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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워킹푸어 - 무엇이 우리를 일할수록 가난하게 만드는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우연한 계기였다. 도서관 책 반납대에 책을 올려놓으면서 자연스레 시선이 옆으로 옮겨졌다. 반납대 바로 옆에는 반납 등록을 한 책을 놓는 작은 수레가 있다. 책을 반납할 때면 으레 시선이 가곤 하지만 막 누군가가 읽고 간 따끈따끈한 책 중에서, 내 손을 내밀게 만든 책은 한 권도 없었다. 하지만 요즘 사회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나에게 누군가가 올려놓은 이 책은, 제목만으로도 가져가야겠다는 마음이 들게 했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첫 장을 펼쳤다. 처음 나를 맞이한 건 세 페이지에 달하는 짧은 만화였다.

이 낡고 낡은 종이는 그것들만큼 낡은 사람들에 의해 가난하고 가난한 돈이 되어 낡은 사람들에게 돌아옵니다. 가난한 입이 가난을 먹고 가난을 지불합니다. 사람의 계급이 섞이지 않듯 세상의 돈도 섞이지 않고 한국의 워킹푸어. 그렇게 가난은 그들만의 것이 됩니다.

시작부터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때로 텔레비전을 보면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을 접하곤 하지만, '낡은 사람들'이나 '가난한 입', '가난을 먹고' .. 라는 단어로 만화는 그들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보다 더 명확한 표현이 있을 수 있을까! 그래서 더 서글펐다.

왜 우리는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하는가.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가혹한 일이 생기는가. 어떤 이는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기 때문에, 씀씀이가 헤프거나 돈을 쉽게 벌려는 한탕주의 때문에 가난하다고 한다. 즉 원인을 개인에 돌린다. 하지만 이 책은 말한다. 그들이 가난한 이유는 그들 탓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고용하는 고용주, 기업, 나아가 국가적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책을 읽기 전, 솔직히 나는 신자유주의가 뭔지도 몰랐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가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것 또한. 나의 무지가 심히 부끄러웠다. 신자유주의라는 것은 말 그대로, 경제활동에 있어서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리라.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내에서 돈만 많이 벌면 그만인 것이다. 나라부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한경쟁. 경쟁이란 승자와 패자의 생산(?)이 필연적이다. "Winner takes all."이란 말이 있듯 승자는 모든 것을 가진다. 반하여 패자에게는 아무 것도 떨어지는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 우리 사회가 그렇다. 책의 첫 장에 있던 만화를 보며 더 짠했던 이유가 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림이 감정을 한층 내몰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림은 고층빌딩 위를 빳빳한 새 지폐가 여러 장 날아다니는데, 땅바닥에는 구겨지고 낡은 지폐와 동전 몇 개만이 짤그랑 거리며 굴러다닐 뿐이었다.

기업입장이야, 당연히 값싼 노동력으로 더 많은 이익창출을 원한다. 값싼 노동력을 찾기위해 여기저기 손을 뻗치다 외국에 공장을 세우거나 외국인들을 고용하기도 한다. 우리 회사의 공장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한 분 계신다. 얼마 전 추석 상여금을 지급했는데 사장님이 그 분에게는 30만원만 보내라는 지시를 내리셨다. 다른 직원들은 급여의 50%였는데 말이다. 그리고 지난 번에 공장에 갔을 때는, 공장에서 회식을 하고 다음 날 그 분이 출근을 안 했다고 하루분은 급여에서 제하라는 이야기가 오고 갔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릇된다는 말을 덧붙이며. ... 비단 우리 회사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회사만 해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고, 직원들에게도, 소위 '못사는 나라'에서 돈 벌러 왔으니 우리가 귀빈 대접해 줄 필요 없다는 인식이 깔려있는 듯하다. 이러한 인식이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우리 사회가 '못사는'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삼성(우리나라 일류기업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 중인 회사가 말이다)의 반도체 공장에 들어간 20살짜리 어린 여직원들이 근무한지 1~2년 만에 희귀병에 걸린다거나 같은 은행에서 일하는데도 복지차원에서나 급여에서 커다란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정확한 수치를 들이미는 이 책을 보며 더욱 기가 찼다.

일본에서는 일본 전통의 종신고용제가 없어지고 파견직이 생겼다. 이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대낮에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을 칼로 휘두르기도 하는 사건이 빈발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언제부터인가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이 생겼고 그 수가 늘어만 가고 있다. 책에서 말하고 있듯 지금은 내가 비정규직이 아니라고 안심해서는 안된다. 언제 비정규직이 될지 모르니까.

