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활 기준은 불의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우리의 희망은 다름 사람들의 절망이다. 우리의 좋은 삶은 다른 사람의 불행을 영속화한다. (83p) 하나님이 가난한 자들과 억압받는 자들을 편드신다는… 분명한 사항(118p)

 

회심은 곧 ‘삶의 전 영역에서, 그리고 구체적 역사 속에서 흐름을 거슬러 살아냄’임을 깨닫는 것을 통해, 이 시대에 예수를 따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홀려있는 자들과 박탈당한 자들-사이의 깨어진 관계, 이 관계에 대한 감수성의 회복 곧 성경을 통해 구구절절이 말씀하시고 또 예수님이 삶으로 보이신 ‘가난한 자들과의 동일시’는 서로를 살려내고, 해방으로 이끌어주는 길임을 배웠습니다. 외적으로는 당연시 여기는 구조, 영속할 것이라 여기는 경제체제, 맹종으로 유지되는 권력으로부터의 해방이요, 내적으로는 맘몬에 포획되어 있는 사고, 조작된 욕망으로부터의 해방일 것입니다. 공동체는 가난하고 억압받는 자들의 대변자이자, 예수를 좇아 사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삶에 대한 증거이자, 그것이 가능하게 하는 근원이 되어준다는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나는 당연시 여기는 틀을 가볍게 벗어낼 수 있을까? 나에게는 이미 요구되는 역할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것은 길들여진 코끼리의 두려움과 다를 바 없는 것 같습니다.

동일시에서 경계를 허물어내는 것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이미 ‘너’와 ‘나’의 구분을 전제로 하여 가난한자, 소외된 자로 대상화시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나’는 ‘가진자’임을 부인할 길이 없다는 사실에 늘 부끄러움과 교만의 경계를 오갑니다. 사람은 엮이어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일 텐데, 이 존재의 기반을 갈아엎어 삶의 토대를 같이 해내기 위한 길이 있는지 고민합니다.

 

일제식민지의 고통, 뼈아픈 분단, 민족상잔의 전쟁, 독재정권의 탄압…….,

20세기 우리 역사는 함석헌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고난의 역사”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습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이 같은 역사가 비단 지난 날의 이야기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분단체제 하에서 강요되고 왜곡되어야 했던 우리 사회-정치,경제,교육,문화,사람들의 생각-의 모습들이 오늘날도 다르지 않게 되풀이 되며 평화와 화해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붙잡고 있습니다. 이전의 천안함 사건을 겪으면서도 ‘아, 우리가 언제라도 60년 전으로 되돌아 갈 수 있는 상황에 놓여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요한 것은 아픔의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흔적에서 맴돌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로부터 생명과 평화의 새 역사로 걸어 나가는 일일 것입니다.

60년간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온 사람들, 지금도 아파하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데 왜 나는 속편하게만 살아온 걸까? 훗날 역사라는 이름으로 남겨지건, 남겨지지 않건

내일을 만들어갈 분수령이 되는 오늘의 현장에 쫓아가서 두발로 서있기. 나중에 내 자식이 "이 때 아빠는 어디에 있었어?" 라고 질문하면 "응, 거기에 있었어" 라고 대답할 수 있도록..,

 

 

"남북을 막론하고 우리 민족구성원들은 어쩌면 이제 오랜 분단상황에 타성적으로 적응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안타깝고 부쓰럽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같은 핏줄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기보다 남북을 막론하고 우리 땅의 주민들이 앞으로 더 평화롭고도 더 사람답고 더 떳떳하게 살기 위해 통일해야 한다는 점에서, 민족통일의 더 높은 당위성과 절실함을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역사를 짧게 그리고 비관적으로 보지 말고 길게 또 낙관적으로만 볼 수 있다면, 역사는 결코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을 만큼 정직하게 나아간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분단이라는 상황이 남긴 많은 것 가운데서도 상상력의 부재, 반쪽자리 사고, 자기분열증 등과 같이 생각의 자유를 빼앗긴 것이 부자유, 사람답지 못한 삶의 극치라는 생각을 합니다. 분열을 넘어서기 위해 무엇인가 고민을 하려해도 먼저는 어떤주의, 어떤주의의 문제로 되돌아가 천착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은 또 하나의 괴로움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이 없는 것처럼, 그저 과거의 문제들인 것처럼 넘어가는 것 또한 정직하지 못한 것 같아 충분히 괴로워하며 곱씹어야겠습니다. 썩어질 때쯤이면 새 시대의 생각이 돋아나지 않을까, 평화의 그릇으로 조금이나마 다듬어져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