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관해 명쾌하면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주는 책이다.
블로그를 시작한게 2010년 1월 1일..
눈이 많이 오고, 병원에서 울적하게 있던터에, 글쓰기를 한 번 해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고, 실행에 옮겼다.
지금도 그렇지만, 책을 읽고 괜찮다고 생각되는 내용을 옮겨적고, 중간중간에 내 생각이나 느낌을 쓰는 수준이다.
즉, 온전하게 글쓰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위안을 삼는 것은, 처음 글쓰기를 시작할 때 남의 글을 많이 읽고, 필사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한다.
학습법에 관한 에드가 데일의 삼각형에 단순히 읽기보다는 쓰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 것도 확인했다.)

글쓰기의 장점은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다.
나에게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
내 감정의 둑에 마치 댐을 건설하는 것과 같다. 
폭우로 홍수가 발생해도, 감정의 댐 수문을 조절하여 쓸데없는 감정을 흘려보낼 수 있다.
화를 낸다는 것, 불평불만을 한다는 것은 전혀 쓸모가 없다.
(화를 낸다는 것은 자신의 건강을 희생하면서, 동시에 상대나 상황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때만 필요하다.
그러니 분명한 때 적절한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이 필요하고, 그 외의 상황에는 화를 낼 필요는 없다.)

배상문님은 글쓰기의 본질은 글쓰기 자체에 있다고 한다.
이제 선택받은 소수만 작가라는 이름표를 달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이 가장 큰 요인이다.
이제 개나 소나 작가다.
(사실 등단제도라는 것은 일제시대에 그들이 만든 제도다. 특정 사람만 글을 쓰도록 허락하기 위해 만든)
중요한 것은 당신에게 메시지가 있고, 이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문장력이 있는가 하는 것 뿐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한 줄의 문장이 대리석에 새겨진 것처럼 무게감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짧고 분명하면서 명쾌한 말.. veni, vidi, vici.... )

글이 함량 미달인지 아닌지는 독자가 판단한다. 
남에게 읽히지 않는 글은 글이 아니다.
그렇다면 잘 써보고 싶지 않은가...

* 블로그를 운영하라.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다.
지성과 교양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읽는 사람마다 스키마(schema)가 다르기에, 같은 글을 두고 극과 극의 평가가 내려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은 잘쓴 글과 못 쓴 글은 대체로 구분이 된다는 것이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연습법은 간단하다. 
잘쓴 글의 특징은 따라해 보고, 못 쓴 글에 드러난 실수는 철저히 피하면 된다.
(벤자민 프랭클린도 잡지에 나온 기사를 기억했다 다시 작성하고, 원문과 비교해 보았다고 한다. 친구와 시 짓기 내기도 하고..)
이런 이견은 대게 취향이 달라서 발생하는데, 남의 취향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

글발만으로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것도 하루 이틀이다.
블로그를 오래 지속하려면 운영자와 방문자 사이의 지식과 정보의 격차가 있어야 한다.
권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영자가 방문자보다는 해당 주제에 관해 하나라도 더 많은 지식이 있어야 한다. 

편집에도 최대한 신경쓰자. 폰트, 줄 간격, 글자 크기, 좌우 여백, 글자 색과 바탕 색의 조화 등.. 세심하게 고려하자.
이때 선택의 기준은 가독성이다.
읽기 쉽도록 꾸며라.

그리고 꾸준히 지속하라.
최소 5년 정도는 내다보고 블로그를 운영해야 한다.
당신이 쓴 글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면 인지도는 서서히 높아질 것이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서서히 진행되는 일이야말로 믿음이 간다.
(기간의 권위, 오랜 시간 유지하면서 얻게 되는 신뢰를 말한다. 일회성이 아닌 꾸준히 지속되는 것에서 힘이 발생한다.)

* 우선은 한 사람만 생각하라.
매스 미디어 시대는 지나갔다. 
오늘날은 국민 가수나 국민 작가가 나오기 힘든 시대다.(그만큼 사람들의 취향이나 관심사가 다양해졌다는 것)
좋은 현상도 나쁜 현상도 아니다.
좋게 보면 좋은 거고, 나쁘게 보면 나쁜거다.
그러므로 이런 사회적 흐름에 가치 판단을 내리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분명한 것은 옛날식으로는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경청하는 학생은 없다.
들으나 마나한 얘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왜 교장 선생님은 하나같이 하품 나오는 소리만 할까..
학생들의 특성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 만족시킬 만한 주제는 한정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지극히 상투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글도 마찬가지.
독자층을 넓게 잡으면 글의 힘이 떨어지게 된다.
교장 선생님 말씀과 같은 글이 되고 만다.
모든 사람에게 참 좋아 라는 평판을 듣는 사람은 정말 좋은 사람일까??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람의 호의를 얻는다는 것은 나는 주관이 없는 사람이오 라는 말과 같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내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걸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런 껄끄러운 기분을 참아 내야 한다. 
안그러면 교장 선생님 훈화와 같은 글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글을 쓸 때 독자를 의식하라는 것은, 당신의 생각까지 바꿔가며 독자의 입맛에 맞추라는 말이 아니다.
그런 배려의 실체는 자신에 대한 지나친 방어 본능과 결벽증이다.
독자와는 무관한 소심증의 발로일 뿐..

1천만명을 설득하는 힘과 바로 앞에 앉아 있는 한 명을 설득하는 힘은 본질적으로 같다. -송강호-

누군가 한 사람을 떠올리며 글을 쓰자.
내 글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가 닿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말자.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라면 재미있게 읽지 않을까.. 
지금은 미니미디어(mini media) 시대다. 

* 하나가 열을 불러 들인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운영 마인드는 이랬다.
열 명의 새로운 손님이 왔는데, 그중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가게가 마음에 들어 다시 찾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오는 손님들 모두에게 신경을 써 가며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대신 다시 돌아온 그 한 명의 손님이야말로 정말 소중히 여길 것. 
이것이야말로 올바른 가게 주인의 마인드라고 강조한다.
(인생 전반에 고루 적용되는 법칙이라 그는 덧붙인다)
만인에게 사랑받기 원한다면 그 누구로부터도 진정으로 사랑받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선택과 집중. 
가수들이 콘서트를 할 때 흔히 쓰는 고전적 수법이다.
팬들의 소망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절충하여 나온 방식이 바로 한 사람을 대표자 격으로 무대 위로 불러올려 그를 위해 노래하는 것이다.
그러면 객색의 관객들은 무대 위에 올라간 대표자의 자리에 상상으로나마 자신을 앉혀 놓고 즐거워한다.
자신의 연인을 떠올리며 연주를 하면 그 절실한 감정이 청중에게 분명히 전달된다.

