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표류하고 있는 청춘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처음 대하면서 얼마후에 개봉하는 정재영의 영화를 떠 올렸다. 표류기라는 공통적인 제목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가 허지웅이란 인물에 대해 아는것이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필름2.0><GQ>거쳐 현재 <프리미어>에서 영화기자로 일하고 있다지만,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영화잡지나 영화기자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가지지 않는 내가 알리가 없었다. 여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코너를 맡아 많은 청취자들에게 이야기를 한다지만, 라디오를 잘 듣지 않는 내가 그의 목소리를 들어봤을리가 없었다. 블로그 ozzyz.egloos.com을 운영하고 있다지만, 내가 그곳을 찾아갈 이유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그에 대해 알턱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서라도 상징적인 제목을 가지고 나타난 이 책을 통해 허지웅이란 한 인간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나에겐 커다란 행운처럼 느껴진다. 

허지웅은 세개의 카테고리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처음 '작은 사람들의 나라'에서는 고시원을 거쳐 반지하에 살고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정말 찌질한 세대의 찌질한 이야기지만, 한바탕 웃고 나서 공감하며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군대에서 치질에 걸려 휴가 나와서 여자친구의 생리대를 빌렸던 추억이나 고시원을 전전하다 총무가 되어 코스모를 목격하게 된 이야기.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자살 사이트를 통해 구입한 약을 먹고 두번째 삶을 만나게 된 이야기 등 큰 웃음을 선사하면서도 같은 세대로서 공감하며 소통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생각해보면 남에게 숨기고픈 부끄러운 이야기들을 솔직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그의 가슴에 대단함을 느끼게 된다. 특히, 그가 말하는 추억속의 고시원의 모습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시원의 이미지를 완전히 뒤엎어 버리는 것이어서 인상적이었다. 눈물나게 괴로웠던 추억이 상징이 아닌 한때의 포근했던 보금자리로 느껴지는 그의 추억담을 들으며 고시원의 생활을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도 했다. 

두번째 카테고리 '큰 사람들의 나라'에서 허지웅은 자신이 바라본 사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개인적인 복수심이나 과거의 보상으로 투표하는 한국의 보수주의자 이야기로 시작해서 일년만에 더이상 씹지도 못할만큼 너덜너덜한 껌이 되어버린 MB에 대한 것. 기자들의 폭력앞에 괴물이 되어버린 최민수의 이야기와 개신교에 대한 것들. 그리고, 광장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들까지 이 사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들을 설득력있게 말하고 있다.
허지웅의 이야기는 같은 시대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맞장구치며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맞아!'하며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슈를 위해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 의해 괴물로 변해버린 최민수의 이야기를 비롯해 그동안 자세히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도 만날 수 있다. 허지웅의 글은 우리들의 눈앞을 가로막고 있는 천을 걷어내고 현실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마지막 세번째 카테고리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에서는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세번째 카테고리는 허지웅이란 인물이 영화기자가 틀림없을 것 같다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 준다.
엑스파일로 시작되는 영화이야기는 영화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고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흥미를 가지고 귀를 쫑긋 세우게 될 이야기들이 그득하다. 스탤론의 삶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록키의 이야기와 욕구불만인 헐크의 이야기등 이미 본 영화라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다.
'하늘을 나는 섬의 나라'를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라면 허지웅이 소개하는 영화를 모두 한번씩은 만나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끼게 된다. 이미 본 영화라도 그 강렬한 욕구를 빗겨 나갈 수 없다. 다시 한번 봐야만 할 것 같은 생각에 사로 잡히게 된다.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들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젊음은 아름답다. <대한민국 표류기>를 통해서 알게 된 허지웅이란 인물이 바로 그런 삶을 살아가는 이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
물론, 지금 자신도 내가 말하는 아름다운 젊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된 시대에 허지웅과 비슷하게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이야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해 올바르게 알고 있어야 하며, 자신이 하는 말들이 사람들로 하여금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가한다. 익명성이란 그늘안에 숨어 자신과 틀린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무차별로 공격하며 의기양양해 하거나, 자기안의 세계에만 갇혀 다른 세상 이야기를 하며 남을 업신여기는 사람들은 절대로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다.
물론, 나의 말에도 어느 정도 어패가 있을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생각들을 늘어놓은 것뿐이다. 내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대한민국 표류기>를 통해 만나게 되는 허지웅이란 인물이 진정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표류하고 있는 나와 같은 젊은이들이라면 충분히 나의 말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을 표류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꼭 추천해 주고 싶다.
'야! 이 허지웅이 한번 만나봐. 그 놈 참 괜찮더라.'