성장을 향해 질주하면서 직원들의 복지는 안중에도 없는 기업들, 그리고 대한민국. 신자유주의 체제로 생긴 폐해로 우리의 소외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양극화가 커질수록, 국가는 어려워지고 결국 '잘사는' 사람들도 잘살지 못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경쟁'을 하여 승자, 패자 나누기 보다는 모든 사람들이 잘사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 책을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한국의 워킹푸어'. 나의 첫 사회 입문서라고 할 수 있는 책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그동안 사회에 무지하였고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반성한다. 나는 한 사람의 성인이자 사회적 책임을 가진 일원이기도 하다. 그 사회적 책임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이제서야 가슴으로 깨닫는다. 우리의 사회적 책임이란, 온기가 흐르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깊이 고민도 하며 행동으로 나타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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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작은 일에서 큰 아픔을 느낀다. 전국의 기자들이 하루하루 아무렇지 않게 써대는 기사 하나하나가 그들에게는 비수가 되어 꽂힌다. 그들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의식하지 않고 내뱉는 단어 한마디, 의미없는 웃음, 미묘한 눈빛의 차이가 그들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짐이 될 수 있다.

워킹푸어의 증가는 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워킹푸어는 충분한 소비생활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국내 소비가 부진해지면 기업의 생산활동 역시 정체될 수밖에 없다. 나라 경제 전체가 축소 균형화된다. 정부의 세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세금을 내는 것이 불가능한 계층이 증가한다면 정부의 재정은 더 악화된다. 결국 재정 재건을 위해 세수를 늘리려 한다면 그 부담은 부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모 아니면 도?

-동일직종 내 계급화

똑같은 일을 하지만 전혀 다른 보상을 받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워킹푸어도 늘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그런 사례다. 한국은 전체 노동자의 49.8퍼센트(2010년 3월 기준)다. 절반이 비정규직이라는 얘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는 갈수록 벌어져 두 배도 넘는다. 하지만 똑같은 일을 한다는 사실은 오히려 이런 차별적 보상체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업무 능력에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에 나도 언젠가는 저 꼭대기로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가질 수 있다.

박정희 정권 이래로 30년이 넘은 시간강사 문제에 대해 정부, 대학당국, 정규직 교수 등 시간강사 문제를 풀어야 할 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덮어두려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강사들이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화를 시도하는 것은 사실 생존권 자체를 걸고 하는 일이다.

그는 “공부를 하고 박사학위를 따봤자 연봉이 1000만 원도 안 되는 시간강사로 전전하는 현실에서 누가 대학원에 진학하겠느냐”며 “자연히 대학원 교육의 질이 떨어지고 후학 양성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국 등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딴 이들 가운데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07년 미국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1529명 가운데 68.3펴센트가 미국 체류를, 26.3퍼센트는 한국 귀국을 계획하고 있었다.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미국 체류를 선택하는 이들이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고급 인력의 위기상황이 감지되는 셈이다. 이는 세계경제가 지식기반산업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는 현실에서 하나의 ‘위험신호’다.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인재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신자유주의를 설파한 밀턴 프리드먼이 말한 ‘영원히 직장을 찾아 헤매는 노동자’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사회적 차원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차 위원장은 비정규직의 만연화를 일종의 러시안 룰렛으로 비유했다. 언젠가는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닥칠 현상이라는 뜻이다.

“비단 금융권만 놓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모든 직군에서 비정규직화가 심각해지고 있다. 지금은 ‘내 일이 아니’라고 신경을 끄고 있다간, 언젠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비정규직화의 대상이 된다. 사회 구성원 전체가 비정규직화를 막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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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 등이 발의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보면 지역과 연령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으로 지급하고, 수습기간을 6개월로 연장하며, 사용자가 노동자의 숙식비를 최저임금에서 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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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네팔에 있는 가족들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내가 왜 낯선 한국 땅에 와서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하나 서글퍼졌어요. 한국인들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생각도 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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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문제는 문화생활 등이 힘들거나 하는 데 있지 않아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몸이 힘들고 생활이 부대껴도 일정한 소득만 보장되면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진 않았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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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원리를 도입해 효율성을 극대화 한다’는 게 이명박 정부 정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철학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경쟁’과 ‘효율성’이란 잣대를 들이대기 힘든 분야까지 일률적으로 이런 원칙을 도입해 적잖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부터 ‘하위 5퍼센트’ 평가를 받은 지역아동센터에 정부 지원 중단을 골자로 하는 지역아동센터 차등지원제가 그 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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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문제의 근원은 열악한 아동복지 예산에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 GDP 대비 0.2퍼센트이던 아동복지예산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GDP 대비 0.1퍼센트로 오히려 떨어졌다. OECD 평균은 GDP 대비 2.4퍼센트 수준이다. 아동 1인당 복지 지출비도 한국은 연간 40달러로 프랑스 2162달러, 독일 1707달러, 영국 913달러, 스웨덴 3961 달러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219