내가 뭘 해도 받아줄 것 같은 사람과 내가 뭘 해도 날 싫어할 것 같은 사람. 
이렇게 두 부류의 관객을 상정하고 영화를 만든다. -김태용. 가족의 탄생 감독-

심드렁한 수천  보다는 제대로 알아주는 열 명을 향한 글쓰기..
그 열명을 내 팬으로만들 수 있다면 수백 수천도 결국에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

연애편지를 적는 것이 바로 좋은 글을 쓰는 것이다.
타깃 독자가 분명하고, 목적이 분명. 
작가가 가진 역량을 총동원하게 만든다. 

* 나만의 언덕을 쌓아라.
언덕 씨름을 하면 이긴다.
즉, 자기가 유리한 지점에서 승부를 해야 싸움에서 이길 수 있다는 말.

호랑이와 악어가 싸우면 어느 쪽이 이길까..
답은 어디에서 싸우느냐에 따라 다르겠죠..
질문이 품고 있는 오류(범주의 오류 쯤으로 해 두자)를 지적함으로써 질문 자체가 난센스라는 점을 일깨우는 방법이다.

만약 호랑이 굴에 들어가게 되거들랑 그냥 죽었다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나 해 둬라.
만에 하나 당신이 거기서 살아 나온다 해도, 그건 당신이 정신을 차리고 있어서가 아니다.
호랑이가 배가 너무 불러서 당신을 잡아먹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신이 정신을 차리고 있든 없든 그런 것은 아무 상관도 없다.
호랑이 굴(언덕)에서 호랑이와 싸워 이길 수는 없다.
싸움에서 이기려면 반드시 언둑 씨름을 해야 한다.
뒤집어 말할 수도 있다.
싸움에서 지기 싫으면 남의 언덕 근처엔 얼씬도 하지 마라.

스포츠에서도 홈경기가 원정 경기보다 훨씬 유리하다.

언덕 씨름은 글쓰기에 중요한 전략이다.
일단 하나의 주제만 가지고 체계적인 글을 써 보려고 노력해라.
당장 급한 것은 먼저 언덕을 쌓는 일이다.
몇 년에 걸쳐(기간의 권위) 차곡차곡 쌓이면 블로그가 바로 당신의 언덕이 된다.
내가 원하는 높이만큼 언덕이 쌓였다고 판단되면, 그 때 가서 다른 주제에 관한 글도 쓸 것이다.

* 옷이 아니라 피부다.
나는 야구에 대한 책 한 권과 재즈에 대한 책 한 권을 썼다.
하지만 하나는 스포츠 언어로, 또 하나는 재즈 언어로 쓴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
나는 둘 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언어로, 내가 늘 구사하는 문제초 쓰려고 애썼다.
두 책의 주제는 크게 다르지만, 나는 독자들이 같은 사람의 목소리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 -윌리엄 진서, 글쓰기 생각하기-

작가로서 내가 팔 것은 나 자신이다.
책을 파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을 파는 것이다.
독자들이 당신이라는 인간 자체에 흥미를 느끼게끔 글을 써야 한다.
해당 주제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제에 대한 당신의 견해가 궁금해서 읽게 만들어야 한다.
야구에 대해 쓰든, 재즈에 대해 쓰든 상관없이, 단지 내가 썼다는 이유만으로 읽기를 원하는 독자를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야구에 관한 내 글은 읽지만, 재즈에 관한 내 글은 읽지 않는 독자는 내 팬이 아니라 야구 팬이다.

독자가 당신임을 알아볼 수 있는 문체를 개발하자.
꾸밈없이 정직하게 쓰면, 그게 곧 당신의 문체다.
누구나 자기만의 말투가 있듯이, 글투도 있다.
글을 쓴다기보다 말을 한다는 기분으로 글을 써라.

말투는 항상 일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 사람 참 가식적이야’라는 반응이 돌아오기 십상이다.

문체는 옷이 아니라 피부다. 
피부는 옷처럼 갈아입을 수 없다.
문체를 바꾸고 싶으면 인간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습작기에 기성 작가들의 글을 부지런히 읽고 필사를 해 보는 것도 중요한 공부다. 
그렇지만 결국 돌아와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
나의 본성에 맞지 않으면 아무리 탐나는 문체라도 가져다 쓸 수 없다.

작가는 단순히 글만 팔아서는 안 된다.
이른바 퍼스널 브랜드도 함께 팔아야 한다.
그래야 고정 독자가 생긴다.
고정 독자를 가진 작가만이 진짜 작가다.
내 글이 좋아서 나도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내 글도 좋은 독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내 인품과 개성을 글러써 십분 드러내야 한다.
당신에게 어울리는 문체를 개발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라.
당신의 말투가 곧 당신의 문체다. 
말하는 것처럼 글을 써라.
말할 때 쓰지 않는 표현은 글에서도 쓰지 마라.
그것만 지켜도 당신만의 문체가 만들어질 것이다.
당신은 이미 당신만의 문체를 가지고 있다.

* 편견도 매력이 될 수 있다.
매력적인 편견이란 게 있다면, 그건 반드시 소수자의 편견이어야 한다.
다수자의 편견은 그 어떤 경우에도 매력적인 것이 될 수 없다.
또한 편견은 제거가 아닌 관리의 대상이다.
제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 게 자신은 편견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독선을 예방하는 데도 필수적이다.
(감정도 관리의 대상이다. 나쁜 감정이란 없다. 다 유용하다. 우울, 불쾌도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발생하는 감정이다. -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편견 없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자신이 편견 덩어리임을 자각하는 사람은 드물다.
매사에 정보와 경험의 부족을 깨달으면서 내 생각이 혹시 나만의 편견은 아닐까 의심하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보와 경험의 테두리 안에서 편견을 상식처럼 여기며 살아간다.

글을 쓸 때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단어들이 있다.
객관적이라는 단어도 그 중 하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등과 같이 내 생각을 말하면서 ’객관적’이라는 단어를 붙여서는 안 된다.
객관적인 생각이라는 말은 형용 모순이다.
생각이라는 단어에는 이미 주관적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반박할 때 ’객관적으로 봤을 때 그건 말이 안 되죠’ 같은 식으로 대응하지 마라.
통계 자료나 그래프를 제시하며 말해도 마찬가지다.
그런 데이터들도 어쩔 수 없이 작성자의 강한 주관이 들어가 있게 마련이다.

객관적이라는 미명 하에 저자의 관점이 투영되지 않은 책은 오히려 생기 없는 지식을 전달할 뿐이다. 
저자 고유의 관점이 투영된 책은 독자가 그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에도 중요한 지적 실마리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박민영 이즘-

객관적이라는 게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지만, 이제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 자체가 옛날식이다.
단순이 정보를 얻을 목적이라면 굳이 당시의 글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면 된다.

