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상과 함께 일어나는 일들

-하세가와 요시후미, 『내가 라면을 먹을 때』-

 

 

  『ぼくがラ-メンたべてるとき』는 한국어로는『내가 라면을 먹을 때』라는 제목으로 2009년 3월에 번역되어 발간된 작품이다. 저자인 하세가와 요시후미는 1961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으며, 그래픽 디자이너를 거쳐 현재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해당 작품 이외에도 여러 동화책을 펴냈으며, 우리나라에 출판된 작품으로는 이번에 이야기할 『내가 라면을 먹을 때』라는 작품 이외에도, 『오늘부터 친구야』, 『오늘도 화났어』 등등 많은 작품이 존재한다. 저자는 『おたまさんのおかいさん(배짱할머니의 죽)』으로 제 34회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 かあちゃんかいじゅう(엄마괴물)』로 제 14회 켄부치 그림책마을 대상, 『いろはにほへと(이로하니호헤토)』로 제 10회 일본 그림책 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いいからいいから 3(괜찮아 괜찮아3)』의 경우, 제 19회 겐부치 그림책마을 대상을 다시 한 번 수상하는 등 일본에서도 인기있고 인정받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또한 2008년에 제 13회 일본그림책상을 수상했으며, '이 그림책이 좋아' 2008년 일본그림책부문 2위에 빛나는 작품이다.

 

  본격적으로 책을 살펴볼 때, 우선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바로 겉표지일 것이다. 라면을 먹는 '나'의 모습이 그려진 겉표지는 다소 발랄하고 귀엽게 그려져있다. 그림 속의 나는 모락모락 김이 나는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고, 이런 그림은 불투명 수채화를 통해 과감하고 산뜻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책을 처음 폈을 때의 속 커버 표지와 속표지는 엷고 짙은 모래색이다. 물론 단색인 것은 아니고, 무엇인가 점점이 찍힌 것이 사르륵 흘러가듯 묘사되어 있다. 어째서 속표지가 이런가, 하는 질문이 들 정도로 겉표지와 달리 속표지는 조금 우울하고 가라앉은 분위기이다. 그리고 이런 의문은, 해당 작품을 읽어나가며 후반부에 다다를 수록 점차 풀리게 된다.

 

  『내가 라면을 먹을 때』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이야기는 '내가 라면을 먹을 때'로 시작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런 내용에 맞게, 책 표지 또한 '나'로 보이는 아이가 열심히 라면을 먹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야기는 '나'에게서 점차 멀리로 뻗어나간다. 고양이, 옆집, 이웃마을, 이웃이웃마을, 그리고 우리가 TV에서나 보는 저 먼 나라에까지. 내가 라면을 먹고, 고양이가 하품을 하고, 내 옆집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과는 달리, 이야기가 멀리멀리로 뻗어나갈 수록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상황은 점차 우리들이 이미 알고 있는, 하지만 결코 우리의 이야기라고는 여기지 않는 상황으로 변모한다. 어떤 아이는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 동생을 돌본다. 일을 한다. 빵을 판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그저 쓰러져있다. 쓰러져있는 아이는 움직이지 않고, 그림책의 렌즈는 아이에게서 다시 멀어진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바람이 불고, 바람은 라면을 먹는 '나'에게 다시 닿는다. 이야기가 점점 범위를 넓힐 수록 그려지는 상황은 평화롭지도, '평범하지도' 않다. 우리가 어쩌면 외면하고 싶어할지도 모르는 일, 그리고 어쩌면 그저 '머나먼 이야기'라고 느낄지도 모르는 일. 해당 작품은 그 이야기를 담담하게, 하지만 강렬하게 이야기한다.

 

  이야기의 범위가 점차 넓어질 수록, 그리고 점점 평화롭지 못한 상황이 그려질 수록 그림책의 전체적인 색은 점차 변한다. 처음에는 발랄하고 산뜻한 색 위주로 그려졌던 그림들은, 뒤로가며 황토빛 배경을 지니게 된다.(이는 아마 해당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국가의 자연환경때문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마지막, 쓰러져있는 아이를 덮으며 부는 바람은 속표지와 같은 짙은 모래색의 바람이다. 그리고 그 바람은, '나'에게 닿는다.