F. 스콧 피츠제럴드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하루키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통해서 였다. 그 작품속에서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은 꼭 읽어야만 하는 책처럼 묘사되어 있었다. 소설속의 그들은 그것을 읽지 않고서는 자신들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루키의 소설에 완전히 매료되어 있었던 나는 거의 반 강제적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읽을 수 밖에 없었고, 그것이 F. 스콧 피츠제럴드라는 작가와의 첫만남이 되었다.
피츠제럴드의 대표작인 <위대한 개츠비>는 유명하고 대단한 작품임에는 분명했지만, 나와 그렇게 잘 맞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미간을 잔뜩 찌뿌린 채 한참을 생각해야 대충의 내용을 떠올려 볼 수 있을 정도로 나에게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않은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위대한 개츠비> 이후로 피츠제럴드라는 작가를 만나는 일이 없었던 것은 당연했다. 

아마도 브레이드 피트가 주연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가 개봉하지 안았다면 내가 피츠제럴드란 작가에게 관심을 가질 계기는 영원히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아름다운 한편의 영화는 내 안에 F. 스콧 피츠제럴드란 작가에 대한 이미지 새롭게 만들어 주었다. 영화를 통해 만나게 된 벤자민 버튼이란 캐릭터와 그의 일생이 너무나 매력적인 인상을 남겨 주었기에 그 원작을 쓴 작가에게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느새 영화의 개봉과 함께 새롭게 출간된 원작은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 되어 버렸다. 벤자민 버튼이란 인물을 더 가깝게 느껴보고 싶은 욕망이 참을 수 없는 크기로 커지고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영화가 만들어 놓은 벤자민 버튼의 이미지는 산산히 부서져 버렸다. 원작과는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을 것이란 사실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다른 모습일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영화에서의 벤자민과 소설속의 벥자민은 같은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다른 사람이었다. 그들은 시간을 거꾸로 보내야만 하는 저주받은 운명을 공유하고 있지만, 그 태생부터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 간다.
그렇기에, 이 소설집을 영화에서 가져 온 이미지만으로 펼쳐 든다면 즐거움보다는 실망스러운 기분을 맛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조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투덜대며 책장 구석에 처 밖아 버릴 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피츠제럴드의 중.단편 소설들을 엮어 놓은 소설집이다. 그리고 F. 스콧 피츠제럴드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가이고, 신문과 잡지에 160편에 달하는 단편들을 발표했었다. 한마디로 그이 글은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 했었던 것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시작되는 열한 편의 이야기는 한 사람의 작품이라고 믿지 못할 정도로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경박하다고 생각 될 정도로 가벼운 이야기를 늘어 놓다가도 오랜 생각을 강요하는 이야를 한다. 혼란스러울 정도로 시끄럽게 떠들다가도 조용하고 나근나근한 목소리로 속삭이기도 한다.
열한 편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각자의 음성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펴든 사람은 마치 열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그리고, 하나의 이미지로 모아지지 않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F. 스콧 피츠제럴드란 작가의 대단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끊임없이 맛 좋은 물이 샘솟는 우물과도 같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쏟아내는 작가에게 놀라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록 영화에 대한 이미지가 무너지면서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생겨나는 새로운 이미지가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재즈시대(1차 대전 종전 직후에 시작해서 미국 증시 사상 최대의 호황을 타고 흘러가 주식 대폭락과 함께 꿈처럼 사라진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답게 흥청스러우며, 화려하고 현란하게 분위기가 배어있는 이야기들은 그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출간이 예고되어 있는 그의 다른 작품들도 꼭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인 <위대한 개츠비>도 다시 한번 만나봐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조금은 다른 느낌을 전해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소설보다 더욱 소설같은 삶을 살았던 그와 그의 아내의 이야기를 담은 <앨라배마 송>의 출간도 기다리게 된다. 재즈시대와 함께한 그의 삶도 그의 작품들 못지 않게 커다란 매력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시 만나게 될 그의 글을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