예전에 작가가 그저 정보만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걸 묶어서 책을 낼 수 있었다.
’상식 밖의 상식’, ’세계사 상식 백과’, ’너 그거 아니’ 등과 같은 책이다.
그러나 요즘엔 팔리지 않는다. 팔릴 까닭이 없다.
인터넷 시대에는 정보 접근성에서 작가와 독자의 격차가 거의 없다.
작가가 정보를 독점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따라서 독자에게 당신의 글을 읽게 하려면 정보 제공만으로는 안 된다.
그에 대한 당신의 주관적인 생각도 함께 드러내야 한다.
편견을 제거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면 그것을 관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된다.
당신의 편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라.
기계적인 중립을 지키려고 노력하지 마라.
편견이 드러나는 일 자체를 걱정할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나의 편견이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편견으로 받아들여질까를 고민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구설에 올라 필화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와 같다.
그러나 작가가 쓰면서 스릴을 못 느끼는 글이라면 독자도 읽으면서 재미를 못 느낀다.

머리속에서 ’객관적’이라는 단어는 지워 버려라.
독자는 당신의 편견이 듬뿍 담긴 주관적인 글을 원한다.

* 이것만 읽지 말고 저것도 읽어라.
한 권 정도라면 남의 글을 읽지 않아도 쓸 수 있다.
하지만 장사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반드시 많은 글을 폭식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물론 다양한 분야, 상반된 책도 포함해서)

취향의 확산. 
싫어하는 것 속에도 좋아하는 것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것저것 다 느껴봐야 한다. -변영주, 공지영 외-

매일 먹던 것만 먹고, 입던 옷만 입고, 만나던 사람만 만나고, 다니던 길로만 다니는 사람이 있다.
그래서는 안 된다.(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누구나 변화는 두렵다.)
인생에 헛짓이 필요하듯, 독서에도 헛짓이 필요하다.

* 범의 굴에 들어가야 범을 잡는다.
논문 심사할 때 ’주관적 독창성’에 빠진 논문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를테면 ’경제학의 지금까지의 이론은 모두 잘못된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기본 대원칙을 발견했다.’ 라는 식의 논문.
하지만 그런 논문은 대게 그 분야에 대해서는 옛날 부터 전문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본인만이 전혀 모르고 있는 글일 뿐이다.
모든 학문의 발전은 그 분야의 수많은 학자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십시일반으로 보탠 연구 결과가 차곡차곡 쌓여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어느 한 분야를 공부하려면 기본적으로 그 분야의 역사를 훓어보는 게 순서다.

소설은 자기만의 생각을 풀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아니다. 그걸 아우르는 공통된 기반이 분명히 있다.
소설을 쓰려는 사람은 소설만의 특성을 충분히 파악해야 제대로 된 소설을 쓸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다양한 소설을 자기 눈으로 읽어보지 않고는 배울 수 없다.
수영을 배우기 위해서는 물속으로 들어가듯이, 소설을 쓰려면 소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오랫동안 눈으로 허우적거리며 헤엄을 쳐 봐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

독창성을 운운하려면 적어도 남들이 지금까지 그 분야에서 어떠한 성과를 이루어 왔는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독창성이 주관적 독창성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정도의 다독은 반드시 필요하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나호낮 스스로 했던 생각을 이미 누군가 엇비슷하게나마 했다는 것을 알 게 된다.
결국 나는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게으름을 나의 독창성으로 착각한 셈이다. -강준만, 글쓰기의 즐거움-

어느 분야든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어렵게 느껴지는 법이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 언젠가는 자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는 어떤 지점에 이르게 된다.

2. 글쓰기를 위한 몸 만들기
*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지망생은 세월이 오는지 가는지도 모른 채 피아노를 붙들고 앉아서 지문이 닳도록 건반을 두드려야만 직업적인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다.
피아노 실력을 늘리는 다른 방법은 없다.
(시오노 나나미도 일상의 수고로운 일을 꾸준히 해야 한다고 한다.)

꾸준히 걸작을 쏟아 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나 고통없이 ’혼자 붙박이처럼 앉아’있을 수 있게 된 이후의 일이다.
글은 엉덩이로 쓰는 것이다.
(사실 글만 엉덩이로 쓰는 것은 아니다.)

* 명절 때도 나는 일해
벼는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한다.
해뜨기 전에 일어나 아침 밥 먹기 전에 논 한번 둘러보고 들어온다.
일 없어도 삽을  메고 들로 나간다.
들에서 무언의 대화를 나누다가 어두워지면 집으로 들어와 쉰다.

글을 잘 쓰기 위한 최고의 훈련법은 ’매일 규칙적으로 책상 앞에 한 시간 이상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있어라’ 
이걸 체득하지 못하면 나머지 이러쿵저러쿵하는 조언들은 그저 귀 간지러운 말장난일 뿐이다.
머미로 알고 있는 것과 몸으로 실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얘기다.

명절에도 글을 써야 한다. 성공한 작가들은 다들 그렇게 한다.
자기 입으로 말하기 멋쩍어서 겉으로 드러내지 않을 뿐이다.
젋은 사람들 분발해야 돼 -김영진, 평론가 매혈기-

비결은 단 하나다. 
매일 규칙적으로 작업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 책상 앞에 앉는 것이다.
"작가란 오늘 아침에 글을 쓴 사람이다." -로버타 진 브라이언-

*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
일을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건강을 돌보아야 한다.
레닌이 유배지에서 하루에 팔굽혀펴기를 2백 회씩 했던 것처럼..
그러기 위해서는 기계처럼 살아야 한다. 규칙적으로 기계적으로 글을 써야 한다.
어설프게 몸과 마음을 다 동원해 글을 쓰다가는 내 몸은 곧 망가질 것이ㅏㄷ.
그리고 규칙적으로, 기계적으로 글을 쓰는 경지에 다다를 때야 참된 소리가 나온다.
 -이효인 영화여 침을 뱉어라-

단순히 머리로만 읽고 넘길 것이 아니라, 반드시 몸에 습관으로 붙여야 한다.
글이라는 건 규칙적으로 기계적으로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날마다 책상 앞에 앉아야 한다.
마음이 내켰을 때 집필한다는 따위의 작가는 성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공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추리소설협회, 고정기 옮김, 추리소설 쓰는 법-

어떤 방해가 있든 유혹이 있든 상관없이, 매일 글쓰기를 일과로 삼고 그 시간을 지키면 많은 글을 써낼 수 있게 된다.
규칙적인 노력, 시간의 누적이 주는 힘을 믿고 실천하라.

