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특이하지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주변을 한번 돌아보라. 집에 가득 물건을 모아두고 버릴 생각은 하지 않는 사람, 분명 사람이 사는 집이건만 물건이 점령하고 있다던지... 굉장히 이상하다 여길 수 있지만 어딜가나 꼭 있는 사람들이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심리를 “저장강박”이라는 용어로 정의내린다. 사실 인간이라면, 아니 만물은 소유욕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저장강박은 소유욕이 극에 달한 이들을 가리키는 것이라 보인다.
저자는 저장강박을 가진 인물들을 예로 들면서 이해하기 쉽게 “저장강박”이란 용어를 풀어내고 있다.
서장에서 저자는 1940년대 미국의 콜리어 형제 이야기로 서두를 땐다. 콜리어 형제는 명망있는 집안의 후손으로 부유했지만 “저장강박”으로 인해 삶이 황폐해져 결국 죽음을 맞이하는 안타까운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불행하게 생각지 않고 행복함을 느낀다. 답답한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자신들의 삶을 황폐하게 하면서까지 모은 수집품들은 무려 170톤에 달했고(사실 일반인들이 보기엔 그저 쓰레기였다.) 콜리어 형제가 죽고 나서 그들의 수집품들은 경매로 넘어갔으나 총액은 2000달러에 그쳤다.
이외에도 많은 인물들이 있으나 제일 기억에 남는 예는 바로 팝 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이다. 워홀은 열정적인 수집가로 거의 매일 벼룩시장, 골동품점, 경매장 등을 다니면서 이것저것을 사모았다.(남들은 쓰레기로 여길 하찮은 물건일지라도 말이다.) 다른 수집가들과 마찬가지로 그는 수집품을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처박아둔다. 그리하여 뉴욕에 있던 그의 5층저택엔 발딛을 틈도 없이 물건으로 가득하였고, 그는 겨우 방 두 개에서 생활한다. 하지만 그의 특이한 수집벽은 그가 죽기 전에 더욱 활발해졌다. 약 10년간 수중에 들어온 모든 일회용품을 수집한 것이다. 전기요금 고지서, 지폐, 비행기에서 사용했던 식기류, 전화 받으며 끄적인 메모 등 아무런 질서 없이 그저 모은 것이다. 이렇게 모은 물건들은 상자에 넣어 날짜를 기입하여 보관했다. 이러한 상자들이 6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이러한 예를 보면서 저장강박은 강박증의 또 다른 증상인 결벽증이나 병적완벽주의와는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결벽증이나 완벽주의는 철저하게 질서에 집착하지만 저장강박은 그저 저장에 집착할 뿐 질서에는 무감각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저 저장만 할 수 있다면 자신은 어찌 지내도 상관없는 물건이 상전이 되고 사람이 노비가 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은 서평을 모집한다하여 신청하여 받은 책이다. 콕 집어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책 소개를 보면서 어찌보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 또한 저장강박이 의심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나는 쓰레기를 모아놓지는 않는다. 그저 글이나 책을 모을 뿐... 책도 계속하여 모으다보니 방의 사방을 책이 채우게 되었고 이 때문에 침대와 책상마저 치워버리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서평을 신청한 이유도 책을 받고 싶어서였을지도 모른다. 이 책에 나온 것처럼 그렇게 심한 정도는 아니니 지금부터라도 나를 잘 다스려봐야겠다. 잘 될지는 모르겠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