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취업했다는 사실을 30대가 돼서야 알았다. 나름 내 인생에 대해 성실하게 준비하고 진지하게 임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10대-20대 그 많은 시간동안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잘할 수 있는 것에 대해, 한마디로 '나에대해' 특별히 고민하거나 생각하지 않았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늘 해야할 일은 사회적으로(?) 학습되어 깊은 생각없이 앞을보고 달렸던 것 같다. 아마 많은 직장인들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직장생활을 5년이상 하다보니 권태가 찾아왔다. 이건 내가 하고싶은 일이 아닌데 언제까지 해야하지? 지금이라도 사표를 쓰고 하고싶은 일을 찾아봐야 하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처음 육아휴직을 하고 1년은 '내가 하고싶은 일은 뭘까' 거의 이런 생각으로 가득했던 것 같다. 지금은 몇 권의 책의 도움을 받아 어렴풋이 나만의 답을 찾았다(정답은 아니겠지만). 내가 찾은 답은 당장 일을 그만두고 무에서 하고싶은 일을 찾는것보다 조금씩 관심있는 분야의 사람들과 어울리고 만나고 취미생활을 하면서 깊어지는 것이다. 깊어지다보면 직업이 정말 달라질 수도 있고 아니면 취미로 즐기면 그만인 것. 당장은 육아로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워나가는 일상을 꿈꾸고 있다.

 

이 책은 여행을 무척 좋아하는 직장인의 퇴사에 대한 고민, 그리고 시작한 당일치기 해외여행(직장인이 최대한 제약을 덜 받고 할 수 있는 여행), 여행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 담겨있다.

 

'당일 여행에서 여행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여행지에서 무언가를 봐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내려놓고 나를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했다(26-27P)'
'당일 여행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취향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깊이 생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170P)'

 

이 책의 저자는 당일치기 해외여행으로 자신을 찾는 방황을 했다. 사실 궁금했다. 도대체 하루동안 어떻게 시간을 보냈을까? 막상 책을 읽어보니 무계획으로 가서 주로 조용한 곳을 찾았고 전동 자전거(일본에 가면 꼭 타보고 싶다)를 빌려 조용한 마을을 배회하거나 도서관에 가기도 했다. 거기서 한없이 자신을 돌아보는 사색을 하고, 영감을 받고, 속을 알차게 채워온 것, 이런 작은 하루가 쌓여 작가라는 제2의 직업이 생겼다. 저자는 책에서 이런 여행을 날것의 나를 발견하는 가장 순수한 여행이라 표현했다. 아마 많은 사람에게 필요한 여행도 이런 순수한 여행이 아닐까.

 

여행당일치기일본퇴사직장인

 

삶을 바꾸는 책읽기,

원래 독서 방법에 대한 도서에 관심이 많은데(조금더 나은 독서방법은 어떤것일까, 늘 고민해보기때문에) 우연히 본 저자소개에서 정혜윤이란 작가(CBS 라디오 프로듀서)가 '새벽 3시에 책읽기'란 칼럼을 한겨례에 연재한다 해서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새벽 3시에 책읽기..?

귀가 솔깃해졌다. 과연 새벽 3시에 책읽기를 어떻게 실천하는지,

 

삶을 바꾸는 책읽기는 8가지 물음에 대한 답을 알려준다.

# 질문

1)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 (자율성의 시간/기쁨에 몰두하는 시간)

2)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 (문자보다 삶을 바라보는 능력)

3)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 (운명보다 거대한 선택의 힘)

4)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 (슬픔을 표현하는 자기만의 형식)

5) 책은 써먹을 데가 없는 것 같아요. 책이 쓸모가 있나요 ? (자기 계발의 진정한 의미)

6) 책을 읽으면 대체 뭐가 좋나요?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

7)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 있나요 ?