* 읽고, 베끼고, 쓰고
80세가 된 바이올리니스트, 당대 최고의 대가였다.
하지만 나이 80살에도 매일 연습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어느 기자가 그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왜 그 나이에도 매일 힘들게 연습을 하십니까?
’당신도 해봐. 나이 80이 되어도 연습하면 할수록 늘어.’ -이주노, 나는 영원한 춤꾼이고 싶다-

기자의 우문에 대한 대가의 현답이다.
그의 머릿속엔 연습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이라는 전제가 콱 박혀있다. 
연습이라는 것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꾹 참고 겪어 내야할 일시적인 과정쯤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가의 입에서는 힘들게 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연습하면 할수록 늘어 라고 대답할 뿐이다.

팔순 나이에도 연습 자체를 즐길 줄 아는 태도가 그를 대가로 만들었을 것이다.
대가들의 공통점은 연습 과정 자체를 즐길줄 안다는 것이다.
한 어린이거 어떤 분야에서 수준급 실력자로 성장할 싹수가 있는지 없는지는 연습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다.
혼자 연습할 줄 모르는 아이는 피아니스트가 될 재목이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세상을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과장해서 말하면 하루 세끼 굶지 않기 위해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전부 피할 수 있는 일들이다.
==>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 가 더 소중한 지침으로 다가온다.
만약 독서나 필사와 같은 습작 과정이 전혀 즐겁지 않다면 작가가 되려는 생각은 아예 접는 게 좋다.
즐길 수 없으면 피하라는 말이다.

남들 눈에는 잘 안 보일지 몰라도 본인은 스스로 느낀다.
연습하면 할수록 실력이 는다는 것을.
읽는다. => 베낀다 => 쓴다라는 단순한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필력이 늘어난다.
그맛에 습작하는 것이다.

난 자네에게 내가 알고 있는 걸 15분 만에 가르쳐 줄 수가 있네. 그러면 자네가 해야 할 건 집에 돌아가서 15년 동안 연습하는 거야.. 
-데릭 젠슨, 네 멋대로 써라. 김정훈 옮김- 

* 질보다는 양이 먼저다.
무조건 한 달에 노트 한 권을 채워라.
그만큼 공감하는 바가 컸고, 스스로 실천해 보려고 무던히도 애썼다.
일단 습관을 들이기만 하면 이보다 더 나은 글쓰기 연습은 없다.
그저 생각에 떠오르는 문장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하면 된다.
매일 20분씩 이 훈련을 빼먹지 않고 하는 사람은 정말 의지의 한국인이다.
이렇게 일년 정도 묵묵히 실행해보자.
목표를 달성하면 손에 빨간 펜 하나를 쥐고 열두 권의 노트를 처음부터 다시 읽는 것이다.
민망할 것이다.
그래도 꾹 참고 찬찬히 읽어보자.
마구 생각없이 쏟아 낸 글이지만, 완전히 쓰레기만은 아닐 것이다.
조금만 다듬으면 한 편의 시나 에세이로 발전할 것 같은 부분도 눈에 띈다.

수다의 매력..
딱히 할 말이 있어서 떠드는 게 아니라 떠들다 보면 할 말이 생긴다.
쓰기 전에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는데, 쓰다 보면 괜찮은 생각들이 흘러나올 것이다.
글의 질과는 상관없이 양적으로 많이 써보는 일이 반드시 앞서야 한다.
그래야 좋은 아이디어를 건질 확률이 높아진다.(수다를 떨다보면 할 말이 생긴다)

나도 몰라. 네가 1만 신 정도 쓰고 나면 너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거야..
한 삼천 롤쯤 찍어보면 자네 스스로 알게 될 걸세.. 36방 짜리로.. -심산, 한국형 시나리오 쓰기-

초심자들은 입 다물고 양을 불리는 데에나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그 정도도 써 보지 않고 글쓰기에 대해 논한다는 건 얼마나 민망한 일인가..

머리! 한 번을 정확히 때리기 위해 몇 번의 죽도를 휘두르는가..
하루에 500번 씩 매일 휘두른다. 열흘이면 5000번. 1년이면 182500번이다.
그런 연습을 수년 동안 해야 정확한 한 번의 머리가 나온다.
일주일에 원고지 30장도 쓰지 않으면서 어떻게 책이 나오길 바라는가...

* 쌀통에 쌀부터 채워라.
일단 써라.
머리가 아닌 몸이 변하기를 바라며 글을 쓰라.
생각은 글을 쓰면서 하라.
머릿속에 떠오르는 문장을 더하고 빼는 일 없이 재빠르게 글자로 바꾸어라.
이렇게 생각을 글로 바꿔 놓으면, 그 글이 다시 나의 시야로 들어와 뇌를 자극해서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일단 쌀부터 들여놓고 나면 그 후에 자질구레한 고민은 그저 행복한 고민일 따름이다.
쌀 속에 돌도 들어 있고, 쌀벌레도 들어 있을 수 있지만, 그게 무슨 대수인가.
돌은 골라내고 벌레는 잡으면 된다. 
돌 없고 벌레 없는 쌀을 구해야 한다고 백날 걱정만 하고 있어 보라.
진밥보다 된밥을 먹고 싶다고 천날 희망만 늘어놓고 있어 보라.
당신은 이런 소리만 듣게 될 것이다.
’그런다고 쌀이 나오냐 밥이 나오냐.."

* 손가락으로 사유하라.
글은 생각 없이 써야 한다.
--> 머리를 굴리느라 휘어져버리기 전에 솟구쳐오르는 언어들을 다침 없이 드러내주는 글쓰기. 

글쓰기의 가장 고전적인 명제는 다독, 다작, 다상량인데, 생각없이 쓰라니...

생각과 글은 다르다. 생각은 잠재성의 영역에 속하는 반면 글쓰기는 실현이기 때문에 현실성 영역으로 옮겨간다.
글 자체에 논리가 있어서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기도 한다. 
쓰다보면 안다고 믿었던 걸 모르는 경우가 있고, 몰랐다고 생각했던 걸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사유한다고 말한다. -김혜리, 그녀에게 말하다-

생각과 글은 다르다.
다상량이 글을 잘 쓰게 해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빨리 깨달아야 한다.

가슴에서 꺼내라는 광고 카피처럼 가슴에 손을 넣어 그냥 꺼내라.
펄떡펄떡 살아 있을 때 잽싸게 꺼내라. 
생각을 많이 할수록 글은 생기가 떨어진다.
우리의 사고 속엔 수많은 고정관념이 빼곡히 들어차 있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은 바꿔 말하면 남들이 내게 주입해 놓은 생각이다.
내 머릿속이 온전히 내 것이라 생각하면 착각이다.
글쓰기의 진정한 즐거움은 발견에 있다.
써 보기 전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남들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니 차라리 우연에 작품을 맡겨 버리는 초현실주의 예술가가 탄생하기도 했다.

* 재능 보다는 땀이 소중하다.
글이 생각을 명료하게 만들어가는 경지를 투닥하라.
요컨대 문장력을 높이라는 소리다.

