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정권 하의 폴란드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던가. 그 나라가 폴란드가 아니더라도 공산정권 아래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식료품을 배급 받기 위해, 한 첩의 약을 받기 위해 기약 없이 무작정 기다려야 하는 삶에 대해서.

 

내 가치관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리는 삶을 겪어보지 못해서 이게 과연 그렇게나 힘든 일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족을 두고 먼 나라로 떠나서 마음으로만 그리워하는 것을 기약없이 해야만 하는가. 문득 문득 떠오르는 '너'에 대한 기억들로 언제까지 아파야만 하는가.

 

더군다나 주인공 루드비크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닫고 혼란스러워한다. 한 사람을 향한 열망이 온 마음을 집어삼키는 경험을 하며 스스로도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당황함을 느끼는 것은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감정이다. 그러나 루드비크의 남색 성향은 80년대 공산정권 하에서 사상범으로 취급될 만큼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 그럼에도 마음을 포기할 수 없는 것. 더불어 자신들을 지켜준다고 했던 국가가 오히려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현실을 목도하고 울분을 느끼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두고 자유를 찾아 떠나야만 하는 것.

 

이처럼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느끼는 사랑과 질투, 애정과 결핍, 분노의 소용돌이치는 심리가 굉장히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읽는 내내 내가 루드비크가 된 듯 힘겹게 읽어 나갔다. 그래서 내가 그의 성향에 동조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공감 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은 단순한 퀴어문학으로 치부해버리기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을 깊이 있게 담아내고 있다. 80년대 폴란드의 정치적 상황, 유대인 강제 이주 등 당시 사람들이 느꼈을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재미삼아 읽어볼까... 는 될 수가 없는 것.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다 읽은 후에는 무거운 마음으로 책을 내려 놓게 되었다. 모처럼 흡입력 있는 책을 만나서 마음은 무거웠지만 애독자로서는 기쁜 감정을 맛볼 수 있었다.

어둠속에서헤엄치기, 토마시예드로프스키, 퀴어문학, 푸른숲

짙은 커피색의 표지, 그리고 이쁘장한 일러스트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책이다..ㅎㅎ

 솔직히 처음엔 커피에 대한 설명, 에피소드가 주를 이룰거라고 생각했었다.

개인적으로 커피를 매우×100000.... 좋아하는터라 웬만한 '커피 책(커피를 다룬)'은 
다 읽어보았다.

그래서 늘 접해왔던 그런 책이 아닐까 했었던 것이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여전히 매우 좋아하고, 관심이 많고, 
그래서 재미나게는 읽겠지만)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커피에 관한 책이지만 기존에 출간된 '커피 책'과는 완전히 달랐다.

 커피빈이나 커피 자체에 관한 설명 또는 분석보다는 커피에 관심이 많은,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커피 기구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여러가지 방법으로 커피를 내리고, 맛을 음미하고, 그 맛을 표현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보고, 하나씩 커피 기구를 구입하고, 또 커피를 내리고, 맛을 음미하고...

이것이 이 책의 주가 되는 내용이다.

그러니 이야기라고 하기엔 적당하지 않고, 그렇다고 설명서라고 하기에도 적당하지 않은 그런 책이랄까.

하지만 커피 애호가라면, 누구나 꼭 한번은 읽어야 하는 책이랄까.

 

다방커피를 좋아하고, 자판기 커피를 좋아하고, 간편한 커피믹스를 좋아하는 나로선,

괜히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마셔볼까하는 헛된 생각으로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몇 번

사용하지 않은 채 방치해두고 있다.

이 책이 조금만 빨리 나왔더라면 아마 에스프레소 머신은 구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신, 종이컵과 여과지를 이용한 커피라든가, 약간의 투자만으로도 가능한 모카포트라든가...

이런 방법으로 커피를 마시지 않았을까. 나는 이렇게 만든 커피가 왠지 더 끌리기에...ㅎ

 

두서없는 이야기였지만 결론은 <커피홀릭's 노트>는 커피를 만드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는걸 알려주고,

두 배의 재미를 얹어주고, 커피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었다.(내게는!! 모두 다 같지는 않을테니)

늦은 밤 침대에 누워 책을 읽곤 했는데 그때마다 커피가 생각나서 그걸 참느라 어찌나 고생했던지.

낮에 읽어야 하는 책, 그래서 한잔의 커피와 함께 하면 좋은 책.

  

 

자기 가족을 믿지 말라니. 제목부터 살짝 황당하다.

스펠만 가족의 직업은 사립 탐정.

하지만 단순한 사립 탐정이 아니다. 딸을 미행하고 딸의 남자친구를 뒷조사하는 부모님.

어머니를 따돌리기 위한 딸의 숨막히는 레이스.

 

도청, 뒷조사, 미행, 협박… 이렇게 엉뚱한 불량가족은 처음이다.

 

미스터리하고 엉뚱하고 때론 당황스럽지만 그래도 유쾌한 가족이다.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인 '가족'

사랑을 배우고, 아픔을 겪고, 또 그 아픔을 극복하고.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나는 작은 사회. 가정.

스펠만 가족의 독특한 직업으로 인해 이 가정은 더욱더 서로에게서 멀어져간다.

서로를 미워하고, 의심하고,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도 치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은 가정이다.

많은 대립을 겪으면서 가정의 소중함, 가족의 사랑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스펠만 가족은 결국엔 더 끈끈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뭉치게 되는 것이다.

 

제목과는 달리 이 책은 가족의 소중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가까이 있기때문에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지만 없어서는 안되는 것.

가족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공기와 같은 존재이다.

 

어떻게 보면 진부할 수도 있는 진리-가족의 사랑-를 정말로 유쾌하고 즐겁게 풀어놓는다.

이런 소설은 지금껏 접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읽는 내내 혼자 킥킥대기도 하고, 다음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나올지 흥미진진해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만 하루만에 다 읽었다. 정말 재미있다.

한시도 조용한 날 없는 스펠만 가족, 그들을 꼭 만나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