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사랑으로 세련되어진 아를르캥

 

일찌감치 읽고난 후의 감상을 쓸 수 있을거라고,

나는 자고로 불문학을 배운 - 조악의 극이지만 - 불문학사와, 심지어는 미라보다리같은 자연주의적이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를 해석하고, 어린왕자를 원서로 읽어서 그 의미와숨은 뜻을 해독할 수 있는 자였다고

'자부'가 아닌 '자신'을 하고 있었다

 

왜 간과했는지, 모파상이나, 간단하게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원서들에서는 벌벌기고

페드르는 단 일회의 수업에서 엄두가 나지않아 도망친 자가

 

마리보의 이 책을 읽겠다고 나섰는지 모를 일이다.

 

la dispute

논쟁이라고 번역되어진 이 희곡에서는 그리 녹녹하지는 않은 표현들이 등장한다

이를 희곡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라고 한다면 그 어떤 토시를 달수 없을 지 모르나,

 

아주 솔직한 말로 표현한다면, 정말 아주 짧은 식견이지만 꾸미지 않은 말로 표현한다면,

번역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투박한 듯 하여,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나라고 별수 있겠소냐, 라고는 하지만 이 인간 본연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심성과 하나로 정립가능할 것 같지만

절대로 독립적인 표현을 사용할 수 없는 감정들을 표현하는 이야기

희곡으로 표현되기 위해서는, 조금은 순화된 표현과 현대적인 표현으로 재해석되는게 좋지 않았을까 한다

 

두번을 지하철에서 - 가장 집중이 잘되는 장소, 책읽기에 - 읽었다. 여전히 다시한번, 다시한번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이 든다는건

혹은 눈앞에서 리얼리티를 최대한 살린 진짜 희곡으로 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는건

이 '책'이 주는 아쉬움이다

 

그러나 우리는 나는 분명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 이 책의 본질을 고려해보자

어느시대이건 태초 이후는 모두 껍질속에, 자의적으로 껍질을 뒤집어쓰기를 반복하여 온 역사다

그 못된(!)습성은 세대가 이어져 올 수록 겹겹이 더 견고한 껍질을 허영을 허식을 질투와 미움을 입어갔다

 

고된 논쟁속에서 벌거벗겨지는 인간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까,

 

 

 

떄로 플로베르 처럼 오래도록 이어져 온 세대를 부정하는 먼 과정 말고,

지금 당장의 내 위치와 내 옷에 대해 merde ! 할 수 있다면 그 논쟁은 이미 심지가 타들어가기 시작한거나 다름없다

 

이 희곡을 '세련되어지게' 펼쳐놓은 극을 보고싶다.

 

 

발음이 어려운 이름,

스님 틱낫한 은

마구잡이로 날뛰어 상대방을 할퀴고 스스로를 자해하는 '禍를 火를 譁를' 호랑이에 빗대었다

 

화내지 말것.

 

그대안의 화를 다스릴 줄 안다면 사랑이 피어나고, 세상은 평화로와 질 것이다.

 

 

많은 사진들과 글로 천천히, 그러나 두텁게 또한 불교론 다운 여유로 그려낸 책.

 

그대 안의 호랑이를 길들여라

 

 

한페이지 한페이지가 잠언이다

아제아제 바라아제도 아니고 색즉시공 공즉지색도 아닌

 

화를 다스려라

이 말로 모든 것들을 드러내고 계신다

화장실에 앉아서 읽으면서도, 지하철이 덜컹거려 옆사람 뒷사람과 부대끼면서 점점 출구쪽으로 시나브로 '짜증스럽게' 밀려나면서도

그를 기다리기 위해 발을 동동구르고 있을 때도, 와야할 전화를 기다리지 못해 핸드폰을 우악스럽게 집어들고 있을 때에도

 

이 책은 즉석 처방처럼,

당신을 안정시켜 줄 것이다.

 

 

이 글을 생각하며 치는 자판, 그 위의 손가락도 급하지 않다.

 

틱낫한, 그대안의호랑이를길들여라

 

 

시집이란, 일정수준 혹은 일정량 이상의 밀도가 짙은 감성을 가진 자들이 손아귀에 쥐는 종이 뭉치

 

그정도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라는 표현에는

- 내 감성과 감정이 그렇게 농익지 않다 -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쉽게 간파되지 않는 시인의 활어처럼 뛰는 시어 때문일 것이다.

쉽게 체득되지 않는, 의미파악이 단번에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오는 '못 견뎌함' 그로인해 쉽게 공감할 수 없음

지극히 개인적이다. 이런 판단으로

서점에 널부러진 책들을 장바구니에 주어담지 않으려한다.

 

 

이제부터의 모든 시집은

가요의 음반들이 그렇듯

 

한번쯤은 리패키지로 등장했으면 한다. - 시차가 존재하고, 가격의 압박이 있더라도 -

 

마종기 시인의 詩作 에세이 '당신을 부르며 살았다'는 이런 의미에서 표본이 되어야 한다.

 

 

그의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시, 그 시가 쓰여졌던 때, 장소, 공기의 밀도, 습함과 건조함이 공존하는 마음

모든 것이 드디어 '실체를 드러내듯' 서술되어 있다.

 

책장을 넘긴다

그 책장속에는 시가 있고,

천천히 소화하려고 눈안에 마음안에 밀어넣기 시작한다.

 

종이의 끝자락의 활자까지 눈에 들어왔는데, 무슨 의미인지 갸웃갸웃 책장의 구석구석을 살핀다.

다음페이지 그 이야기들의 이유가, 그 이야기의 펜뭉치끝 점성이 보인다.

 

 

[책장을 다시 뒤로 넘긴다]

 

이 책의 모든 시집을 읽을떄까지 뒤로 돌리고 돌리고 다시 돌리기를 반복한다.

 

 

 

사랑해본 적이 있는 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 꽃의 이유 中 -

 

책장을 뒤로 넘기고, 다시 그 앞으로 넘긴다

 

시를 읽고 짙게 울어본 적이 과연 있었던 가,

당신을부르며살았다, 마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