이들 노인은 왜 소득을 늘리지 못하는가? 일단 일자리가 없다. 정년 퇴직 시기가 지난 노인이 일할 곳은 국가가 시행하는 사업(희망근로 등 각종 근로사업), 막노동, 아파트 경비원 등이 전부다. 노인이 일할 공간 자체가 많지 않다. 출근길 붐비는 지하철에서 젊은이들의 눈흘김을 무릅쓰고 이들이 신문을 주워 담는 이유다.

226-227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개발대학원 원장)는 “선진국의 경우 대략 15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는 노인들에게 GDP의 5~14퍼센트 가량의 연금을 지급한다”며 “(이 정도의 연금 지급이 이뤄지지 못하는 게) 한국의 노인들이 가난의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고령사회 국가가 됐으나, 사실상 한국은 아무런 대책이 없다.

247

“반응은 반반이에요. 우리 편을 들어주는 분도 있고, SSM 들어오면 당장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는 분도 계시고. 하지만 대형마트에서 물건 싼 것만 생각하다가 우리 같은 영세 슈퍼가 없어진 다음에는요? 그때부터 SSM이 부르는 가격대로만 살 수 있다고 해도 아무말 못하게 되지 않을까요?”

255-256

가난은 많은 것을 파괴한다. 건강, 학습욕구를 포함한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희망, 가정을 포함한 인간관계 등. 스스로의 생명을 파괴하는 선택인 자살은 극단적인 경우일 것이다. 더 나아가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한국보다 워킹푸어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이런 살인사건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이처럼 급증한 무차별 살인을 ‘토오리마(길거리의 악마)’ 사건이라고 부른다. 이런 ‘토오리마 살인’의 배경에는 일본의 전통인 종신고용모델이 무너지고 파견 근로가 전면 허용되면서 발생한 고용 불안이 놓여 있다. ..2001년 출범한 고이즈미 내각이 과감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쓸 수 있었던 것도 장기 침체를 벗어나야 한다는 국민적 합의 때문이었다.

257-258

연령이 젊을수록,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남성에 비해 여성이, 전일제 근로자에 비해 시간에 근로자가나 임시직 근로자가 워킹푸어가 될 확률이 높다. 이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경향이다. 특히 신자유주의적 경제질서가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2000년대이후 거의 모든 국가에서 워킹푸어가 급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라별 차이는 분명 존재한다.

유럽 국가들에 비해 미국, 일본, 한국에서 워킹푸어 문제가 급속도로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크게 일자리와복지제도, 두 가지 원일을 지적한다.

첫째, 고용제도의 문제.

두 번째 요인은 낮은 사회복지 창출이다. 공적사회 지출 수준이 낮은 국가일수록 워킹푸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 유럽국가, 특히 사민주의 국가의 근로빈곤율이 현저히 낮은 이유는 복지제도를 통해 노동시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00년대 들어 주요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근로빈곤 문제가 크게 대두된 것은 생산의 세계화 및 탈산업화와 관련이 있다. 생산의 세계화는 선진국의 공장 해외 이전을 촉진했고, 이는 심각한 수준의 고용감소를 초래했다. 따라서 급증한 워킹푸어는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초래한 결과다. 한국도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신자유주의 경제질서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한국도 싼 임금을 찾아 공장들이 중국, 동남아시아 등으로 이전함에 따라 생산직에서 ‘괜찮은 일자리’들이 많이 줄었다. 해외에서 싼 노동력을 활용해 만든 물건을 만들면 기업의 이득은 더 커진다. 이를 통해 경제성장률 등 경제지표는 좋아질 수 있다. 경제는 호황인데 밑바닥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 현상은 이런 세계화된 경제시스템을 통해 확산되고 굳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