 

  그렇다면 이렇게 '멀기만 한' 상황에 위치한 아이에게서 불어오는 바람이 '나'에게 닿는 것은, 그리고 '나'가 라면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동시적' 상황을 나열식으로 보여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상황은 '동시에'(혹은 근소한 차이를 두고) 일어나고, 그곳의 바람은 우리에게 다다른다. 이는 '나'와 그 아이들이 결국 한 지구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그 쓰러져있는 아이는 우리와 같은 별-공간-에 살고 있고, 따라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우리와 '다르거나' '먼' 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한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지 않고, 그들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게다가 이러한 일들은 우리의 일상과 '동시에' 일어나는 그들의 '일상'이며, 우리의 '일상'과 그들의 일상은 분명히 다르다. 그렇다면, 왜 우리와 그들의 일상은 '다를까?' 이 질문을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아이들 속에 평화에 대한 생각은 시작한다.

 

  결국 이 책은 '내가 라면을 먹을 때' 일어나는 일들을 담담한 서술과 그림묘사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결국 이 지구에 사는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다르지 않고', '멀지 않은' 사람이며 우리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생각에 기초하여 그들의 그러한 일상에 의문을 제기하게 하고, 이러한 의문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하게 만듦으로써 아이들에게 평화에 대한, 그리고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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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발★

 

잔인한 묘사는 안나오니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뻘얘기로 과제 말고 걍 쓰는 건 퇴고 안하거나 띄어쓰기 정도만 보다보니 평소보다 시간이 덜 걸리긴하는데 비문이 너무…엄청난…

하세가와요시후미

자, 그럼, 짖어봐 조지야!

-줄스 파이퍼, 『짖어봐 조지야』-

 

 

  저자인 줄스 파이퍼는 『곰을 잃어버렸어요』, 『그 동안』 등의 어린이 책의 저자이자 만화가로, 시사 만화로 퓰리처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또한 카툰연극각본 분야에서 여러 상을 받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실력을 뽐내왔다. 그래서인지 『안녕 조지야』에서 돋보이는 것은, 쉽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스토리와 일반적인 동화책에서 잘 보지 못했던, 하지만 만화 등에서는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그림적 특징들이다.

 

  책을 전체적으로 이해하기위해, 이미지적인 특징들을 본격적으로 짚어보기전에, 우선 『조지야 짖어봐』라는 책의 스토리를 한 번 살펴보도록하자.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게 전개된다. 조지의 엄마가 조지에게 '조지야, 짖어봐.'하고 말하면, 조지는 엄마의 말대로 '짖는다.' 하지만 조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엄마가 원하는 '멍멍' 소리가 아니라 '야옹', '꽥꽥', '꿀꿀', '음메'등 다른 동물들의 울음소리이다. 결국 엄마는 조지를 의사에게 데려가고, 의사선생님은 조지의 입에 손을 넣고 조지의 안에 있는 고양이부터 오리, 돼지, 소까지를 밖으로 꺼내놓는다. 그리고 그러고 나서야, 조지는 엄마와 의사선생님이 바랐던 것처럼 '멍멍'하고 짖고, 엄마와 의사선생님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뻐한다. 조지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는 끝나지않는다. 조지와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엄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지가 '멍멍'하고 짖는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어서 조지에게 다시 한번 말한다. "조지야, 짖어봐." 그리고 조지는, 그 말에 응해서 짖는다. "안녕!"

 

  엄마의 입장에선 말 그대로,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은', '황당한' 일로 결말이 맺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결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이러한 결말은 어른들의 눈에 비치는 '어른들이 원하는 대로 절대 움직여주지않는' 아이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음과 동시에,  누구에게나 동화되기 쉬운-다시 말해, 쉬이 다른 것과 자신을 동일시하고 여러 정체성들 사이에서 무엇이 자신일까 움직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아이와 엄마의 모습을, 그리고 상상력이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높으며 여러 정체성 사이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아이 그 자체의 모습을 동물의 모습으로 우화하여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어떻게 보면 어디에도 물들기에도 쉽고 그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려나갈 수 있는 하얀 백지 같은 아이들의 모습과 그런 아이를 보는 어른의 시선을 강아지 조지의 이야기에 빗대어 보다 쉽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전달해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동안 동화책에서 눈에 띄는 이미지적인 특성은, 동화책 속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표정이 과장되어 표현되고, 그 표정의 표현을 통해 이들의 감정 표현이 두드러지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만화가인 것과 관련이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의 극적으로 과장된 표정·몸짓의 표현은 만화의, 특히 작은 지면에 짧게, 그리고 강렬하게 말하고 싶은 내용을 전달해야하는 시사만화의 특성이다. 더불어 그림의 최대한 간략화된, 그리고 깔끔한 선표현과 선명한 색 또한 사람들의 이목을 확 끌어야하는 만화의 특징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선명하고 간결한 그림은 크고 단순한 레이아웃, 그리고 유머러스한 스토리와 맞물려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또다른 요소로서 다가온다.

