍기는 멋스러움이나 표현기법에만 도취되었는데
독서 이후 모든 기법과 전통에는 처음이 있으며 그 처음은 사회와 문명, 예술가가 
교감하고 맺는 관계 속에서 탄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창하게는 미술사적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생겼다고나 할까(흠흠)

완독 후 서가에 꽂아두면서 생각한다. 
예경 책들은 지하철에서 꺼내 읽을 때도 사무실에서 짬짬이 읽을 때도, 이렇게 서가에 
꽂아둘 때 까지 멋지고 폼이 나는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