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참 좋아한다.
그 작가의 책은 거의 다 책장에 꽃혀있다고 해도 거짓말은 아닐듯.
새벽 거리에서..
흔한, 불륜에 관한 이야기. 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뭔가 불륜 로맨스인듯 하면서. 나중엔 미스터리 & 그리고 권선징악 -ㅁ- 이라고 할까.
다잉아이부터 시작해서, 뭔가 장르가 제대로 구분되지 않는... 그런 느낌.
어떤 회사를 다니고 있는 평범한 가장 와타나베, 그리고 파견직원이면서 와타나베의 불륜녀가 되는 아키하.
불륜을 가장 싫어하고 불륜하는 남자를 가장 혐오하는 평범한 남자 와타나베.
그에게는 토끼같은 딸과 여우같은 부인도 있다.
딸과 부인만 알고 살았던 이 남자에게 아키하라는 종잡을 수 없는 여자가 나타난다.
매력적이고,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몹시 독특한 여자.
야구장에서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뒤 그녀에게 겉잡을수 없이 빠져드는 와타나베.
결국은 가정을 깨고 아키하와 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큰 줄거리는 와타나베가 아키하와 불륜에 빠지고 그리고 나서 다시 부인과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그냥 그런 내용이지만
사랑스런 아키하의 가정에 15년전 살인사건이 벌어졌었다는 엄청난 이야기.
그 사건은 아버지의 비서인 혼조 레이코의 강도살인 사건. 아키하의 집에서 그녀가 죽었고 목격자는 단 한명, 장녀 아키하.
아키하가 레이코를 발견한 것은 죽은 다음. 범인은 이미 도주한지 오래였고 결국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채 공소시효를 몇달 남기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아키하의 가족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아키하가 범인이라고 짐작하고 있었고..
가족 모두가 범인이 아키하로 알고 있지만 입밖으로 내뱉지 않고 흐지부지 끝난 살인사건.
아키하 아버지의 비서를 살해한 진범은 비서 본인이었다는것을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그 순간 밝히는 아키하.
아버지와 이모의 관계를 다 알고 있었던 아키하의 그동안의 침묵은 어머니와 혼조 레이코씨를 농락한 그 두사람에게 벌을 주기 위함이었다.
평범하게 끝날것 같았던 이 이야기는 모두를 허무하게 와해(아키하의 가족)시키고 나서야 끝이 난다.
그리고 매달리는 와타나베에게 가정으로 돌아가라, 고. 이용하기 위해 만났으니 이제 볼일 다 봤다고 하는. 엄청난 불륜녀.
아버지와 이모의 관계를 다 알고 있었던 아키하의 그동안의 침묵은 어머니와 혼조 레이코씨를 농락한 그 두사람에게 벌을 주기 위함이었다.
15년간 아버지와 이모에게 심적 고통을 주기 위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며 살아온 아키하의 인생도, 아무것도 모른채 분노로 죽어간 어머니의 인생도, 그리고 사랑한 남자에게 농락만 당하다 자살한 비서의 인생도 모두 가엽긴 마찬가지.
인간의 증오심이 얼마나 큰 일을 불러오는지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권선징악일까?
쉽사리 가늠도 되지 않는 무겁고 우울한 이야기.
새벽 거리에서 였다.
새벽거리에서,
히가시노게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