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모리슨을 처음 만난 건 [가장 푸른 눈]을 통해서였다. 내가 읽었던 책은 들녁에서 나온 이 판본이 아니라, 1993년에 출판된 백양출판사의 판본이었다. 다른 판본의 번역이 궁금해서 들녁의 출간본을 찾게 되었다.
그의 첫 소설이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그가 말하는 욕망의 극단은 절대적인 불가능의 영역과 맞닿아 있었다. 욕망의 실체는 쇼콜라가 영원히 가질 수 없는 가장 푸른 눈처럼 잔인하다. 그렇다면 살아남기 위해서는 욕망하지 말아야할 것들이 존재함을 인정해야하는 걸까. 욕망하지 말아야하는 것을 욕망하는 것은 부당하고 어리석은 것일까. 토니 모리슨은 쇼콜라로 하여금 집요하게 불가능한 것들을 욕망하도록 만들었다. 체 게바라는 불가능한 것을 꿈꿔야만 한다고 말했고, 그는 불가능한 꿈을 위해 죽었다. 그는 아마도 그 선택에 추호의 의심도 섞지 않을 것이다.
[가장 푸른 눈]은 욕망에 대하여 집요하게 반문하고 반문한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로맹가리의 단편이 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그는 가마우지가 날아와 죽는 섬에서 지루하지만, 무의한 생활을 한다. 모든 일에는 최소한 하나의 이유는 있을 거라는 것이 그의 유일한 신념이다. 소설의 마지막에서 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결말을 이번에 출간된 [새벽의 약속]을 읽고서야 제대로 이해했다. 로맹 가리가 왜 그런 무의에 빠졌었는지, 왜 그렇게 적어도 하나 이상은 존재할 거라는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는지가 [새벽의 약속]에 담겨 있었다.
새들이 왜 페루에 가서 죽는지, 그 이유는 새벽마다 이야기를 들려주던 로맹 가리의 어머니에게서 찾아진다. 그리고 로맹 가리가 [새벽의 약속]을 쓰고 20년 후에 권총자살을 한 것도 분명히 설명되어질 수 있는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새벽에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로맹이 했던 태초의 약속, 그 약속은 새들을 페루로 가게 만들었고, 그 곳에서 흔적없이 사라지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