8)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

 

 

그중 새벽 3시에 책읽기는 첫번째 질문에 대한 답이다.(역시나 내가 궁금했던 만큼 다른 이들도 첫번째 질문을 제일 많이 했나보다) 질문에 대한 답은 조금은 허탈(?)하지만, 한달에 1~2번은 새벽 3시에 일어나 글도 쓰고 책도 읽고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 시간을 자율성의 시간, 즉 기쁨에 몰두하는 시간이라는 것이다.자신이 스스로 책읽기를 사랑하면 새벽 3시에 일어나는 것이 조금 힘들더라도 일과가 끝난 후 몸이 조금 힘들더라도 책읽는 시간이 설레고 기다려져서 하게 된다는 것,

 

그리고 또하나, 삶을 바꾸는 책읽기는 조금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아래와 같은 능력을 필요로 하니까, 보통 외로움, 고독, 소외 등이 두려워서 의미없는 약속들로 일주일을 가득 채워버릴 때가 있다. 그리고 양껏 웃고 집으로 돌아올때 느껴지는 허무함이란,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반복과 습관의 타율성을 비우고 새로운 질서를 받아들이는 능력 , 앞으로 내가 책을 통해서 쌓아가야할 능력들이다. 이제 내옆에 절대 도망이란 것을 모르는 책을 둘것이니 더이상 외로움, 고독, 소외 따위는 두려워하지 말아야지

 

	책을 읽는 능력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는 데 꼭 필요한 능력들이 있긴 합니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능력, 자신을 채웠던 반복과 습관의 타율성을 비우고 새로운 리듬과 질서를 받아들이는 능력 같은 겁니다....일정 정도 규칙적으로 책 읽는 시간을 갖는 것이 몇 권을 읽느냐보다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인상깊었던 부분을 조금 더 얘기하자면..

 

	우리 시대에 가장 오염된 말 중 하나는 바로 ‘자기계발’입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서 헨리 경의 입을 통해 ‘인생의 목적은 자기 계발’이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자기계발은 우리 시대에서 통용되는 스펙쌓기를 통한 경쟁력 강화란 의미의 자기 계발과 그 의미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가 말한 자기 계발은 ‘자신의 본성을 완벽하게 깨닫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자기 계발이 자신의 잠재력을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런 일을 할 줄 몰랐는데 하는구나!”

 

흔하게 자기계발하면 떠오르는 것은 ? 토익,회화, 내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이다. 그리고 스펙쌓기, 정혜윤작가는 이러한 자기계발을 우리시대에 가장 오염된 말 중 하나라고 하고 있다

 

 내가 미술에 이렇게 관심이 가네 ?  그림을 그리니 재미있고 꽤 잘하네? 이렇게 시작해서 완성되는 것이 진정한 자기계발이라면, 남들은 영어실력이 이만큼인데, 남들은 다 하는데,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뒤쳐지지 않기위해 남들이 가는 길에 편승하는 자기계발은  자존감을 버리는 자기계발이다. 정혜윤작가는 남들의 삶과 비교하지 않고 스스로 자존감을 쌓아가는 자기계발과 선택을 하기 위하여 독서를 한다고 한다.

 

삶이 불안하다면 책을 통해 답을 찾아가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강하게 바꿔보는 것은 어떨지

삶을바꾸는책일기, 정혜윤, 독서, 자기계발, 새벽3시책읽기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 의자놀이

 

 이 책은 2009년 쌍용자동차 2,645명의 정리해고를 발표한 뒤 이어진 77일간의 파업과 무차별했던 그 진압과정에 대해서 심층 취재한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이다.

 

여기서 잠깐 르포르타주에 대하여 잠깐 짚고 넘어가자면 어원은 보고(報告:report)이며 ‘르포’로 줄여 쓰기도 하는데,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보고자(reporter)가 자신의 식견(識見)을 배경으로 하여 심층취재하는 것을 말한다.

