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에 대해서 한때는 다가가기 어려운 작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의 글을 읽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미지는 상당히 오래도록 지속되었고, 그녀의 책을 직접 읽게 되기까지 많은 시간을 요하게 된 불필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인 듯도 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반적으로 상상되었던 혹은 영화나 다른 글에서의 짧은 언급을 통해 만들어진 이미지가 어느 순간 고정되어서 그녀의 책을 선택하는데 주저하게 만든 부분도 없지 않은 듯 하다.

그러다 어느 날, 어떤 책에 소개된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라는 책에 대한 짧은 글을 읽게 되고, 그러면서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구입했는지도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으나 여러 권 가지고 있었던 그녀의 책 가운데 하나였고, 그렇게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다가 그녀의 예술적인 기질, 예민함, 명료함, 섬세함, 그 모든 것들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은 문장으로 전달되는 그녀의 능력을 조금은 읽게 되면서, 그녀의 책을 읽고 싶다는 그리고 작가인 그녀의 삶 또한 궁금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존재의 순간들]은 그녀의 유년시절을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이자, 이를 통해 그녀가 가지고 있으며 느끼고 있는 경험, 순간들, 사람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존재감과 이를 표현하는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한다. 어렸을 적의 경험을 오롯이 표현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자신이 마주했던 순간들과 사람들에 대한 표현, 그리고 이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의 어머니를 언니들을 그리고 가족들을 표현하는 문장을 읽으면서 그녀의 소설과 비슷한 감성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보다 진솔하고 보다 직접적이며 보다 가까운 곳에서 그녀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서 재미있기도 했다. 또한 그 명민함이 발현되는 순간들에서는 그녀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고, 그녀가 그 존재감을 충분히 느꼈던 순간들에 대해서 이를 글로 적고 있는 것만큼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지만, 버지니아 울프를 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보는 그 시간만으로도 충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그녀의 책을 모두 읽은 것은 아니기에, 이번 기회에 읽지 않았던 책들을 다시금 한권씩 읽어나가려 한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의 매력은 그녀의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것도 물론이지만, 이상하게 그녀의 책을 읽다보면 시들을 읽어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원래 시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도, 그녀의 책들을 읽다보면 꼭 시집을 읽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이번에는 그녀의 책과 함께 시집을 같이 읽어보고 싶다. 

여행을 가고픈 요즘이다. 생경하고 낯선 도시에 도착해서 그 낯선 공기와 분위기에 당황하거나 불안해하는 그 묘한 분위기도, 새벽녘에서 조금씩 날이 밝아 아침이 되는 것처럼, 그런 공간들이 조금씩 익숙해지고 반가워지고 떠날 때는 아쉽기까지 하는 그 따뜻함과 친숙함이 이런 상반된 그 감정들이 그리워서 여행이 가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단순하게 연말과 연초라는 조금은 묘한 시기에 막연하게 여기가 아닌 다른 그 어딘가가 가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많은 여행과 관련된 에세이들이 출간되고 있기에 반갑기도 하면서도, 오히려 너무 많은 책들 앞에서 속수무책의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부분이 있었다. 소설가들이 생경한 공간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는 것. 책을 읽다보면 에세이처럼 느껴지는 부분들도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아비뇽, 도쿄 등의 공간이 가지고 있는 느낌도 그 속에 녹아있다는 점에서 재미있기도 하고, 또 새로운 배경 속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질지 궁금하기도 했다.

[도시와 나]의 경우는 단편집이다 보니 다양한 작가들이 여러 공간에서 자신만의 색을 보여준다는 것, 고민을 하면서도 계속 희곡을 썼던 작가가 연극제를 보러 가면서 헤매게 되거나, 혹은 묘한 도시의 분위기에 자연스레 녹아드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 주거나, 여행지이기에 가능할 법한 일들이 일어나는 등의 이야기 속에서 이것이 잘 만들어지고 잘 구성된 이야기라는 점에서 에세이와는 다른 분명한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상상과 그 상상을 만들어가는 것, 하지만 그 속에서 현실이라는 배경 또한 녹아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공간과 그 느낌을 전달하고 있는 에세이와는 다른 분명한 색채를 보여주고 있어서 짧지 않은 글들을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물론, 모든 단편이 개인의 취향에 적합하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잘 몰랐던 작가를 알게 되고, 혹은 이전에 짧게라도 만났던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만나게 되는 것도 나름의 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꿈과 목표를 가지고 이를 위해 도전하고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그 포부나 꿈이 원대한지 아니면 소박한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를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고 그 노력 속에서 즐거움과 만족을 얻고, 그로 인해 결과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분명 무수히 많은 책과 글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막상 인생에서 그런 순간을 마주하게 되면, 무언가 준비가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또 내가 꿈이라고 또는 목표라도 결정했던 것들이 사실은 나의 꿈이 아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결정 같기도 해서 고민이 되기도 하고, 새로운 혹은 어려운 도전 앞에서 실패 혹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한발을 내딛기 보다는 뒷걸음치는 경우도 분명 있다. 그렇기에 꼭 새해를 시작하는 이즘에만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고민하게 되는 문제이고, 한 해를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시점에서는 더욱 집중하게 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이 책에는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노력하며 그 과정을 이루어 나가면서 자신의 그 과정을 여러 단계와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화려한 이력에 우선 주눅이 들기 시작하기도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무엇보다 그 노력과 당당한 도전을 더 눈여겨보게 되고, 그렇기에 유엔에서 일하는 것이 가능했음을 이해하게 된다. 또한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집중하게 되는 모습을 통해서, 모든 일과 준비에는 일정 이상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물론이고 그 시간의 질 또한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이어서 성공이라는 것 혹은 자신만의 길을 찾고 이에 매진하게 되는 과정들을 설명하면서 그 속에서 즐거움을 즉 행복을 찾아 도전하는 것이 그 속에서 설렘과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음을 계속적으로 설명함을 통해서 인생이라는 과정을 함께 고민하게 되는 책인 듯도 하다.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무엇보다 남달라 보이는 저자의 이력 때문이었다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그 이력보다 중요한 것이 그 과정을 통해 그가 보여주었던 집중력과 목표를 가지고 도전하며 얻는 만족감 그리고 자신이 매진할 수 있는 행복한 일을 찾는 그 과정에 더 눈이 가게 되고 그렇기에 한 해를 계획하면서 혹은 보다 긴 미래를 고민하면서 그 방향에 대해 도움이 되는 조언을 얻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사실 성공에 대한 지나친 인식에 조금은 지쳐있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없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내 인생에서 도전할 것이 있고, 노력할 것이 있으며, 그 속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만큼의 만족스러운 삶 또한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조금은 지쳐있었던 스스로에게 힘을 내라고 그리고 다시 준비해 보자고 말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던 것 같다. 아 유 레디?