 

  결국 이 작품은 어른들로서는 다소 '반항적'으로도, 혹은 그저 '황당'하게 비춰질 수도 있는 아이의 모습을 담아냄과 동시에 이 책을 읽을만한 나이의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동화와 정체성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간결한 레이아웃과 선명하고 깔끔한, 보다 주목도가 높은 그림을 통해 우화의 방식으로 유머러스하게, 그리고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잘 그려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줄스파이퍼

부드럽고 폭신한, 마시멜로의 이야기

- 클레어 터레이 뉴베리, 『작은 토끼 마시멜로』-

 

 

"갑자기 마시멜로가 우뚝 멈춰 섰습니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코를 발름거리면서 고양이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전혀 겁을 먹지도 않고 그저 호기심에 찬 눈빛이었어요. 이 커다란 얼룩 짐승은 대체 누구인지 궁금했을까요? 새 털옷을 입은 엄마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요."

  감성적이고 따뜻하다는 평을 받는 여성 작가 '클레어 터레이 뉴베리'의 동화책이다. 뉴베리는 1903년부터 1970년까지 살았던 미국의 여성동화작가로, 이제부터 이야기할 『작은 토끼 마시멜로』는 이 뉴베리의 책 중 가장 유명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1943년 칼데콧 아너 상을 수상했으며, 아직까지도 전세계의 어린이들에게(더불어 어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작은 아기 토끼 마시멜로가 틸리의 집으로 오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등장인물은 총 셋으로, 표지에도 가만히 쫑긋 귀를 세우고 있는 작은 아기토끼 마시멜로와, 나이가 조금 있는 고양이 '올리버', 그리고 이들의 주인인 '틸리'이다. 이 책은 뉴베리 특유의 부드러운 그림과 채색을 통해 작은 토끼 '마시멜로'와 고양이 '올리버', 그리고 그들의 주인 '틸리'의 이야기 한 조각을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어투와 그림으로 담아낸 그림책이라 할 수 있다. 딱히 반전이 있거나 스펙터클하지는 않고, 그냥 폭신폭신한 느낌의 이야기. 햇볕에 따끈하게 말린 푹신한 이불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마시멜로'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표지의 주인공이자 이 책에서 중심이 되는 작은 토끼는 눈처럼 하얗고 부드러워보이는 털을 가지고 있는 아기 토끼이다. 처음에는 엄마와 떨어진 것이 슬픈듯 슬픔에 잠겨 있던 아기토끼였지만, 이야기가 흘러감에 따라 이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는 작은 토끼는 책 속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자기 몸집처럼 자그마한 발자국을 이야기에 열심히 새겨넣는다. 그리고 이 천진하고 사랑스러운 아기토끼의 행동에, 그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품지 않고 폴짝 다가오는 순진한 모습에 처음에는 마치 마시멜로를 공격하기라도 하려는 양 행동했던 고양이 올리버는 어린 고양이에게 하듯 상냥하게 마시멜로를 대한다. 이 장면은 올리버와 마시멜로간의 애정과 상냥함이 드러나는 장면임과 동시에 마음을 열고, 애정과 상냥함으로 상대에게 다가갔을 때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반응하는지', 그리고 내 애정에 답해져 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는 마시멜로나 올리버의 내면이나 생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특히 마시멜로의 경우, 조용히 깜빡거리는 눈동자나 동작, 움직임 등을 통해 작가는 이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내면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재치있게 해석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재치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바로 '틸리'의 시이다. 이 책의 등장인물 중 유일하게 '사람'인 틸리는, 처음에는 아기토끼 마시멜로를 보며 조용하다며 토끼를 찬양하는 시를 짓는다. 하지만 마시멜로가 집에 익숙해지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여러 깜찍발랄한(주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곤란한) 문제를 일으키자, 토끼를 키우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경고하는 시를 짓는다. 그야말로 유쾌하고 귀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부드럽게 바스락거리며 움직이는, 처음에는 슬픔에 잠겨있던 작은 토끼와 그 곁에 있는 고양이 올리버와 주인 틸리. 처음에는 조금 불안한 조합이기도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마시멜로의 행동이 너무 귀엽고 깜찍발랄해서 그 주변도 함께 마시멜로 색으로 물들어가는 느낌의 책이었다. 목탄으로 그려진 그림들도 이야기와 잘 어울려서 진짜 말랑말랑하고 폭신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따뜻해서 햇살냄새가 날 것 같은 이야기였다고 할 수 있다.

클레어터레이뉴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