개인 지도를 받을 상황이 안 되는 사람은 다른 작가들이 쓴 좋은 문장을 머리속에 본보기로 많이 저장해 두는 방법을 쓰는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 보자면 자꾸 써 보면 알아 진다는 말은 대체로 옳다.

기술은 시간과 공을 들여 익혀야만 비로소 내 것이 된다.
천재라고 평가받는 모차르트에게도 그 뒤에는 엄청난 노력이 숨어 있었다.
그가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다른 작곡가들의 곡을 모방하는 것이었다.
세상 어디에도 타고난 재능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는 분야는 없다.
문장력의 향상은 흘린 땀의 양에 비례한다.(어느 분야나 마찬가지..)

여보게.. 그렇게 구석진 곳에 잘 보이지도 않는 걸 그려 넣으려 그 고생을 한단 말인가.. 그렇게 열심히 그려봤자 도대체 누가 알겠나?
미켈란 젤로가 대답했다.
"내가 알지" -안상헌. 내 삶을 만들어준 명언노트- 

* 보는 것만 고수가 되지 마라
예민한데 게으른 족속들한테 일어나는 현상이다.
실재는 없고 보는 감각만 일류인 친구들이 있다면, 그래서 괴롭다면 조금만, 조금만 더 움직여보라고 말하고 싶다. -김지운, 김지운의 숏컷-

보는 것만 고수인 사람들은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보통의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나면 재미있었다 거나 재미없었다고 평가를 내리는 게 고작이지만, 그들은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다, 후반부의 편집이 늘어지더라, 음악이 화면과 잘 붙지 않는다와 같은 구체적인 표현을 써 가며 평가를 내린다.

글쓰기에도 마찬가지인 사람이 있다.
그러나 원색적인 비난은 스스로 자제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글을 써보니(아무리 허섭스레기 처럼 보여도)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는 것은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책에 미친 바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생활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고 실천해라.

3. 글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 베끼기 부터 시작하라. 
학습을 한 마디로 군더더기 없이 정의하면 ’남의 것 베끼기’다.
개성이니 주관이니 창의성이니 하는 것에 대한 생각은 일단 머릿속에서 지워야 한다.

개성이라 해서 자신의 내부 어딘가에서 샘물 솟듯이 저절로 솟아나는 게 아니다.
인생을 살아오는 동안 보고, 듣고, 읽었던 경험들이 몸속으로 들어와 비벼져서 현재의 당신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정말 개성 있는 인간이 되고 싶으면 많은 외부적 경험을 내 안에 축적해야만 한다.
남의 것 베끼기를 고역으로 여기는 사람은 그 분야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심지어 문장의 줄 간격까지 베껴 볼 정도의 탐구심과 호기심을 가진 사람만이 성공할 수 있다.

모차르트, 피카소, 세익스피어.. 이들 창조의 화신들이 선배들의 작품을 연구하기 위해 투자한 노력과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이들의 전기를 읽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회사도 타사의 차를 분해, 조립하기를 반복한다고 한다. 그들의 핵심 기술을 살 수 없으니, 베끼기 즉, 훔치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베끼기 없이도 천재로 추앙받는 부류는 요절한 예술가들 뿐이다.
한두 작품 정도는 그야말로 내 안에 잠재된 것만을 끌어내어 걸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들이 일찍 죽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창조성을 발휘했을까..
만약 그들이 노력하는 천재라면 그럴 가능성이 크다.

천재들도 기를 쓰며 하는 베끼를 당신 같은 범재나 나 같은 둔재가 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과정을 창의성 발현의 가장 큰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초보자가 대단한 걸 만들어보겠다고 덤벼봤자 땀만 빼고 시간만 낭비하니 잘된 것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해보는 일을 되풀이해야 기본을 익힐 수 있다.
철학 공부도 마찬가지. 철학 공부에서 베끼는 것은 철학사를 여러 차례 읽는 것이다.
열심히 되풀이해서 읽는 것.

베끼기 없이 ’내 철학’ 해봤자 남는 건 처치할 길 없는 거만과 아무런 맥락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현란한 단어들 뿐이다.
남들이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 건 자신의 철학이 그만큼 심오하기 때문이라는 도취에 빠지며 급기야는 도사가 된다.
이런 도사들은 기본적으로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접하는 모든 문제를 자신이 읽은 몇 안 되는 책 속에 나온 말로만 설명할 뿐이며, 세상의 모든 문제를 자기가 좋아하는 학자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려 한다.
이런 도사는 철학 공부하는 사람 중에만 있는 건 아니다. -강유원. 몸으로 하는 공부-

독자가 당신을 도사로 규정해 버리면 그야말로 게임 끝이다.
(타짜도 마귀로 소문나면 게임 끝이다.)
당신이 아무리 멋지고 그럴듯한 글을 써낸다고 한들 독자의 마음을 조금도 움직일 수 없다.
당신은 처치할 길 없는 거만과 아무런 맥락 없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현란한 단어들로 글을 채울 생각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베끼기를 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된다.
기억하라.
필사 천국, 도사 지옥...

* 아는 만큼 정직하게 써라.
화장실 낙서는 재미있다.
정직하기 때문이다. 
익명으로 그린 그림이기에 자기의 내면과 성적욕구에 솔직하다.
그림이 세련됐는가 아닌가는 나중 문제다.
글도 마찬가지다.

작가가 중학교 1학년이라면 그에 맞는 자신의 이야기를 정직하게 쓰고 그림을 그리면 최소 또래들은 재미있게 본다.
그림 좀 그린답시고 여기저기서 인용해 고등학생처럼 꾸미면 정작 고등학생들은 절대 보지 않는다.
중학생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못보고, 고등학생은 같잖아서 안보는 식이다. -이현세. 신화가 된 만화가 이현세-

자신의 깜냥으로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말이나 행동을 한다면 그것 역시 정작히지 못하다.
’고객에게 정직해지는 법은 간단하다. 그것은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는 것이다.’ -안철수, 영혼이 있는 승부-

글을 쓰면서 자기 검열을 해 나가다 보면 결국 떳떳하게 쓸 수 있는 소재는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실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철저히 입을 다무는 것이다.
그렇다고 당신을 비난할 사람은 없다.
스스로 자격을 갖추려 노력하라.
그리고 나서 글을 써라.

사람과 동물의 다른점은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이다.
내 말과 행동에 괴리가 있으면 남들이 지적하기 전에 스스로 창피함을 느껴야 한다.
그런 기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람은 작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
타이프라이터 앞에 앉은 원숭이는 그저 신기한 구경거리일 뿐이다.

정직에 대한 강박, 자기 검열에 대한 집착, 언행일치에 대한 엄격함 등을 갖출 자신이 없으면 다른 직업을 알아보는 게 좋다.
독자에게 정직해지는 법은 간단하다.
그것은 지킬 수 있는 말만 하는 것이다.