 

쌍용자동차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

사실 저조차도 뉴스에서 그저 남의 일처럼 힐끔 보기만하고, 파업하는 사람을 마치 한심한 사람 보듯(너무나도 죄송한 일이지만) 저 사람들은 왜 저럴까 ? 이런 1인이었을 뿐이었다.

 

우연히, 출장갈때 간편히 볼겸, 얇은 두께의 베스트 셀러인 "의자놀이"가 눈에 들어와 읽게 된 책이었는데 쌍용자동차 사태를 쌍용자동차 직원 입장에서 보니 사건이 완전히 다르게 보이고, 사실 사회문제에 내가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었다니 조금 부끄럽기도 했다.

 

쌍용자동차 사태의 대강을 조금 늘어놓으면

건실한 쌍용자동차를 1/5이라는 헐값에 상하이 차로 매각한 사실(상하이차는 이에 대한 대가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지만,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않아 인수 후 신차에 대한 투자가 중단되고, 쌍용자동차는 적자기업으로 돌아서게 된다), 매각으로 인해 우수한 쌍용자동차의 기술이 싼값에 유출된 사실(물론 기술유출에 대한 혐의만 있을뿐), 대규모 해고에 따른 집단 파업에 대하여 무차별적인 진압이 이루어진 사실 (진압과정에서 공권력이 투입되었고, 콘테이너 진압, 테이저건 총 발사, 최루액 살포, 전기,물, 의료진 공급 중단 등 정말 진압과정은 비인간적이다. 네글자로 정리하자면 사람사냥 ? 과 같은..충격은 사실을 그대로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 영화 <두개의 문> 엔딩부분 인터뷰   “무리한 컨테이너 투입으로 무고한 경찰을 한 사람 잃고, 농성하던 시민 다섯이나 죽게 한 그 참사 앞에서 정부는 여론과 시민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이명박 정권 초기였으므로 자칫 정권의 앞날에 먹구름을 드리울 수도 있는 사건이기 때문이었다. 몇몇 비난 여론이 일었지만 그뿐이었다. 그러자 경찰은 쌍용자동차에 드러내놓고 컨테이너를 투입했다. 말하자면 용산에서 간을 본 것이었는데, 의외로 저항이 거세지 않자 이번에도 그걸 사용한 것이다. 국민이 용산에 대해 국가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았더라면 쌍용자동차 사태도 없었을 것이다. 용산 참사는 국가에게 ‘이렇게 진압해도 된다’는 몹쓸 교훈을 심어줬다.”

 

컨테이너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잘 하지 않는듯이 내려오고, 사람 머리 바로 위(오센치)까지 내려오며 위협을 했다고 하니(그외 맞으면 전류가 흐르는 테이저건 총이나, 엄청난 양의 최루액 살포 등 진압과정은 정말 살인적이다 ㅠ), 77일간 파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삶과 죽음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정신적 고통을 지금도 겪고 있으며, 그들을 더욱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이 책을 읽기전의 나와 같은 자신들을 비난하는 주변인들의 태도라고 한다. 사실 이들은 피해자 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가해자가 된듯이 사회에서 비난을 받는다고.. 쌍용자동차 직원이었다는 딱지때문에 재취업도 어려워 사회에 나와서 두번 죽는다고..

 

사실 파업은 엄연히 불법이다. 회사를 위해 평생을 열심히 일한 중산층 노동자에게 갑자기 정당한 이유없는 해고딱지가 날라온다면 ? 당연히 노동자의 권리로써 파업을 할 수 있을것 같지만 파업은 불법이란다. 그럼 진압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을 지켜야 하니까 ) 그러나 진압과정에서의 짓밟힌 인권은 우리가 다시금 사회문제에 한발짝 다가서고 지켜봐야할 사명감을 심어준다.

 

위의 영화 두개의 문 인터뷰에서는 말한다. "우리가 국가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았다면.." 이 말이 부끄럽고 아프게 다가온다.

 

 

 

의자놀이, 쌍용자동차, 공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