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평소에 화를 덜 내야 한다는 조언을 자주 듣곤 했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내가 잘못을 한 것에 대해서 지적을 받으면 견디지 못하고 그자리에서 감정을 표출해 화를 내곤 하는 나쁜 버릇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자각하고 사람들에게서 조언을 듣고 고치려고 노력을 해도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었다. 그나마 지금도 많이 고친 것이지만 이것은 일종의 나쁜 습관이기에 완전히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찰나 '멈춰라! 물러서라! 생각하라' 이 3가지 지침을 간결하게 이야기하는 총 135페이지의 얇은 책을 접하게 되었다.

내용은 지극히 간단하다. 소어항공에서 사업팀장을 맡고 있는 잭 로건이라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남자가 어느날 상사로부터 이미 수립해놓은 향후 3개년 전략을 바꾸어야 하므로 다시 복잡한 스프레드시트 견본을 만들어야 한다는 메일을 받는다. 그 후 잭은 순간적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블랙베리를 통해서 분노와 좌절의 단어를 사용해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메일을 발송한다. 하지만 블랙베리의 살아있는 이모티콘이 나타나서 그 메일을 전송하지 않았음을 알리고 잭을 코칭의 세계로 인도하게 된다.

이모티콘은 잭이 자신이 분노하게 된 상황을 인식하고 다스릴 수 있도록 명확하고 분명한 논조로 잭을 차분히 안내한다. 이모티콘은 잭이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이야기한다. 즉, 업무에 개인적인 감정을 결부시킬 경우, 상사를 자극할 수 있는 적절치 못한 결과를 낳는 것이다. 그 결과 잭은 자신의 나쁜 습관-직접 만나서 해결하기보다는 감정 섞인 이메일을 성급하게 보내고 그 뒤에 숨어버리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게 된다. 또한 현대에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상대방과 곧바로 연락하는 즉각적인 반응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 결과 '즉시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바로바로 처리해야 한다는 압력이 높아져 '일단 처리해버리기'식 사고방식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메일로 소통할 때는 각별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이메일이라는 수단은 그 속성상 목소리의 억양과 보디랭귀지의 신호를 자동으로 제거해버린다. 그 결과 오로지 이메일 상의 말로만 대화를 하게 되고 오해가 생길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모티콘은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을 알려준다. 사람들은 단순히 열 받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이메일을 보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요청사항이나 관점에 대한 타당한 이유를 가지고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 걸음 물러서서 그들의 견해가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헤아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평소에 화가 나는 상황이 생기면 '이 사람은 나를 왜 이렇게 화 내게 만들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목적이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렇게 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외에 수없이 많은 깨알같은 조언들이 나오는데 그중에 몇개를 소개하고자 한다.

관계는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핵심요소다. 만약 이메일을 보내는 대신 상대를 만나 문제에 대해 의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그 사람과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뿐아니라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얻게 될 수도 있다. 네트워크에는 '눈'이 있다. 직접만나서 얘기할 때 사용하지 않는 말은 이메일에도 쓰지 마라. 말로 할 때 그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면 글로도 쓰지 마라. - 94p

오늘날 소통 채널이 많아지면서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소통에 대한 불만도 갈수록 늘고 있다. 현대인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각각의 채널이 가진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직접 만나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때, 이메일로 소통할 때, 메신저를 이용할 때, 전화를 할 때 조금씩 다른 소통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특히 그 중 이메일, 메신저, 문자로 소통할 경우에 효과적인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나를 포함한 현재 한국의 많은 20대 청춘들이 다가올 날들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평소 학점과 토익 그리고 대외교류활동, 봉사활동 등을 착실히 챙기면서 살아가도 어느날 갑자기 의문이 든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나? 남들하고 비슷하게 가고 있나?’ 서점에 가면 ’괜찮다’고 말해주는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들이 지척에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책을 읽어도 불안감은 여전하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와 비슷한 나이대의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청년이다. 지방대 출신으로 IBM Korea에 입사하여 우수사원 시상식까지 받았으나 1여년 만에 퇴사한 후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전 세계를 떠돌았다. 그러한 경험의 소산으로 나온 것이 이 책이다.이 책은 자기게발서이지만 여행에세이기도 하다. 책은 크게 두가지 파트로 나누어서 전개된다. 첫번째 파트는 저자가 IBM에 입사하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야기이고 두 번째 파트는 IBM을 퇴사한 후 전 세계여행을 하면서 겪은 이야기이다.

저자는 처음 자신이 느낀 바를 솔직담백하게 이야기한다.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살아온 삶의 주인은 저자가 아니라 타인이었다고. 내가 스스로 결정하고 내 삶을 이끌어 왔다고 생각했지만, 그 것은 착각에 불과한 것이라고. 저자가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는 계기가 되는 것은 군 생활 도중이었다. 군 생활도중 누군가가 기증한 수많은 책들을 손에 잡히는 대로 읽으면서 그동안 자라면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들을 통해 만들어진 생각들이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 또한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이 형성된 것임을 알고 있기에 저자의 이러한 경험에 크게 공감하였다.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바꾸게 된 저자는 무엇이든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넘쳤다고 이야기하였다. 삶을 이끌어갈 수 있는 주도성과 나의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잠재력이 나에게 있음을 깨닫고 나서부터 저자는 변화하게 된다. 그동안 수동적으로만 살아왔던 인생에서 적극적으로 본인에게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능동적으로 변화한다.  그 후 저자는 이러한 간절함으로 IBM에 입사하기까지의 과정을 과장이나 축소없이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하지만 IBM입사한 후 ’나는 지금 뜨거운가?’라는 질문을 던진 끝에 자신의 열정이 식어간다고 느낀 저자는 과감히 IBM을 퇴사한다. 그 후 자신의 길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의 어떤 일화가 흥미롭다. 저자는 자전거를 한 대 사서 무작정 전국 일주를 떠났는데 부산에 있는 한의원을 방문하게 된다. 거기서 한의원에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들은 어떤 사람이 혼잣말로 ’아직 철이 덜 들었네’라고 무심코 이야기한다. 저자는 굉장히 화가 치솟았지만 그 순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말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말로는 그 누구의 생각도 바꿀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 말로써 행동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써 말하는 것만이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구절이 나에게 참으로 와닿았다. 실제로도 집에서 가족들과 갈등이 있을때  ’~할 거야’라고 말만 하였을 경우와 직접 무언가를 달성한 후 ’~ 했어’라고 말하였을 경우 후자가 갈등을 더욱 해결하기 쉬웠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세계여행을 떠나게 된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였지만 자신들의 삶을 당당히 살아가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베이징, 네팔의 히말라야, 인도의 방갈로르, 이집트, 아프리카, 중동의 페트라, 두바이,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이스터 섬까지 수많은 지역을 여행하면서 겪은 경험들을 느낀 그대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비록 자기게발서의 분류에 들어가지만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훌륭한 여행에세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막바지에서 저자는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에게서 편지 한통을 받는다. 그 편지의 내용이 인상깊어서 조금 인용해볼까 한다.

여행을 끝난 후 프리에이전트 즉 1인기업의 길을 선택한 저자. 향후 저자의 앞날이 무척 궁금해지면서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