* 경험이 없으면 쓰지 마라.
경험담이 없으면 다 말장난이라는 겁니다. -샘 혼, 이상원 옮김, 엘리베이터 스위치-

경험만큼 글쓰기에 중요한 자산은 없다.
제아무리 치밀한 논리와 현란한 수사를 동원해서 쓴 글도 작가의 소소한 체험담이 가진 감화력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본질을 보자.
세계 각국을 여행한다. 조그만 차이도 신기하다.
여행 초기의 흥분이기도 한데, 점점 나라 수가 늘어나면 어느 순간부터는 같은 게 보인다.
나라 수가 20개가 넘어가고, 30개가 넘어가면 같은 게 보이기 시작.
무슨 예긴가 하면 ’버스 탈 때 돈 낸다’ 이건 다 똑같아.
어딜 가나..
그러니까 현상이 아니라 본질을 보게 되는 거죠.
사람 사는 곳이라면 으레 통하기 마련인 본질이 있어요. -지승호, 열정 바이러스-
--> 요지는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더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별말 아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그의 말은 평범한 내용이 평범하게 들리지 않는 걸까..
그건 그가 직접 배낭을 메고 40~50개국 여행을 다녀 본 후 내린 결론이기 떄문이다.
==> 경험이 가지는 권위는 그만큼 막강하다.

경험은 결코 스케일이 중요한 게 아니다.
글을 쓰기 위한 경험이 마치 지금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 마라.
당신의 직장, 당신의 학교, 당신의 집에서 당신은 이미 충분히 많은 경험을 하고 있다.
==> 어떤 경험을 하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이다.
바로 여기서 글을 잘 쓰는 사람과 못 싸는 사람이 갈린다.

* 학의 다리가 길면 잘라라.
최대한 간결하게 표현하라.
단어만으로 충분하다면 굳이 문장을 쓰지 말고, 세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네 단어로 늘여 쓰지 마라. 
사람의 다리 길이가 어느 정도면 적당하냐는 질문에 링컨은 ’땅에 닿을 만큼’아라고 대답했다. -프랭크 런츠, 채은진/이화신 옮김 먹히는 말-

문장을 간결하게 쓰라는 것은 글쓰기의 상식이다.
문장이 늘어지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 들면 거기서 끊어라.
쉼표는 문장 운용에 노련한 타짜들의 전유물이다.
초짜인 당신은 쉼표라는 문장 부호를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

독자를 탓할 필요가 없다. 
100% 당신이 글을 잘못 썼기 때문이다.
오해를 살 만하니까 사는 것이다.

비문을 피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단문으로 쓰는 것이다.
독자 중심주의의 관점에서 봐도 글은 단문으로 써야 한다.
독자의 가독성이 높아져 읽기 편하다.
무언가 변명거리가 많을 떄 문장은 기술을 요하게 되고, 그것은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는 복문으로 된다고... -강은교, 사랑법-그 담쟁이가 말했다.-

* 절반은 전체보다 낫다.
좋은 문장이라도 문맥상 거슬린다면 과감히 잘라내는 편이 훨씬 낫다.
양심적은 태도로 글을 써야 한다.
문장 가지고 장난쳐서 독자를 힘들게 하지 마라.
쉽게 쓸 수 있는 글을 어렵게 쓰지 말고, 짧게 쓸 수 있는 글을 길게 쓰지 마라.

글의 길고 짧음을 작가 스스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 판단은 독자가 한다. 독자가 지루함을 느꼈다면 A4 한 장이라도 긴 글이다.
이런 경우 대부분 틀린 쪽은 당신이다.
그들이 옳다. 그들은 언제나 옳다.
속은 무척 쓰리겠지만, 그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류승완 감독의 아라한 장풍 대작전.. 
동료 감독들이 후반부 액션 장면이 길다고 했다.
감독은 고집을 피워 후반부를 줄이지 않고 개봉했다.
결과는.. 흥행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시사회를 본 감독들의 반응은 ’마지막 대결 신이 너무 길어요..’ 사실은 지루하다는 뜻이다.
아무리 길어도 지루하지 않으면 길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초반 전투 장면이 길다고 불평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 자신이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분야에 대해 누군가의 조언을 받아들인다는 게 그만큼 힘든 일이다.

메시지 전달력과 문장 길이는 반비례 한다.
한 단어면 충분할 것을 한 문장으로 늘이지 마라. 

* 형식에 복종하라.
형식상에 제한을 두는 것은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결코 우스꽝스러운 짓이 아니다.
오히려 형식적으로 바짝 제한을 두면 그것을 돌파해 나가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글이 나오는 것이다.

부족하니 그걸 극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발상을 전환하는 순간 독특한 미학이 탄생한다.
(낮 술.. 저 예산으로 촬영하니 낮에 촬영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발상을 전환했다. 그래서 성공했다.)

글도 마찬가지다.
형식상에 제한을 두고 쓴 그이 자유롭게 쓴 글보다 독자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광고 카피..
무조건 한 줄 안에 밀어 넣어야 한다.
한 마디거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노련한 필자일수록 글의 형식적인 측면을 중요시한다.

작가는 한 단락의 분량을 일정하게 채워야만 다음 단락으로 넘어간다. 
이런 강박 증세를 이해하제 못하면 당신은 글쓰기 초짜다.
글의 형식미에 대한 감이 아직 없는 것이다.
단락마다 일정한 분량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독자에게 정돈되고 안정감 있는 느낌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 원고를 나누면 원고가 나온다.
800매 분량을 채울 수 있을 만큼 잘 아는 분야(언덕)가 있어야 한다.
무엇을 경험하냐느보다 그 경험을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처음부터 800매를 쳐다보며 덤비지 마라.
그저 오늘 써야 할 2매만 생각하라.
그렇게 써 나가다 보면 어느새 100매, 200매, 400매가 되어 있을테니.. 

* 오늘 쓸 양만 생각하라.
당신은 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춰주는 데까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식으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앤 리모트, 송정희 옮김, 글쓰기 잘쓰기-

소설을 쓰는 것은 밤에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과 같다.
당신은 차의 헤드라이트가 비춰 주는 데까지만 볼 수 있을 뿐이다.
그런 식으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너무 멀리 보지 마라.
다만 오늘 할 일인 몇 단락 쓰기에 집중해라.

초조하게 생각하지 마라.
앞으로 써야 할 원고에 대해서는 앞질러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오늘 해야 할 작은 조각에만 집중한다.

