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자 마음 먹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막연한 여정의 갈림길에 서있는 상황에서
한 줄기의 실버라이닝처럼 다가온 책이 있다.
이림니키 작가의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을 읽게 된 지금이 아마도 나에겐 운수 좋은 날이 아닌가 싶다.
아직은 다시 꿈 꿀 수 있고 설렐 수 있는 청춘이라는 사실에 더욱 반갑기도 하고 위안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여느 자서전처럼 극도로 파란만장한 수기도 아니고, 충격적인 실화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읽다 보면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깊이 공감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책이다.
마치 친한 언니가 자분자분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주며 나에게 애정 어린 위로를 건네는 기분이 들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절실히 와 닿았던 몇몇 부분들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의 깨우침을 주기도 했다.
꿈을 이루고자 할 때에는 나의 처지는 고민하지 말고 가장 쉬운 것부터 도전해야 한다는 것.
행동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함을 알고 살아왔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가장 어려운데,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선택의 갈림길에 서있는 나에게 넌지시 소리친다.
길은 트고 만들면서 가는 것이다!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재능 중 하나는 철학적인 관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평범하게 지나칠 법한 사물에도 작가는 철학을 부여해서 독창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끔찍한 맛을 타고났기에 자신의 생명력은 물론 주변 나비들의 생명력까지 늘리는 ‘맛없는 나비’에 관한 일화를
일러스트레이터간의 상생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인상 깊었다.
이 책이 가진 놓치지 말아야 할 매력 중 하나는 글과 그림이 매우 편안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들을 유심히 바라보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깨닫기도 하고 혼자만의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보기만해도 신선한 재미와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있었는데, 유심히 바라봐야지만 얼마 뒤에 무릎을 치며
아, 이거구나!! 깨닫게 되는 그림들이 재미있었다.
특히 작가가 왼손으로 시도한 일러스트가 가장 눈에 들어왔다.
나 또한 왼손으로 그려보자고 몇 년째 생각만 해왔지만 오른 손으로도 제대로 못 그리는 마당에
무슨 왼손 그림이냐며 철저히 무시해왔었다.
그림 하나 하나에 담긴 일화와 작가의 사연을 매칭해서 읽다 보면 좋은 그림을 그린 다는 것은
결국 그림에 작가의 철학과 고뇌를 담아야 한다는 것에 뉘우치게 되고 나 자신의 무지함을 치유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이유와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준 소중한 책이다.
어떤 분야의 바이블처럼 거창한 대안을 제시하거나 큰 교훈을 전달하는 자기계발서 부류를 생각한다면,
조금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지만, 그림을 그리는 것, 혹은 그림 자체에 애정을 가지고 있거나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고자
꿈을 꾸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보기에 훌륭한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더 좋은 건 그림과 함께 보는 책인데다가 컴팩트한 사이즈라서 어디에서나 읽어보기에 편하고,
인상 깊은 구절에 줄을 그어가며 여러 번 반복해서 읽어도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의 스프를 맛있게 먹는 법에 대한 작가의 레시피는
세상의 기준이 아닌 자기가 원하는 세계로 발돋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동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읽고 싶은 책- 줄리아카메론 <아티스트웨이>
본 서평은 '일러스트를 사랑하는 사람들' 카페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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