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님의 '풀꽃'
이 시를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시다.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 계단을 올라갈때면 마주하는 싯구절이기도 하다.
나는 풀꽃을 언제 보았던가. 모든꽃은 사랑스럽고 아름답지만. 풀꽃에 관심을 가질 여유도 없이 요즘 살았던 것 같다.
나태주님의 동시 수업 이 책은 시집이다.
나태주 시인의 따님이신 나민애 교수님이 함께 엮은 부녀의 아름다운 동시집~얼마나 뜻깊은 동시집인가.
사랑이 뚝뚝 묻어나는 시집이 아닐 수 없다.
'시'는 읽을 수록. 생각하고 상상하고 잠시 삶에 ','를 주는 것 같아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어느날 꼭 읽어보리라
숙제처럼 여기곤 했다.
그 여유가 있는 어느날은 점점 미뤄지고 미뤄져서.. 쉼표 하나 찍을 새도 없이 나이가 먹어버렸다.
시를 읽는 행복한 일. 아버지는 동시를 고르고 딸은 아버지가 고른 시에 감상문을 달아
아름다운 한권의 책이 되었다.
이미 아는 시. 모르는 시. 노랫가사로 알았는데 원래는 시였던 시.. 등등.
나태주 시인님이 정성스레 고르고 고르셨을 동시들의 목록이다.
그림 하나 없고 글자만 가득한 이 싯구절을 아이 목소리를 통해 들었다.
엄마와 누나가 너른 마당에서 가족을 위해 김치를 만들어 먹던 어린시절이 떠오르는 싯구절이다.
푸르고 맑은 어느가을 날이었겠지. 가을날 담갔던 김치를 겨우내 먹고 봄을 지나 여름이 될때까지 먹었던 사랑 가득 김치.
김칫독이 비어 빈 독이 되었지만. 어느날 내린 소니기로 이 독엔 조그만 하늘로 가득 채워졌겠지.
다시 빨간 고추잠자리 날아오르는 어느 가을날에 다시 가득 담기게될 김치.
뭔가 안도감과 안정감이 들게 되는 잔잔한 동시다.
열살 이라는 싯구절에 끌려 읽게 된 동시.
앞에 숫자 하나가 더해주는 삶의 무게(라기엔 어리지만).. 십대가 되었다는 비장감이 느껴진다.
새해가 되면 하게 되는 다짐.
아직 여물지 않은 인생에서 내 삶은 빛나리라는 참되리라는 자존감 가득한 삶.
내 아이도 그러하기를 응원해본다.
귤 한개 츄릅.~
어느새 귤의 계절이 다가오고 있다.
작고 작은 귤은 방 하나를 가득 채울 존재감을 드러낸다.
아직 작고 작은 나의 아이도
이 세상을 가득 채울 존재감 가득한 자랑스러운 어른이 되길 바래본다.
뭔가 직장맘으로써 미안해지는 시..
어릴적 나는 혼자 집에 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던것 같다.
언제나 엄마가 계셨고 동생들이 있었다.
그래도 좀 커서
텅 빈집에 혼자 있던 어느날은.. 어른이었지만 휑하고 헛헛한 마음 마저 들었던 것 같다.
방학 때.. 한창을 혼자 지냈을 아이를 생각하니.많이 미안해졌다..
더 많이 안아줘야지..
이 시를 읽고서는 어릴적 신었던 실내화가 생각났다.
지금 아이들이 신는EVA 소재가 아닌 천소재였던.. 정말 세탁하기도 쉽지 않았을 그 실내화를
나보다 더 젊었던 울 엄마는 바닥까지 반짝반짝 닦아내셨었는데..
하얗게 변한 실내화를.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었던 어린시절..
엄마 생각이 많이 났던 동시다..
아이의 동시집인데
내가 읽으면서 많이 힐링을 얻었다.
동시 하나에 내 추억도 하나씩 풀어지면서
잊혀졌던 어린 시절의 소소한 나날들도 피식 피식 웃음과 함께 떠올려봤다.
사랑 받으면서 컸구나.
감사하게 컸구나.
내 아이에게도 그런 사랑을 줘야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