당신이 하루에 먹을 수 있는 조각의 크기를 알아내는 것이다.
그 크기는 당신이 직접 정해야 한다.
소설을 집필할 때 심리 상태 조절에 대해 말한다면 그날 써 나갈 노동력이 커버할 수 있는 부분보다 먼 곳을 보아서는 안 된다.
오히려 다가올 일은 생각하지 말고, 하루 동안 써 나갈 수 있는 글에 대해서만 집중하는 것이 나의 직업상 비결이다.

* 인용도 실력이다.
처음부터 자신이 모든 걸 다 만들어내겠다니.. 그 얼마나 무모한 욕심인가..
윤리적이고 겸허한 편집자의 자세를 갖게 되면 당연히 많이 읽고 생각해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된다. -강준만, 글쓰기의 즐거움-

초짜인 당신에게 우선 창작자가 아니라 편집자가 되길 권한다.
아직은 창작을 운운할 단계는 아니다.
이미 있는 자료를 가지고 편집하는 법부터 익혀야 한다.

나무에 관한 인문학자 김우창의 말을 보자.
자기는 가지를 자라는 게 마음 아프대요. 그런데 자리고 나서 바람이 잘 통하면 나무가 좋아하는 것을 자기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나무가 무작정 가지가 퍼지다보면 곤충이나 해충도 많이 끼고, 또 썩은 가지가 생기면 박테리아가 들어가고, 이런 걸 나무가 통제 못하는데, 그것을 사람이 해주면 나무가 좋아하는 걸 자기가 느낄 수 있다는 겁니다. -김우창, 문광훈, 새 개의 동그라미-
--> 글쓰기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책이다.
그런데 내 머리속에 있는 글쓰기라는 키워드가 이 부분을 빨리 메모하라고 지시했다. 
사실 이 대목은 맥락상 글쓰기와 아무 관련없는 이야기다.
그런데 글쓰기라는 키워드를 갖고 있는 내겐 예사로 들리지 않았다.
나무의 자리에 문장을 갖다 놓아 보라. 어떤가..
간결한 문장 쓰기에 관한 그럴듯한 비유 아닌가..
==> 글쓰기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그냥 읽고 지나쳤을 것이다.
이렇게 발견한 부분이야 말로 인용문으로서의 가치가 크다.
(적어도 마른 행주를 쥐어짜는 기분은 아닐 것이다.)

* 정답은 하나 뿐이다.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는 어휘를 이해어휘라 하고, 몸에 체득이 되어 이를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어휘를 활용어휘라 한다. -신규철, 한국인을 위한 자동화 영어 학습법-

이해 어휘의 양만 늘려서는 안 된다. 
활용 어휘의 양이 늘어나지 않으면 필력도 늘지 않는다.
남이 써 놓은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어휘력과 내 글을 쓰는데 필요한 어휘력에는 그만큼 차이가 많다.
--> 활용 어휘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춰서 책을 읽어야 한다.
목표만 확고하면 방법론에 대해서는 금방 답이 나온다.

다른 작가들이 쓴 글을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소설이나 주간지 칼럼 하나를 읽어도 단어 한 개 문장 한 줄 곱씹으면서 읽어라.
당신은 글에서 실제로 써먹을 수 있는 활용 어휘를 골라내는 중이다.
가능하면 매일 30분쯤 투자해서 나만의 어휘사전을 만들어라.

활용어휘가 점점 늘어날수록 단어를 선택할 때 절제력을 더 갖추게 된다.

4.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
* 사소한 실수는 사소하지 않다.
톨스토이인가 도스토예프스키인가.. 누가 더 위대한지를 따지는 것은 마치 도토리 키를 재는 것과 같아서 한낱 부질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 도토리 키를 재는 것이라는 적절치 못한 비유를 씀으로 두 작가에게 큰 결례를 저지르고 말았다.
존경의 뜻을 나타내려다 되레 대상을 깍아내리고 만 것이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면 작가에 대해 다소 삐딱한 시선을 가질 수밖에 없다.
--> 한번 생긴 선입견은 좀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 
그래서 사소한 실수는 사소하지 않다.

하얀 한복에 김칫국물 한 방울이 떨어지면 사람들은 김칫국물 한 방울이 더럽다 하지 않고, 한복이 지저분하다고 한다.
사람들은 한복을 보지 않고 얼룩만 보기가 쉽기 때문이다.
옷을 더럽히는 데 많은 김칫국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글의 수준이 높아질수록 완벽에 대한 독자의 기대치도 함께 높아지게 된다.
독자는 같은 실수를 해도 B급 작가에겐 비교적 너그러운 반면 A급 작가에겐 적잖은 실망을 느끼게 된다.
이런 기대치의 차등은 사회의 어느 분야에서나 있는 일이다.
사소한 실수를 결코 사소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

사람들은 커다란 바위에 걸려 넘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을 넘어뜨리는 건 오히려 작은 조약돌 같은 것이다.
작은 일일수록 더없이 중요한 일이다는 것이다. -안상헌, 내 삶을 만들어준 명언노트-
==> 인생을 살아가는 데도 마찬가지다.

* 언어에도 불량품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언어가 우리의 인식 속에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의 언어가 우리의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바른 생각을 해야 바른 말을 쓸 수 있지만, 그 바른 생각은 먼저 바른 말을 써야만 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피해를 당해야 비로소 언어 폭력에 대한 문제의식이 생긴다.
역지사지 해보라.(좋아하는 말이다.)
문제의식을 느끼고 마음이 불편해져야 한다.
민감한 언어 감수성은 작가로서 중요한 덕목이다.
얼큰이나 숏다라 또는 중국산 같은 불필요한 말은 되도록 쓰지 마라.
생산자로서 불량품인 언어를 만들어 내는 데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 선무당이 사람잡는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대부분 공산주의라 대답한다.
그러나 두 단어는 전혀 다른 범주에 속한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의사 결정 방식과 관계된 말이고, 공산주의는 경제 체제와 관계된 말이다.
범주가 다른 두 단어는 반대말이 될 수 없다.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말은 독재 또는 전체주의고 공산주의는 자본주의의 반대말이다.(엄밀히 말하면 복잡해진다..)

개념 있게 말하고 싶으면 자신이 쓰고 있는 용어의 개념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개인주의individualism는 말 그대로 개인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이기주의egoism는 나를 중시하는 입장이다.
전자는 개인은 여럿이므로 모든 개인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지만, 후자의 경우 나라는 자기는 하나뿐이므로, 결국 자기’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주의라는 단어는 옳고 그름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다.
판단하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좋은 의미도 될 수 있고, 나쁜 의미도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기주의라는 단어에는 누가 들어도 부정적인 느낌이 있다.
개념이 틀리면 교양마저도 의심받을 수 있는 치명적인 실수다.
어설프게 아는 것은 모르는 것이다.

* 적절한 말장난은 장난이 아니다.
미소를 짓게 만드는 글이면 충분하다.
넘치느니 모자라는 게 낫다.(인생의 모든 부분에서 마찬가지다.)

* 상식은 상식일 뿐이다.
작가가 써야 하는 것은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세상을 보는 다른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남들도 이미 다 느끼고 있는 부분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글을 읽고 신선함을 느낄 독자는 없다.
색다른 관점을 제시하지 않으면 독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극소수가 할 수 있는 생각을 가지고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도록 글로 풀어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
쉽지 않다.
그러니 사람들이 더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상식을 상식으로 받아들이지 마라.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마라.
(공자도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미워한다 해도 반드시 잘 살펴보아야 하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 해도 반드시 잘 살펴보아야 한다.)

* 열마디 보다는 한 마디 비유
비상금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거꾸로 나는 만 원짜리 몇 장을 갖고 있다고 말하면 십중팔구는 바보 취급을 받게 된다.
만 원짜리는 갖고 있지 않아도 창피를 당하지만, 그렇다고 뽐내듯이 보여준다 해도 창피를 면할 수 없는 것이다.
--> 상식도 이와 같아 갖고 있지 않아도 창피를 당하지만 뽐내듯이 보여줘도 창피를 당하는 것이다.

멋진 비유를 모아두고 되풀이해서 읽어라.
처음에는 대단해 보일지 몰라도 자꾸 읽다 보면 만만해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글을 쓸 때 자신만의 비유를 하나 둘씩 만들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숫자의 힘은 위대하다.
숫자는 온갖 잡다한 말을 압축시킬 수 있고, 하나의 숫자는 온갖 잡다한 말을 풀어놓게 할 수 있다.
숫자는 만국 공통이다. 구체성의 힘도 있다.

열 마디의 설명보다 하나의 숫자를 제시하는 것이 독자에게 더 강력한 설득력이 있다.

에디슨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가라는 설명을 보자.
’토머스 앨바 에디슨은 1868년부터 그가 사망하던 해인 1931년까지 63년간 통산 1093개, 연평균 17개의 발명품을 만들어 특허를 취득했다.’

* 제목이 얼굴이다.
책의 제목은 사람의 이름과 같다.
21세기 북스, 
Whale Done(고래가 해냈어.)의 국내 출간 제목을 YOU Excellent(당신은 정말 훌륭해)로 정했다.
혼신의 노력 끝에 떠오른 제목이 바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였고, 초대형 베스트 셀러로 성공했다.

똑같은 내용물을 두고 단순히 제목에 따라 독자의 관심도가 크게 달라진다.
오히려 그런 현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즐기자.

칭찬, 고래, 춤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력으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조합이 아니다.
제목을 만들기 위해 별별 고민을 하던 끝에 우연히 얻어걸린 제목이다.
하루를 투자해 책 제목100개를 만들어 보라. 
못할 것 같은가.. 
할 수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 퇴고,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 문장에 구토가 나오는 순간까지 고쳐보지 못한 글은 끝까지 후회가 되죠..
초고의 많은 부분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기껏해야 10% 미만이다.
그런데 그 10%를 꼼꼼히 퇴고하느냐 안 하느냐에 따라 글의 질이 확연히 달라진다.
글의 완성에 대한 기준이 다르기에, 타짜는 글을 쓰고 나서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
초짜의 눈에 완성품으로 보이는 원고를 타짜는 구토가 나오는 순간까지 매만진다.

퇴고의 방법론.. 상식적인 것은 처음부터 천천히 읽어 나가면서 껄끄러운 부분을 솎아 내거나 다듬는다.
그걸 되도록 많이 되풀이하면 된다.
이때 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좋다.
초고를 완성 한 뒤 적어도 하루는 묵혀 두라. 물론 이틀이면 더 좋고, 일주일이면 더더 좋고, 한 달이면 더더더 좋다.

* 
당신 눈에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도 실은 등 뒤에 고민이 한 짐이다.
그러니 현재 자신의 처지에 대해 투정 부리지 마라.
아무도 당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피붙이조차도 당신이 왜 그토록 지지리 궁상을 떠는지 알지 못한다.
그들은 결코 당신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그들을 원망할 수만도 없다.
그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되니까..
누군가가 이해해 주길 바라지 마라.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따르라.
옆에서 들려오는 이런저런 소리에 쉽게 흔들릴 것 같으면, 작가가 되려는 생각은 아예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는 게 좋겠다.
어떤 선택을 하든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선택이면 그걸로 된 것이다.

* 글쓰기 자체가 보상이다.
세상은 불공평 하다.
누구를 탓해야 하나..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세상이 그렇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다른 도리가 있는가..(타짜는 패를 탓하지 않는다.)
너무 자신감에 차 있는 것도 문제지만, 심한 자학감에 빠지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글은 즐거움을 위해 쓰는 것이다.
즐겁지 않으면 글쓰기가 아니다.
글쓰기 자체가 보상이다.

* 매혹은 전부다.
예술가가 갖추어야 할 조건의 전부다.(슈퍼스타 K2에 보면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집을 지을 때 구조와 재료에 골몰하여 튼튼하고 편리한 집을 지었다면 그 집은 백 년도 못 돼서 헐리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집이 아주 매혹적으로 지어졌다면 수백 년이 지나도 허물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있는 힘을 다해서 그 집을 보존하려고 난리를 피우고, 그리하여 대대손손 보호되어 감상된다.
그렇게 매혹은 힘인 것이다. -김점선. 바보들은 이렇게 묻는다.-

화가 김점선의 말이다.

사람들은 하나의 장점에 매혹되면 나머지 단점은 눈 감아 준다.
반대로 하나의 단점에 꽂히면 나머지 장점은 눈 감아버린다.
매력적인 작가가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작가 지망생은 어떤 글을 써야 하는지 얼추 답이 나온다.
기성 작가는 쓰기 힘든 개성강한 글을 쓰되, 미숙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문장력을 갈고 닦아야 한다.
우선 당장은 매혹적이고 개성적인 글을 쓰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개성이야말로 가난한 예술가의 무기다. -박찬욱, 박찬욱의 몽타주-
가난한 영화를 찍는 B급 감독은 기술적 완성미보다는 갈 데까지 가보는 극단성으로 승부를 내야 한다.
첫째도 개성, 둘째도 개성, 무엇보다 오직 개성이라는 그의 말을 가슴 깊이 새겨라. 
경험과 기술에서도 가난한 초보들..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그것을 오히려 장점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라.
머리는 좀 아플 것이다.
당연하다. 돈도 없고 배경도 없고, 실력도 없으니 기성작가들보다 열 배는 더 머리를 굴려야 마땅하다. 

***
멋진 표현이 얼굴에 바른 화장이라면, 잘못된 단어는 얼굴에 난 상처다.
아무리 화장을 하더라도 그 상처는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상처를 먼저 다르리고 화장을 하는 것이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